정 코치는 지난 1일부터 19일까지 오키나와 1차 캠프에서 두산 선수들을 지도했다. 밖에서 보기만 하던 팀의 중심에서 두산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됐다.
정 코치는 미야자키 2차 캠프를 떠나며 스포티비뉴스에 "이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들은 정말 처음 본다. 시키지 않아도 자신들이 알아서 할 것을 찾아서 한다. 정말 열심히 한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누구 하나 허투루 훈련하는 선수를 찾아볼 수 없다.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고 또 훈련한다. 정말 모든 선수들이 치열하게 야구 하는 팀이 바로 두산"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화수분 야구로 대표되는 팀이다. 주전 선수들이 빠져나가도 그 자리를 메울 또 다른 얼굴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KBO 리그의 대표적인 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우승도 많이 했지만 늘 포스트시즌 언저리에서 머물며 강팀의 면모를 갖춰 갔다.
그사이 수없이 많은 주전 선수들이 팀을 떠났지만 두산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타 팀으로서는 끊임없이 좋은 선수들이 나오는 두산의 시스템을 궁금해 할 수 밖에 없다.
정 코치는 한마디로 "선수들의 힘"이라고 했다.
현재 두산은 외형적으로 봤을 때 백업 선수들 힘이 이전보다는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우리 팀을 화수분 야구라고 하는데 이젠 정말 선수가 부족한 상황까지 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두산은 여전히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정 코치의 판단이다.
정 코치는 "주전 선수들과 백업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조금 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 간격이 메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일단 주전 선수들이 전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팀에서 가장 훈련을 많이 하는 선수들이 바로 주전급 선수들이다. 남과 경쟁이 아니라 스스로와 경쟁을 하는 것 같다.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훈련한다. 선참 선수들이 열심히 하니 젊은 선수들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누구든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긴장감이 선수단 스스로 형성돼 있다. 모든 선수들이 하나라도 더 치고 한번이라도 더 받으려고 애를 쓴다. 누가 가장 열심히 한다고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훈련한다. 열심히 훈련하는 것이 생활화 돼 있다. 화수분 야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팀이 원래 그렇게 만들어져 있더라. 선수들의 열정과 땀으로 화수분 야구가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업 선수와 기량 차이가 나게 되면 주전급 선수들은 자신의 페이스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보통이다. 두산은 다르다는 것이 정 코치의 생각이다. 주전급 선수들이 자신의 모자란 면을 스스로 깨닫고 그 면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백업 선수들은 그런 주전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해 땀을 흘리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 있는 것이 바로 두산이다.
정 코치는 훈련량 자체에 큰 비중을 두는 지도자는 아니다. 하지만 두산 선수들 열정에는 두 손을 다 들었다. "스스로 알아서 찾아서 훈련하는데 코치가 뭐라고 말하겠는가"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두산 화수분 야구의 힘. 시스템이 만든 효과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선수들의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 코치는 "밖에서 보면 잘 모른다. 그냥 원래 잘하던 선수들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겪어 보니 차원이 달랐다. 강팀을 만드는 전통이 확실하게 세워진 팀이 바로 두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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