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이재국 기자 / 김동현 영상 기자] "'세월이 참 많이 흘렀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엊그제 입단한 것 같은데 벌써 최고령선수가 돼서 만감이 교차한다."

삼성 박한이(40). 어느새 KBO리그 최고령선수가 됐다. 야수뿐만 아니라 투수까지 합쳐서 그렇다. 1976년생 임창용이 지난겨울 KIA에서 방출된 뒤 새 둥지를 찾지 못하고, 박정진 또한 은퇴를 선택한 뒤 한화 프런트에 들어가면서 그렇게 됐다.

LG 박용택이 같은 1979년생이지만, 박한이는 1월생으로 흔히 말하는 ‘빠른 79년생'이다. 4월생인 박용택은 1년 후배로 늘 “한이 형”이라고 부른다.

그러고 보니 박한이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현역 선수다. 방콕 아시안게임은 프로선수가 처음 참가한 대회이자 한국야구가 최초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역사적인 대회였다. 당시 박한이는 동국대 2학년으로 대표팀 막내였다. 메이저리거 박찬호(당시 LA 다저스)와 임창용(당시 해태)을 비롯한 KBO리그 스타는 물론 김병현(당시 성균관대)과 박한이 등 아마추어 최고 선수들이 총망라돼 원조 드림팀을 꾸렸다.

그러나 이젠 세월이 흘러 그 멤버들이 모두 유니폼을 벗었다. 임창용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박한이만이 유일하게 현역을 지키게 된다. 박한이는 방콕 멤버들을 머릿속에 그리더니 “세월이 참, 그렇네”라며 잠시 상념에 잠겼다.

2001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으니 올해로 19년째. 그에게 일부러 ‘스프링캠프가 몇 년째인가?’라고 물으니 "아시면서 왜 물어보느냐?"며 눈을 흘긴다. 오키나와에서 최고령선수로 살아가는 박한이를 만났다.

▲ 현역 최고령선수 삼성 박한이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

-최고령 선수가 됐다. 소감은?

"그것도 아시면서 왜 물어보는가?(웃음). 소감이라기보다는 '세월이 참 많이 흘렀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엊그제 처음 입단해서 멋도 모르고 야구만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야구를 했는데 벌써 최고령이 돼서 만감이 교차한다."

-서글픈가?

"서글프기도 하지만 좋은 것도 있다. 최고령 선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않나."

-KBO리그가 전반적으로 세대교체가 갑자기 이뤄지고 있는데, 베테랑으로서 책임감도 크게 느낄 것 같다.

"책임감도 많이 느끼지만 내가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이끌어야하는 방향, 그런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작년엔 (5강 싸움을 하다 최종 6위가 되면서) 많이 아쉬웠다. 선수 하나하나가 올해는 새로운 마음을 잡고 있다. 올해는 상위권에 들어가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작년에 약이 됐다. 내가 후배들을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주려고 한다."

-몸 상태는?

"아직 100%라고 말할 수 없고 차츰차츰 올리고 있다. 개막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100% 컨디션을 만들어야 해서 노력하고 있다. 특별히 아픈 데는 없다. 아시지 않나. 아프다고 해서 내가 티내는 사람도 아니고(웃음)."

-다른 코치들에게 물어보니 박한이의 준비가 빠르다고 하더라.

"스프링캠프를 빨리 들어왔다. 나이를 먹으니까 빨리 준비해야 되겠더라."

▲ 삼성 박한이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
-나이 들면 좀 더 부지런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모양이다.

"옛날엔 여유 있게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렇게 해서는 후배들에게 체력적으로 못 미치기 때문에 내가 먼저 준비해서 후배들에게 맞추려고 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준비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

"첫 번째가 부상 방지다. 작년엔 후반에 우리 팀 선수들의 부상이 많았다. 그래서 감독님도 강조한 것이 부상 방지였고, 나도 후배들에게 첫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도 부상 조심이다."

-나이 들어서 다치면 다른 이유보다는 '나이 때문'이라는 편견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부상이라는 게 조심한다고 안 당하는 게 아니더라. 몸을 사리면 부상을 많이 당한다. 몸을 안 사리고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오히려 팬분들에게 보답도 하고, 부상 방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동엽 선수가 들어오면서 외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나는 그런 생각을 안 한다. 젊었을 때면 경쟁을 해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최고참이다. 내가 두 번째로 목표로 삼았던 것이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솔직히 잘 하는 후배들을 이젠 이길 수는 없다.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왔다.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부상 방지고, 두 번째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빨리 준비한 건가?

"그런 면이 없지 않다. 나 자신에게 지면 이제는 끝났다고 봐야 되니까, 은퇴한다고 봐야하니까(웃음)."

-바뀐 공인구에 대해 얘기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어떤 느낌인가?

"우리 치는 게 바뀐 거야?(웃음) 모르겠다. 시즌에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바람도 많이 불고 어떻게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날씨가 더 좋아지고 시즌이 돼 봐야 '바뀌긴 바뀌었구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 삼성 박한이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연습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올 시즌 앞두고 각오 한마디.

"작년에 많이 아쉬웠다. 올해는 꼭 상위권 진입하는 게 제일 큰 바람이다. 삼성 라이온즈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최선을 다해서 상위권에 들도록 하겠다"

-은퇴하기 전에 가을잔치를 경험하거나 우승 한 번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나.

"우승하면 더 좋겠지만 가을잔치 한 번 더 해보고 은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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