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분하게 무서운 말을 하는 박정인 ⓒ송경택 영상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송경택 영상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울산에서 아시안컵을 앞두고 한창 담금질을 하고 있었다. 당시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 대표팀과 연습 경기를 했다. 당시 이름을 알린 선수가 있으니 당시만 해도 고등학생이던 박정인이다. 박정인은 2골을 터뜨리며 벤투호를 당황하게 했다. 졸업과 함께 프로 무대에 도전하는 박정인을 26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만났다.

큰 눈과 이마를 덮은 머리. 밖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고등학생의 외모다. 말을 섞어보니 아직 수줍고 어색한 기색을 지우지 못하는 10대 소년이다. 하지만 감출 수 없는 무엇인가 있다. 자신감과 패기를 도저히 숨길 수 없다. 한 단계 높은 프로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시험해볼 차례다.

울산은 이번 시즌 전북 현대와 2강으로 꼽힐 만큼 선수층이 탄탄하다. 이근호, 주민규, 김보경, 황일수, 김인성까지 대표급 공격진에, 주니오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도 있다. 박정인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다. 보고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다. "대단한 형들과 훈련하고 빨리 적응할 수 있어서 좋다. 형들이 다들 착하셔서 도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 그저 지켜볼 생각은 없다. 당장 출전 기회를 잡긴 쉽지 않지만, 때가 찾아올 땐 확실히 잡을 생각이다. 말투는 겸손한데 그 내용을 보면 단단한 의지가 느껴진다. "올해 목표는 소심하게 잡았다. 5경기 출전과 5개 공격 포인트. 1경기씩 뛰다보면 기회가 더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잡았다."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내비칠 수 있는 자신감이다. "어린 선수 치곤 속도, 볼 관리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골을 잘 넣고 골 결정력이 좋다. 그런 점을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침착하진 않은데, 고등학교 때는 막 차도 들어갔다. 경기 보러 오시는 분들이 재밌는 경기 보고 싶어하시니까 속시원한 슈팅 많이 보여드리려고 하겠다."

물론 프로 무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지레 겁먹는다고 바뀔 것도 없다. 앞으로 수준 높은 선배들과 겨루고 깨지고 한계에 부딪히면서 성장할 것이다. "대표팀 갈 때마다 재익이 형하고 많이 다니는데 '프로는 고등학교 시절이랑 차이가 엄청 크다. 정말 못하는 형들 아무도 없고 다 잘한다'고 하더라. 사회 생활도 배운 것 같다. 빨리 데뷔해서 부딪혀 보고 싶다."

대표팀에서 활약도 중요하다. 1월부터 김학범호에서 뛰느라 팀에 적응이 완벽하지 않다는 설명. "아무래도 힘들었다. 동계 훈련을 빠지고 대표팀에 갔다. 다시 돌아와서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형들이 가르쳐줘서 적응이 쉬웠다. 형들이 경기하는 것 보고, 또 부딪히면서 배웠다."

첫 성인 무대에 나서는 박정인은 바쁘고 싶다. 어디서든 더 뛰고 싶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준비할테니 불러달라는 당찬 '자기 홍보'도 아끼지 않았다. "목표보다는 올해는 바쁘고, 힘들고 싶다. 저는 준비가 돼 있는 선수다. 불러주시기만 하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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