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역 은퇴를 선언한 임창용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국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임창용(43)이 은퇴를 선언했다. 경쟁력을 증명했지만 부름을 받지 못했다. 결국 방출의 발판이 된 ‘그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임창용은 11일 에이전시인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을 통해 은퇴 의사를 밝혔다. 현역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임창용은 지난주 은퇴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임창용은 2018년 시즌을 끝으로 KIA에서 방출됐고, 2월까지 타 팀의 연락을 기다렸으나 현역 연장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6년 KIA로 이적한 임창용은 2018년까지 3년간 팀 마운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불펜에서 활용도가 컸다. 2016년에는 15세이브를 거뒀고, 2017년에는 51경기, 2018년에도 37경기에 나갔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와 2016년 징계에도 불구하고 3년간 171⅓이닝을 던지며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해에도 37경기에서 86⅓이닝을 소화하며 5승5패4세이브4홀드를 수확했다.

하지만 KIA는 시즌이 끝난 뒤 임창용을 전력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6월 2군으로 내려갈 당시 코칭스태프와 빚은 의견충돌이 결정적이었다. 세이브 상황에서 임창용이 등판하지 못한 게 발단이 된 것은 분명하다. 임창용은 불펜 기용 의견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IA와 김기태 감독이 받아들인 온도는 조금 달랐다. 코칭스태프 권한에 도전한다는 오해를 살 만한 여지도 있었다.

KIA는 임창용 사태가 불거진 뒤 일관되게 말을 아꼈다. 김기태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미 야구계에서는 시즌 막판부터 여러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타 구단들도 직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상황을 대략 파악했다. 일부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돌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임창용 영입’의 전제조건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머지 구단들은 항명에 가깝게 봤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임창용으로서는 억울한 점도 있었겠지만, 구단들의 시선은 냉정했다. 임창용이 시장에 나왔을 때 구단들이 난색을 보인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누구도 관심이 있다고 선뜻 나서지 않았다. “나이가 많아서”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인 임창용이라 설득력이 떨어졌다. 결국 “관리하기 어려운 선수”라는 낙인이 발목을 잡았다고 봐야 한다.

1~2개 구단은 현장에서 임창용 영입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를 우려한 나머지 일찌감치 뜻을 꺾었다. 한편으로 구단들은 여론에 너무 불이 붙은 것도 꺼렸다. 여러 사정이 겹쳐 영입전이 구체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결론은 지난해 11월에 모두 났다고 볼 수 있다. 임창용 측도 이런 분위기를 충분히 감지했을 것이다.

“시즌이 시작되고 부상자가 나오는 등 새 전력이 필요해야 임창용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다, 여론이 잠잠해져야 본격적으로 나서는 팀도 생길 것이다”는 전망도 있었으나 임창용은 시범경기가 시작되기 하루 전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전설의 은퇴로는 아쉬운 결말이었다. 임창용은 "갑작스럽게 은퇴를 결심하게 되어 향후의 계획은 좀 더 고민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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