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그아웃에 의자 하나가 더 필요할지 모른다. KBO 리그 감독들이 1군 엔트리를 기존 27명 등록 25명 출전에서 28명 등록 26명 출전으로 늘리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르면 올해 시행될 수도 있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144경기는 너무 많소!' 

이 주장에서 시작된 논의가 엔트리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엔트리를 27명 등록 25명 출전에서 28명 등록 26명 출전으로 늘리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감독들 사이에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됐다. 

선수들의 경기력만 생각하면 경기 수를 줄이는 게 답'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 야구 업계를 두루 살폈을 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프런트 경력이 있는 감독들이 경기 수를 줄이자는 의견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감독들은 엔트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144경기 대장정을 버티고자 한다.

지난해 10개 구단은 대체로 투수 11~13명, 포수 2~3명과 나머지 야수 13~14명으로 1군 엔트리를 구성했다. 만약 28명 등록 26명 출전이 현실이 된다면 KBO 리그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 두산 홍상삼. ⓒ 곽혜미 기자
◆ 투수 14명? 장담 못 한다

경기 수 축소 요구는 타고투저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한다. 144경기를 버티기에 투수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투수를 13명 둔 팀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8명 등록 26명 출전이 현실화하더라도 투수가 14명이 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15일 두산 김태형 감독에게 메이저리그의 '1투수 3타자' 규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메이저리그 현실에 맞는 규정 아니겠나"라며 "KBO 리그에서는 경기 시간이 더 늘어날 거다. 스트라이크 제대로 못 던지는 투수들이 많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27인 체제에서 그랬다면(그렇게 느꼈다면) 엔트리가 28명으로 늘어도 상황이 달라질 여지는 크지 않다. 같은 날 LG 류중일 감독도 '엔트리가 늘어나도 14번째 투수의 기량을 장담할 수 없지 않나'라는 말에 동의하며 "팀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프로 야구의 경우 올해부터 엔트리가 29명 등록 25명 출전인데, 현지 언론은 투수보다 야수를 늘리는 팀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리그 환경 차이도 있겠지만 일본 역시 엔트리 숫자에 1군 생존이 좌우되는 투수들의 불확실성을 크게 봤다. 

관건은 각 팀에 있는 14번째 투수의 기량이다. 투수층이 두껍다면 14명으로 늘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 LG 백승현. ⓒ 신원철 기자
◆ 유망주에게는 기회

타고투저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투수를 14명 둬도 전력 상승 여지가 확실치 않은 팀이 나올 수 있다. 대신 야수를 늘려 공격력을 강화하는, 혹은 수비력을 보강하는 팀이 나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등판하지 않는 선발투수 4명을 미출전 선수로 분류하고 야수를 1명 추가하는 팀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타자 육성이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28번째 1군 엔트리가 '원툴' 선수들의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타격은 확실한데 주루와 수비가 불확실한 선수라면 지금까지는 1군에서 기회를 주기 어려웠다. 엔트리가 늘어나면 이 28번째 타자 유망주가 출루한 뒤 다른 백업 선수로 교체해도 무리가 없다. 

연쇄 작용으로 백업 선수들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린다. 1군 동행이 아닌 정식 엔트리 등록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 탬파베이 케빈 캐시 감독(왼쪽)과 세르지오 로모.
◆ '오프너' 도입 가능성도

투수 14명 혹은 그 이상을 1군 엔트리에 둔 팀은 마운드 운영 폭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진다. 숫자도 숫자지만 생각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주목 받은 '오프너' 전략이 KBO 리그에 상륙할 가능성이 생겼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시작한 이 전략은 첫 번째 투수로 경기 초반 1~2이닝을 지킨 뒤 두 번째 투수에게 긴 이닝을 맡기는 방법을 말한다. 

'불펜 데이'와 차이가 바로 이 두 번째 투수의 기용 방식이다. 구원 투수를 연달아 내보내 투수를 자주 교체하는 방식은 불펜 데이, 두 번째 투수를 실질적인 선발투수처럼 활용하는 방식은 오프너로 구분할 수 있다. 

초반 실점이 많거나좌우 타자 상대 약점이 극명한 팀은 충분히 해볼 만한 방법이다. 당초 미국에서도 탬파베이의 실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탬파베이는 팀 평균자책점 3.74, 메이저리그 7위-아메리칸리그 2위라는 결과로 증명했다. 

이미 롯데 양상문 감독 등이 '한국식 오프너'를 주장하며 선발 투수의 1+1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엔트리가 늘어나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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