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에서 새 출발을 알린 이케빈은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알았다고 했다 ⓒ김태우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가지고 있을 때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잃었을 때 소중한 것을 아는 경우가 많다. 우완 이케빈(27·SK)도 최근 몇 달 사이 이 평범한 진리를 뼈저리게 느꼈다. 유니폼의 소중한 가치다.

데뷔는 화려했다. 해외파 경력부터 주목받았다. 2016년 삼성의 2차 2라운드(전체 11순위) 지명을 받았다. 첫 캠프에서는 스타였다. 그러나 그다음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삼성의 많은 지도자가 공을 들였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작이 되지 못했다. 리그에서 1군 선수들과 함께 뛰어본 것은 2016년 시범경기가 마지막이었다. 미련을 버린 삼성은 지난해 이케빈을 방출했다.

다행히 몇몇 구단에서 관심을 보였고, 가장 재빠르게 움직인 SK의 테스트를 통과한 끝에 새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이케빈은 “방출 통보를 받은 후 심리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SK에서 기회를 다시 줬다”고 고마워했다. 잠시 생각하던 이케빈은 “야구에 재미를 다시 느낀다”고 밝게 웃었다.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느낀 것들이 많다. 그리고 이제는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고마워한다. 심기일전하며 새롭게 시작했다. SK 퓨처스팀(2군) 가고시마 전지훈련을 완주한 이케빈은 “SK에 와서 첫 캠프였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생겼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의 그 느낌이었다”면서 초심을 강조했다.

준비도 철저히 했다. 이케빈은 “12월에 미국 시애틀의 드라이브라인 트레이닝 센터에서 개인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각오가 단단했다. 이케빈은 “한 달 정도 운동을 하면서 피치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썼다”면서 “커브 각이 조금 옆으로 휜다고 하더라. 초고속카메라, 랩소도 시스템으로 보며 많은 연구를 했다.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SK는 이케빈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고 있다. 김경태 SK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아무래도 많은 지도자의 손을 거친 선수다. 일단은 지켜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커브도 수준급이지만 투심패스트볼의 움직임이 좋다. 일단 가운데만 보고 던지라고 하고 있다. 기술적인 것보다는 감을 쌓아가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간 이케빈도 “폼을 바꾸라는 지시는 없었다. 던지는 느낌만 여유롭게 하라고 말씀하신다”면서 “지금껏 투구할 때 코너워크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렇게 하다보니 오히려 제구가 떨어졌다. 여기서는 그냥 가운데만 보고 던지며 투심의 움직임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제구가 좋아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첫 걸음을 설명했다.

이케빈은 김 코치의 지시대로 포심을 버리고 투심과 커브를 던지고 있다. 여기에 컷패스트볼과 서클체인지업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고시마에서는 최고 140㎞대 중반의 공을 던졌다. 공이 느리지 않은 만큼 패스트볼의 움직임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케빈은 “커브는 자신이 있지만 그 외에는 아직 변화구가 만들어진 게 없다. 계속 고민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가고시마 캠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이케빈은 올해 목표를 묻는 말에 “특별히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대개 타 팀에서 방출된 선수를 영입할 때 오래 기다리는 팀은 없다. 이케빈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다. 시간 낭비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 하루마다 목표를 가지고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기에 늦은 나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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