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생일'에 출연한 배우 전도연. 제공|매니지먼트 숲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생일'은 세월호 이야기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사람과 희생 당한 사람의 가족 등 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들, 또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도연은 '생일'에서 아들 수호(윤찬영)를 세월호 참사로 잃은 뒤 마음의 문을 닫고, 모든 사람과 단절하고 살아가는 여자 순남 역을 연기했다. 순남은 수호의 죽음을 현실적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철마다 수호의 옷을 사서 옷걸이에 걸어두고, 고장난 현관 센서등을 보고 수호를 느낀다. 

순남에게 수호는 단순한 아들이 아니었다. 잠시 해외로 떠난 남편 정일(설경구)을 대신할 정도로 듬직했던 아들의 죽음을 쉽게 인정하지는 못할 법했다. 그래서 주변에서 권하는 생일 모임을 더욱 거부했다. 

"순남이 생일 모임을 거부했던 것은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지 않고, 스스로 아들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살아가는 여자다. 남편 정일이 돌아오고, 남편을, 또 딸 예솔(김보민)을 통해 죽음을 인정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낸다. 순남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순남이 거부했던 '생일 모임'이다.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이 그렇지만 이 장면은 더욱 현실과 같다. 전도연은 실제 생일 모임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시나리오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실제로 참석해 본적은 없다. 감독님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영화 속 생일 모임이 실제와 똑같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촬영도 특별했다. 30분 가량 이어진 롱테이크였지만 한번에 촬영했다. 이틀동안 생일 모임 장면에 집중했다.

"영화에서 보는 것과 똑같다. 모여 앉아서 카메라를 세 대 놓고 방향만 바꿔가면서 촬영했다. 누군가가 감정적으로 따라오지 못해 NG가 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계속 연기를 했다. 특별히 NG라는 것이 없었다. 순남의 가족이 주인공이기도 했지만, 그곳에 있는 모든 가족, 수호의 친구들 등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 영화 '생일'에 출연한 배우 전도연. 제공|매니지먼트 숲

전도연은 '생일' 출연을 결정하기 전에는 유가족을 만나지 않았다. 오로지 시나리오만으로 결정을 하고싶은 마음이었다. 이종언 감독에 대한 존중의 의미도 담겨있었다.

"유족을 만나지는 않았다. 시나리오만 보고 결정하고 싶었다. 시나리오 외에 다른 감정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 감독님은 다큐멘터리를 찍기도 했고, 충분히 그 분들(유족)의 입장이나 감정을 알고 시나리오를 썼다. 그것에 대한 100% 존중이 중요했던 것 같다."

모든 작업이 끝난 후, 영화가 공개되기 전, 유족 시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도연은 유족을 만날 수 있었다. 직접 만나는 것이 무서웠다. 어떤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고.

"직접 만나는 것이 무서웠다.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씀 드리기도 했다. 유족 시사회를 하고 무대인사를 갔는데 다 울고 있었다. 극장에 들어 갈수가 없더라. 무대인사를 했는데, 어머님들이 손수 만들어서 수를 놓은 지갑을 쥐어 주시면서 '감사하다'고 하더라. 무섭고 부담스럽다고만 느꼈는데 죄스러웠다. 누군가가 먼저 다가가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망설임 끝에 출연했고, 모든 감정이 어려웠다. 매 신 고민을 하지 않은 신이 없었고, 힘들었다. 하지만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출연하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이라는 속내를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는 국민적인 트라우마다. 잊지 말자고, 기억하자고 하긴 했지만, 사실은 잊고 있었고,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과거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라면, '생일'에 참여한 후에는 뭐라도 하나 할 수 있는 것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내가 배우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영화 '생일'에 출연한 배우 전도연. 제공|매니지먼트 숲

결과적으로는 출연을 했고, 개봉까지 했지만 처음부터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관객들이 어떻게 보여질지, 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인 이유로 '생일' 때문에 다른 오해가 불거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조심스러운 마음이 함께했다. 하지만 전도연은 생각했다. "소재가 불편할수 있지만, 보고나면, 누군가를 응원해 줄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라고. 이것이 전도연의 '생일'에 출연한 진심이었다.

ye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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