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성년'의 배우 박세진 인터뷰

▲ 영화 '미성년'의 박세진.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은 배우 출신 감독의 저력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우리 엄마와 너희 아빠의 불륜, 그 오묘한 관계에 놓인 두 여고생의 이야기는 섬세한 연출과 탁월한 연기 덕에 평범한 불륜극을 넘어선 매력 만점의 드라마로 다가온다. 두 소녀를 연기한 주인공은 배우 박세진(23)와 김혜준(24)이다. 500대2의 경쟁률을 뚫고서 최고의 배우이자 비범한 신예감독, 김윤석의 선택을 받았다는 자체만으로도 주목할만 하지만, 작품을 들여다보고 곱씹을수록 두 사람의 존재는 더 반짝인다.

선생님마저 문제아로 일단 점찍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아이 윤아는 꿋꿋하지만 외로운 아이다. 남편 없이 홀로 딸을 키우다시피 한 어머니 미희(김소진)의 불륜에 윤아는 기가 찬다. 뒤늦게 만난 '아내 있는' 남자를 '마지막 사랑'이라며 행복해 하는 모습에 화낼 기력조차 없다. 대신 그는 어쩌다 너무 일찍 세상에 나와 버린 자그마한 남동생과 함께할 계획을 세운다. 무모하지만 씩씩하게. 부스스한 듯한 얼굴 사이 빛나는 야무진 입술, 고집센 눈매로 윤아를 그려낸 이가 바로 박세진이다.

박세진이 처음 연예계에 발을 들인 것은 2013년. 늘씬하고 고운 동생이 너무 예뻤던 언니의 권유로 고2 때 지원한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덜컥 붙어 본선에 나간 게 시작이었다. 막상 진출하고 나니 무엇하나 허투루 할 수 없었고, 그렇게 4개월을 갈고 닦아 모델이 되고 나니 개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저도 열심히 하려고, 뭔가 성취하려고 노력했지만 혼란스러울 떄도 있어요. 진짜 뭔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드라마 '마녀보감'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죠. 작지만 염정아 선배를 따라다니는 역할이었어요. 선배님이 몰입하시고 자기 일을 사랑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연기라는 게 막연한 꿈 이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더 해보고 싶고, 더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영화 '미성년'의 박세진.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감독 김윤석의 첫 영화 '미성년'은 배우 박세진에게도 첫 영화다. 신인배우 박세진에겐 더없는 기회였다. 연기파 감독의 첫 영화라는 부담, 수많은 선배와 함께한다는 부담보다 더 크게 다가온 건 "오디션에 합격하고 싶다는 마음" 자체였다. 떨렸지만 "나를 보여드려야 했다"고 박세진은 당시를 떠올렸다.

"최종 오디션이 극중 옥상 장면 연기를 하는 거였어요. 심사위원으로 나홍진 감독님이 오셨는데 너무 떨리는 거예요. 제가 붙겠다 생각은 못 했어요. 하지만 같이 한 혜준(주리 역) 언니 생각은 했어요. 내가 떨어져도 언니는 붙겠구나."

배역이 정해진 오디션이 아니었지만, 외로운 아이 윤아는 오디션을 준비할 때부터 박세진에게 가까이 다가왔던 캐릭터였다. 시나리오부터 다양하게 담겨있던 윤아의 모습을 하나씩 곱씹으며 박세진은 윤아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윤아를 생각하면, 어린 윤아가 집에서 혼자 부모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생각나요. 제3자 입장에선 안스럽지만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선 그냥 부모님이 보고 싶었을 거예요. 저도 모르게 외로움이 차곡차곡 쌓였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가까워졌던 것 같아요."

감독 김윤석이 주문한 건 무엇보다 '모든 상황을 100% 느끼고 진심으로 내뱉는 것'이었다고. 못 느껴 꾸며내 연기를 하면 모든 걸 알아채던 감독 김윤석은 "100%가 아니면 넘어가지 않으셨다"고 박세진은 치열했던 현장을 떠올렸다. 하지만 힘든 연기를 해낸 뒤, 어깨 한 번을 토닥이고 스치는 감독 김윤석에게서 큰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말하지 않아도, 하나하나가 위로를 해주신다는 걸, 모두 알 수 있었어요. 굉장히 감사했어요…. 늘 상황에 목입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셨고, 연습때도 연기의 본질을 가장 중시하며 가르쳐 주셨어요. 연기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대로 느껴야 한다는 것. 절대 꾸밈 없이, 거짓 없이요."

오디션부터 척척 맞았던 김해준은 물론, 든든한 선배들과의 호흡은 하나부터 열까지 배움의 현장이었다. 박세진은 "신인배우로서 대단한 영광이었다"며 "거기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엄청난 에너지로 저를 끌어주시고 도와주신 선배들이 계셨기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촬영을 마무리했에야 해냈다는 생각이 났어요. 2달 간 오롯이 윤아를 표현해야 해서 늘 '아프면 안된다', '현장에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할 수 있을까 했던 그 2달을 지나 작품을 끝냈을 땐 버텼다는 마음이 크더라고요. 오히려 영화가 개봉한 뒤가 신기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미성년' 속 윤아가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박세진. '미성년'과 함께 배우 인생의 새 막을 시작한 그녀에게 올해의 바람을 물었다.

"좋은 선배님, 감독님과 좋은 작품에 함께하면서 많이 배우고 내공을 탄탄하게 하는 게 저의 바람이라면 바람입니다. 재미있는 영화가 따뜻하게 관객에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사랑해 주시고, 박세진도 기억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roky@spotvnews.co.kr

▲ 영화 '미성년'의 박세진.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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