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용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이 코칭스태프와 함께 일본전 시작 전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20세 연령대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정용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의 선택이 절묘하게 통했던 한 판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대표팀은 5일 오전(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일본과 16강전에서 후반 39분 오세훈(아산 무궁화)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며 8강에 진출했다.

조별리그부터 16강까지 정 감독의 상대 맞춤형 전략, 전술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정 감독은 대회 직전부터 3-5-2 전형의 수비 중심적인 경기 운영을 택했다. 전문 풀백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국제대회에서는 수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과 1차전에서 3-5-2 전형에 중원을 두껍게 만들면서 역습을 노렸던 대표팀은 거꾸로 역습 한 방에 다했다. 정 감독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2차전에서 4-2-3-1 전형으로 바꾸면서 이강인(발렌시아CF)을 오세훈 밑에서 연계에 집중하도록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아르헨티나와 3차전이 문제였다. 정 감독은 3-5-2 전형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이강인을 오세훈과 투톱처럼 뛰도록 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강인이 수비 부담을 덜면서 공을 간수하는 시간이 늘었고 오세훈의 골에 정확한 가로지르기(크로스)로 도움을 기록했다.

정호진(고려대)의 발견도 인상적이다. 정호진은 1차전에 선발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2차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등장했고 일본전까지 붙박이로 자리 잡았다. 전방 압박을 해주면서도 플랫3 수비라인의 보호자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김정민(FC리퍼링)이 흔들리는 것을 뒤에서 잡아주며 헌신했다. 정 감독의 역할 분담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일본전에서는 조별리그에서 시도했던 모든 것을 전, 후반에 나눠 보여줬다. 전반은 3-5-2 전형으로 일본의 공세를 버텼다. 일본만 만나면 어느 연령대를 막론하고 공격적으로 나섰던 것과는 180도 달랐다. 일본이 더 당황하며 한국의 수비 공간을 뚫기 위해 애썼지만, 정 감독은 담담했다.

그러자 일본은 한국의 무기였던 터프함으로 수비를 깨기 위해 의도적으로 몸싸움을 하거나 팔꿈치로 가격했다. 한국은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견딘 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엄원상(광주FC)을 투입하면서 수비를 플랫4로 바꿨다. 일본에 내줬던 점유율을 서서히 올리면서 슈팅 수도 늘렸다.

골대 운까지 따라주는 흐름에서 정 감독은 좀 더 대형을 올리면서 수비를 압박했고 그 결과 오세훈의 골이 터졌다. 정호진의 압박에 당황한 일본 수비가 주변 동료에게 볼을 걷어내려던 것이 최준(연세대)에게 닿았고 결승골이 됐다. 버티며 역습을 노리던 한국이 갑작스럽게 공세적으로 전환하자 일본 스스로 경기를 그르친 것이다.

정 감독은 대회 직전 수비 완성도를 높이면서 빠른 공수 전환에 집중했다. 일본보다 이틀이나 덜 쉬었지만, 후반 막판 체력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일본 앞에서 카멜레온처럼 대응한 정 감독의 성공적인 90분이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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