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려를 씻고 반전을 쓰는 FC서울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FC서울의 2018 시즌은 악몽과 같았다. 올라갈 팀은 올라갈 것이라 믿었건만 끝내 반전은 없었다. 최종 순위는 11위. 마지막 2연패는 서울을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몰았다. 2016 시즌 챔피언의 몰락. 생존에 성공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서울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누르고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2019 시즌 준비 과정도 그리 순탄치 않아 보였다. 최용수 감독은 겨울 전지 훈련이 한창이던 지난 2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인터뷰에서 "내가 내년까지 임기인데 내년까지 성적, 결과를 이끌어 낼 건지 명확한 구단의 목표 설정, 비전을 제시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뚜렷한 선수 영입이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목표 설정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었다. 서울의 시즌 시작이 물음표였던 이유다.

◆ 서울은 다같이 뛰는 축구로 분위기부터 잡았다

최 감독은 팀을 상황에 맞게 잘 꾸려서 개막전에 나섰다. 지난 3월 포항 스틸러스와 개막전을 앞두고 최 감독은 "부잣집 도련님이 소년 가장이 됐다"는 말로 서울의 현실을 짚었다. 이어 "우리가 안 무서운 팀이 어딨나. 우린 도전자"라고 단언했다. 간절하게 덤벼든 결과였을까 서울은 2-0 깔끔한 승리를 잡아내며 산뜻한 시즌 출발을 했다.

시즌 초반 서울이 고치려고 한 것은 팀 분위기였다. 스타 선수가 즐비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 11명이 힘을 모아 뛰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포항과 개막전을 마친 뒤 고광민은 "개인보단 팀을 우선하는 게 강해졌다. 똘똘 뭉치는 게 좋아졌다. 한 생각으로 움직이는 게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소집 해제 뒤 팀에 복귀한 고광민은 팀의 변화를 몸으로 가장 쉽게 느낀 선수였을 터.

서울은 초반 4경기에서 3승 1무 승점 10점을 따내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경기력에선 만족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 서울이 점유율을 높이고 있을 때 공격 전개가 쉽지 않았다. 서울은 세트피스와 역습에서 골을 잡아내고 수비적으로 버티면서 결과를 냈다. 골키퍼 유상훈의 슈퍼 세이브, 때론 '운'까지 서울의 성적에 도움을 줬다.

시즌 첫 패배였던 5라운드 울산 현대전 패배 뒤 최 감독은 '회초리'를 들었다. 패배 자체를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결국 '간절하지 않은' 태도를 문제 삼았다.

6라운드 경남FC전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최 감독은 "울산전이 끝난 후 나 스스로 화가 났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표출했지만, 결과는 가져왔지만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본인들이 우리가 괌, 가고시마에서 준비했던 것 포항전에서 보여준 걸 유지해야 했다. 순위가 위에 있으니 안일한 생각으로 그게 진짜인 줄 알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공개적으로 혼냈다.

경남FC전을 2-1로 승리한 뒤에도 최 감독은 만족 반, 불만족 반이었다. 최 감독은 "어찌 됐든 결과는 가져왔다. 내용에선 많이 밀렸다. 운도 따랐다. 승점 3점을 따낸 집중력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다시 단단히 다진 분위기엔 합격점, 경기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최 감독은 "시즌 초반이다. 각 팀에서 원하는 색이 100%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빠른 템포의 조직적인 공격과 수비를 해야 한다. 볼이 없을 때도 영리해야 한다. 승점은 가져오고 있지만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않다. 미쳐버릴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구상하는 경기력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 최용수 감독의 환호 ⓒ한국프로축구연맹

◆ 작은 성공이 모여 큰 자신감을 만들다

그렇게 버티던 서울이 드디어 자신감 있는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물러선 상대를 만나서도 과감하게 공격한다. 작은 성공들이 모여 팀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 14라운드에서 성남FC를 3-1로 꺾고 K리그 통산 500승을 달성한 뒤 고요한은 "전진 패스, 원터치 패스, 삼자 패스는 감독님께서도 강조하셨다. 좋은 장면이 많이 나오다보니까, 선수들도 그런 움직임도 하고 선수들도 생각의 방식이 바뀌면서 경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3자 움직임도 많아지고, 볼도 많이 받으려고 하고. 그런 점들이 자신감으로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은 다시 막판 뒷심으로 이어진다. 5라운드 울산 원정에서도, 9라운드 전북 원정에서도 패배는 했지만 경기 종료 직전 골을 넣으면서 집중력을 유지했다.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에서도, 대구FC전에서도 경기 막판 승점을 버는 박주영의 골이 나왔다. 

15라운드 경남FC 원정은 달라진 서울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한판이었다. 팽팽하게 맞서다가 후반 42분 '붕대 투혼' 박주영의 머리에서 골이 터졌다. 하지만 불과 3분 만에 실점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었지만 서울은 침착하게 반격에 나서더니 다시 2분 뒤인 후반 추가 시간 오스마르가 골을 터뜨려 2-1 승리를 거뒀다. 패할 경기에서 비기고, 비길 경기에서 이긴다는 '잘되는 집'의 요건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 "아직 우승 후보 아냐" 약속의 9월을 기다리는 서울

숨가쁘게 3개월을 보내고 K리그는 A매치를 맞아 잠시 숨을 고른다. 서울은 승점 31점을 따내 3위를 달린다. 선두 전북, 2위 울산은 나란히 승점 33점. 서울은 호시탐탐 선두를 노리고 있다.

서울은 여전히 우승 후보라는 말에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고 말한다. 최 감독은 "전북, 울산, 대구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8,9월에 진짜 (우승 경쟁이)시작된다. 버티고 딱 더 버티고. 1,2번 기회는 오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9월엔 서울에 새 선수 영입과 다름 없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산 무궁화에서 의경 신분으로 복무하는 주세종과 이명주가 복귀한다.

반전의 3개월이었다. 강등의 문턱에서 돌아온 서울은 더욱 단단해져서 돌아왔다.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이 아닐까. 주장 고요한은 "절실하지 않고는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냉정하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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