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과 우승을 목표로 뛰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다 보니까 안타가 나오는 것 같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에게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때린 비결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우승만 생각하며 달려왔더니 100안타를 쳤고, 100안타를 치니 팀이 선두 싸움을 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14일까지 70경기를 뛰면서 타율 0.363(281타수 102안타) OPS 0.973 10홈런 51타점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100안타 고지를 밟았고, 90안타를 친 2위 이정후(키움) 강백호(kt)와도 12개 차이가 난다. 타율은 NC 양의지(0.371)에 이어 2위다.

페르난데스의 활약 덕에 두산은 FA 포수 양의지가 없고, 중심 타자 최주환이 옆구리 부상으로 5월 말까지 이탈한 상화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 두산은 15일 현재 44승 26패로 2위다. 선두 SK 와이번스와는 2경기 차다. 정규 시즌 1위는 여전히 가시권에 있다.

◆ 싸우기 싫은 타자 페르난데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페르난데스를 "기본기에 충실한 타자"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타격할 때 하체가 돌고 상체가 따라나오면서 치는 게 기본이다. 그래야 배트에 맞는 면적이 넓다. 공이 와도 배트가 뒤에 있으면 언제든 칠 수가 있다. 보통 타석에서 쫓기는 타자를 보면 급하니까 상체가 먼저 나온다. 그러면 배트에 맞는 면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페르난데스는 공을 잘 치는 것 이상으로 상대 투수에게 까다로운 타자다. 장타력에 콘택트 능력, 그리고 공을 고르는 눈까지 갖췄다. 페르난데스는 4사구 36개를 얻는 동안 삼진은 25개에 그쳤다.  

김 감독은 페르난데스가 지금 페이스면 200안타도 충분히 칠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 "상대 투수가 페르난데스를 거르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붙였다. 

김 감독은 "200안타씩 치는 타자들을 보면 보통 단타를 많이 치는 발이 빠른 타자들이다. 페르난데스는 장타력도 있고, 주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승부를 걸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리그 적응기를 마치면서 페르난데스의 방망이는 더욱 매섭게 돌아가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지금 두산은 선수 생활 시작부터 뛴 팀인 것처럼 편하다. 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충분히 적응했다. 상대 투수들도 몇 번 본 뒤로 타석에서 조금 더 편한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 페르난데스만의 루틴, 영상 통화

페르난데스는 경기 전 훈련이 끝난 뒤 휴식 시간이면 조용한 더그아웃에서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한다. 루틴이라 생각될 정도로 거의 거르지 않는 일상이다. 페르난데스와 친한 선수들은 통화를 방해(?)하는 장난을 치거나 페르난데스의 가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페르난데스는 영상 통화 또한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너무 야구에만 집중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가족 또는 친구랑 보통 통화를 한다. 가끔은 노래도 듣는다. 너무 야구만 생각하면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가족들의 응원은 낯선 한국 생활에 큰 힘이 된다. 페르난데스는 "SNS에 한 팬이 내 기록만 모아서 올려줘서 잘 보고 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 공유해서 가족들도 같이 보고 있다. 가족들은 그 자료들을 보고 응원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 페르난데스는 두산 베어스가 평생 뛴 팀인 것처럼 편하다고 한다. ⓒ 곽혜미 기자
◆ 동료들도 인정한 페르난데스

두산 타자들은 낯선 리그에 오자마자 안타를 펑펑 치는 페르난데스에게 비결을 묻곤 한다.  페르난데스는 그럴 때면 복잡한 조언보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해주려 한다. 

페르난데스는 "여러 선수가 와서 어떻게 잘 치는지 물었다. 어렵게 이것저것 이야기하지 않고 존에 들어오는 좋은 공을 치라고 했다. 콘택트 능력이 좋으니까 좋은 공을 잘 맞히라고 쉽게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팀 타자들은 다 잘하고 충분히 능력이 있다. 그래서 내 조언은 동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정도인 것 같다.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아직 절반도 안 왔다. 다들 더 잘 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스의 목표는 두산과 계약서에 사인할 때부터 우승이었다. 연봉 70만 달러에서 옵션이 35만 달러인데도 개의치 않았다. 옵션을 채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페르난데스는 "모든 기록에서 최고의 타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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