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사이드암 박치국은 6월 6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감독님께서 직접 마운드에 올라오신 게 처음이었어요. 그날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그날 이후 다시 마음을 잡은 것 같아요."

두산 베어스 사이드암 박치국(21)은 올 시즌 전환점으로 지난 4월 16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을 꼽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과 처음으로 마운드 위에서 마주한 날이었다. ⅔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김 감독의 힘 있는 한마디가 강하게 마음에 와닿았다. 

박치국은 "감독님께서 직접 올라오시길래 처음에는 혼날 줄 알았다. 계속 안타를 맞고 있었으니까 한소리 들을 줄 알았는데 '(박)치국아 직구 세게 세게 던져'라고 하셨다. 감독님 내려가시고 결국 안타를 하나 더 맞고 내려온 거로 기억하는데, 그날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순간 다독이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박치국이 충분히 자기 공을 잘 던지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김 감독은 "치국이가 초반에 많이 맞긴 했지만, 자기 공을 자신 있게 던지니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타자들이 잘 친 거다. 피하다 맞았으면 계속 쓰기 힘들다. 자기 공을 자신 있게 잘 던지고 있고, 점점 좋아지는 게 보인다"고 힘을 실어줬다. 

박치국은 올겨울 어깨 부상으로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2군 캠프에 합류해 몸을 만든다고 만들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 공이 계속해서 맞아 나가면서 실점했다. 4월은 8⅔이닝 평균자책점 7.27, 5월은 9⅔이닝 평균자책점 8.38로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 박치국은 지난 4월 16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김태형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방문한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했다. ⓒ 두산 베어스
박치국은 "지난해는 타자들이 나를 잘 몰랐으니까 공이 통했다. 올해는 구속이 오르고 구위가 좋아졌는데도 맞아 나가서 타자들이 나를 알고, 내 공이 읽힌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올해는 준비 시간이 부족했으니까 다음 시즌에는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초반에는 '맞으면 어떻게 하지' 이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올라가면 맞는다. 지난해에는 직구를 던지면서 '칠테면 쳐봐라'라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올해는 생각이 많았다. 타자들이 나를 안다고 생각하니까 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마음처럼 풀리지 않아 뭐가 문제인지 계속해서 생각했다. 박치국은 "너무 많이 맞으니까 팀에 미안했다. 폼이 문제인지, 볼 끝에 문제가 있는 건지, 습관 같은 게 생겨서 읽히는 건지 여러 생각을 했다. 결론적으로는 문제가 하나도 없었다. 내 마음이 문제였다. 맞을까 봐 확정을 하지 못하고 들어갔다. 이제는 안 그런다"고 밝혔다. 

김원형 투수 코치와 정재훈 불펜 코치는 박치국에게 "볼은 아무 이상 없다. 진짜 좋다"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박치국은 덕분에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박치국은 6월부터 다시 자기 페이스를 되찾았다. 6경기에서 5이닝 동안 19타자를 상대하면서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1승 1홀드를 챙겼다. 4월에 최고 148km까지 나오던 구속이 지금은 144km로 줄었으나 위력은 더 좋아졌다.

박치국은 믿고 계속해서 기회를 준 김 감독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감독님께서 믿고 계속 써주시니까 1경기, 2경기 잘 던지기 시작하면서 좋아진 것 같다. 욕심인 것 같지만 더 잘 던지고 싶다. 남은 한 경기 한 경기 잘 던져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