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혁 감독
[스포티비뉴스=아산, 유현태 기자] 아산 무궁화에 오세훈이 돌아왔다. 박동혁 감독은 기특한 제자의 복귀를 반기며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은 지난 5월 25일 개막해 1달 정도 한국 축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20세 이하(U-20) 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결승까지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아르헨티나, 일본, 세네갈, 에콰도르를 연파하며 결승까지 올랐지만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했다. 한국 남자 축구가 FIFA 주관 대회 결승까지 오른 것은 최초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오세훈은 한국의 최전방을 든든히 지켰다. 193cm의 장신으로 끈끈하게 수비와 싸우며 공을 지켰다.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최전방에서 수비에도 힘을 보태며 '팀플레이어'로서 자격도 보여줬다. 조별 리그 3차전 아르헨티나전 선제골과 16강 '숙적' 일본전에서 기록한 결승 골은 한국의 결승행에 중요한 교두보가 됐다. 그런 오세훈에게는 토트넘의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의 이름을 딴 '오렌테'란 별명이 붙었다.

꿈같은 시간이 지나고 이젠 현실로 돌아와야 할 때. 지난 26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한 오세훈도 "적막하고 조용하다. 대표 선수들끼리 생활하다가 아산에 돌아오니 막내다. 아쉽다"고 말할 정도. 오세훈은 이내 "한국에 왔다. 적응도 다 마쳤다. 부산전부터 이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 오세훈 ⓒ한희재 기자

U-20 월드컵은 오세훈에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박동혁 감독은 그를 직접 아산에 임대 영입한 뒤 지도하고 있다.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오세훈이 발전하기 위해선 노력할 점이 많다고 힘줘 말한다. 

박 감독은 "세훈이를 생각은 하고 있었다. 재작년 울산에서 전지훈련 때 연습 경기를 할 때 눈에 쏙 들어왔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울산을 직접 방문해서 요청을 했다. 사실 세훈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에이전트가 부모님도 허락해주셨고, 울산 구단과 김도훈 감독님도 저한테 보내줄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된 것 같다. 세훈이가 팀에 합류해서 보니 마음가짐이나 하려고 하는 의지가 (보였고), 선수들하고 섞여서 잘하더라. '잘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동계 때는 더 잘했다. 기대를 많이 했다. 개막전에서도 골을 넣었고. 재능이 있고 능력이 있는 친구지만, 아산에 와서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면서 오세훈을 영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일전에서 결승 골을 기록한 뒤 오세훈은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박동혁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언급해 화제였다. 박 감독은 "소름이 사실 돋더라. 찡하게 오더라. 현지에서 경기가 끝나자마자 정신이 없을텐데 제 이름을 언급해주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느낌이 남달랐다. 기특했다"며 웃었다.

박 감독과 오세훈이 이렇게 '찰떡궁합'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박 감독은 "세훈이가 워낙 울산 스쿼드가 좋아서 어려운 상황에서 왔다. 또 저도 필요해서, 원해서 불렀다. 서로 잘 맞아서 대표팀에도 가고 리그에서도 잘했다. 월드컵에 가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그런 과정에서 궁합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저도 세훈이한테 후회없이 오라고 메시지도 주고 통화도 했다. 저도 20년 전에 그 대회에 나갔지만 포르투갈에 졌다. 세훈이도 하필 포르투갈과 만났더라"고 설명했다.

오세훈의 잠재력을 인정하기에 더 큰 선수로 성장해주길 바란다. 박 감독은 오세훈의 장단점을 세세하게 짚어줬다. 공격수 출신인 '원 소속팀' 김도훈 감독과 달리 수비수 출신인 박 감독이 줄 수 있는 것들도 존재한다. 박 감독은 "세훈이가 사실 몸싸움을 썩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차분하고, 얌전하고. 지금은 많이 변해서 월드컵을 보니 몸싸움도 적극적으로 해주더라. 신체 조건이 큰 선수 치곤 활동량이 좋은 것이 장점이다. 크로스 타이밍, 스루패스 타이밍에 움직여주라고 요구한다. 크로스 타이밍에 세훈이가 움직여주면 다른 선수들에게 찬스가 난다고 해서 강조한다. 헤딩 싸움 등 적극적인 것을 강조했다. 대표팀에 가니 아산에서보다도 더 잘해줬다"고 말한다.

이어 "저도 수비수 출신이긴 하지만 어렸을 땐 스트라이커였다. 저도 득점을 많이 한 편이다. 감독이 되면서도 공격 성향이 강해서 수비 축구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세훈이한테 슈팅 타이밍은 많이 알려줬다.(웃음) 세훈이가 템포가 조금 있다. 잡아두고 빠르게 하는 걸 원했다. 수비수들이 태클이나 발이 들어오면 걸리기 때문이다. 터치해두고 바로 가는 슛을 몇 번 이야기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움직임, 스크린을 강조한다. 볼 관리 능력도 좋고 슛도 좋다. 순간적으로 돌아서서 슛을 시도하면 안 들어가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 장점을 보여주면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오세훈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아산에도 축구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홈 경기에는 5016명의 유료 관중이 찾았다. 이번 시즌 가장 많은 관중이었다. 박 감독은 "인구 대비 많은 관중들이 오셨다. 오랜만에 경기장 분위기를 제대로 느낀 것 같다.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프로 축구가 한다는 느낌. 경기 중엔 모르지만 득점 때에, 경기를 끝난 뒤에 팬들이나 서포터들의 호응도가 좋았다. 축구붐이 불었다는 생각도 든다. 선수들도 흥이 나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팬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아산은 오는 30일 부산 아이파크 원정 경기에 이어, 다음 달 7일엔 전남 드래곤즈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홈 경기를 치른다.

스포티비뉴스=아산,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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