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쉬움에 머리를 감싸쥔 콜롬비아 팬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좋은 경기력으로 펼치는 팀이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엔 콜롬비아가 뛰어난 경기력에도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콜롬비아는 29일(한국 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코린치안스에서 열린 2019년 코파 아메리카 8강전에서 칠레와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했다.

이번 대회 콜롬비아는 짜임새 있는 경기력을 뽐냈다. 조별 리그 첫 판부터 리오넬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를 2-0으로 완파했다. 이어 카타르와 파라과이까지 각각 1-0으로 깔끔하게 잡아내고 8강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칠레전은 쉽지 않았다. 디펜딩 챔피언인 칠레는 여전히 활발하고 적극적인 압박 전술로 콜롬비아와 맞불을 놨다. 밀고당기는 주도권 다툼 속에 팽팽하게 맞섰다. 칠레가 콜롬비아의 골문을 두 번이나 열었지만 VAR 덕분에 오프시아드와 핸드볼 반칙이 선언되는 약간의 운도 따랐다. VAR 도입 전이라면 그대로 '골'이 선언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기술의 발전이 콜롬비아를 돕긴 했지만 명백히 문제가 있었던 장면. 어쨌든 콜롬비아는 공격적인 칠레를 막아내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후반전 막판 경기 주도권을 내줬던 것만 제외하면 주도권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 승부차기를 실축한 테시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스타일이 잘 녹아든 것처럼 보인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을 지도하며 한국을 지독히도 괴롭혔다. 2011년 4월 이란에 부임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에 강력한 수비를 심었다. 이후로 5번을 만났지만 1무 4패를 거뒀다. 거의 8년 5개월 동안 이란을 상대로 신고를 하지 못했다.

콜롬비아 역시 케이로스 체제의 이란과 비슷한 강점이 나왔다. 많은 득점을 뽑는 것은 아니지만 실점하지 않고 찬스에서 득점하면서 승리를 잡는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끈끈한 축구가 핵심이다.

비록 콜롬비아가 탈락하긴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남긴 기록은 빼어나다. 승부차기에서 승패가 갈린 것은 통상 '무승부'로 본다. 콜롬비아는 3승 1무, 4득점 무실점으로 대회를 마감하게 됐다. 8강에 오른 8팀 가운데 가장 높은 승점을 이미 획득한 상황(우루과이가 8강전을 이기더라도 3승 1무를 거둔다)이다. 무실점 역시 자랑할 만한 기록이다.

케이로스 감독이 콜롬비아의 지휘봉을 잡은 뒤 거둔 성적은 6승 1무 1패. 유일한 패배는 지난 3월 A매치 기간에서 맞붙은 한국(1-2 패)이다. 월드컵 예선에 돌입해서도 콜롬비아는 단단하게 출전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콜롬비아의 탈락에서'우승'이 얼마나 어려운지 읽을 수 있었다. 메이저 대회의 우승은 단순한 기량이나 전력에 더해 하늘이 점지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브라질의 축구 황제 호나우두는 두 번이나 월드컵을 드는 영광을 누렸으나,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클럽 대항전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단 1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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