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스는 8일(이하 한국 시간)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4-0으로 이기면서 디비전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컵스 타선이 상대 선발 게릿 콜로부터 4점을 뽑는 동안 아리에타는 9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11탈삼진 완봉승을 완성했다. 흥미로운 점은 콜의 이날 경기 실점이 아리에타가 8월 이후 허용한 점수(4자책점)와 같다는 사실이다.
아리에타의 이날 승리에는 많은 기록이 담겨 있다. 포스트시즌 역사상 두 자릿수 탈삼진 무사사구 완봉승은 아리에타가 처음이다. 또한, 컵스 투수가 거둔 포스트시즌 완봉승은 1945년 월드시리즈에서 클라우드 파시우 이후 처음이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한 경기 11탈삼진은 2003년 케리 우드가 세운 컵스 투수 최다 기록과 같다.
다른 기록도 있다. 아리에타는 7회 2사 후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도루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에서 투수의 도루(1위 존 스몰츠 3개)는 2009년 클리프 리(필라델피아 필리스) 이후 처음이다. 아리에타는 정규 시즌에 이날 경기를 보태 31이닝 연속 무실점을 이어 갔고, 컵스는 아리에타 선발 등판 때 연승 기록을 14로 늘렸다.
올 시즌 후반기 아리에타의 평균자책점은 0.75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낮다. 8월 이후에는 더 압도적이다. 12경기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0.37, 이 기간 피안타율은 0.136에 그친다. 올 시즌 마지막으로 아리에타에게 패배를 안긴 팀은 7월 26일 필라델피아. 이마저도 콜 해멀스(현재 텍사스 레인저스)의 노히트게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리에타의 포스트시즌은 지난해 범가너가 오버랩 된다. 당시 범가너도 포스트시즌 첫 등판이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이었다. 상대와 구장 역시 피츠버그, PNC 파크로 같았다. 범가너는 9이닝 4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아리에타와 같이 완봉승을 달성하면서 팀을 디비전시리즈로 이끌었다.
지난해 범가너의 행보는 올 시즌 아리에타를 기대하게 한다. 범가너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등판했다. 7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잘 던졌으나 타선 부진으로 1-4 패배. 범가너의 2014 포스트시즌 마지막 패전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시리즈 전적 3-1로 워싱턴을 누르고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고 범가너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범가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 7⅔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이끈 뒤,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서 있던 5차전에 등판해 8이닝 3실점 역투로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펼친 월드시리즈 역시 범가너의 무대였다. 1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5차전에서는 9이닝 동안 탈삼진 8개를 곁들이며 완봉승을 달성했다. 마지막 7차전은 압권이었다. 3-2로 앞선 5회 마운드에 올라 9회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무실점으로 한 점 차 승리를 지키고, 월드시리즈 우승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다.
지난해 여러 기록이 범가너에 의해 쓰였다.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거둔 완봉승은 2003년 조시 베켓(당시 플로리다 말린스)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범가너가 거둔 성적은 5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03, 52⅔이닝은 역사상 가장 많은 기록이다. 3차례 월드시리즈에서 거둔 평균자책점은 0.25(21이닝 1실점)로 2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 가운데 가장 낮다. 범가너는 월드시리즈 MVP와 함께 '가을의 전설'이라는 수식어를 받았다.
컵스 조 매든 감독은 아리에타를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 기용할 계획을 내비쳤다. 지난해 범가너와 같은 로테이션이다. 여러 유사한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서 아리에타를 향해 '2015 가을의 전설'이 쓰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뤄지고 있다. 컵스의 마지막 우승은 107년 전인 1908년이다. 아리에타의 오른팔에 염소의 저주, 그리고 새 역사가 달렸다.
[사진] 아리에타 ⓒ Gettyimages
[영상1] 아리에타, 우드 11K 재현 ⓒ 스포티비뉴스 김용국
[영상2] 범가너 2014 월드시리즈 7차전 활약상 ⓒ 스포티비뉴스 송경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