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한희재, 신원철 기자] 같이 입단한 친구들은 어느새 은퇴 후의 진로를 찾아갔다. 후배들이 코치로 있는 팀도 많다. '동생' 코치들을 지켜보면서 아들뻘 선수와 호흡을 맞춘다. 올해로 프로 20년째 39살 포수, LG 이성우가 그렇다. 

지난해 현역 연장을 선언했지만 자신을 찾아주는 팀이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백업 포수는 어디나 있다. 그런데 LG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덕분에 홀로 타지 생활을 시작했다. 이성우의 가족은 광주에 산다. 어느 팀에서 언제까지 뛸 지 알 수 없어서 이사를 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성우 혼자 경기도 구리에서 '나혼자 산다' 중이다.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가족은 그에게 늘 큰 힘이 된다. 그는 "사실 야구를 하고 나서 성실하게만 했던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방황했던 때도 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아내가 나를 바로잡아줬다. 늘 힘이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성우는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표현하겠느냐면서 먼저 "저 영상 편지 하나 해도 될까요" 하고 제안하기도 했다(영상 편지는 동영상에 있습니다). 

곧 아들에게 'LG 선수 이성우'를 보여줄 날도 온다. 그는 "선수 생활 끝에 왔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잠실야구장을 보여주고 싶다. 아빠가 여기서 야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아직 날짜는 정하지 못했는데 곧 일정을 잡으려고 한다. 첫째 아들은 제가 야구 선수인 걸 알고 있다. 아빠가 야구 제일 잘 하는 줄 알고 있다. 뿌듯하고 고맙다"며 밝게 웃었다. 

이성우는 LG가 마지막 팀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다. 20대 초반에 잠시 머물렀던 적은 있지만 1군 경기에 뛰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그래서 지금의 환영이 꿈만 같다고. 

이성우는 "팬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서울 출신이라 잠실야구장에 많이 왔던 기억이 있다. 선수가 된 뒤에는 원정으로만 왔다가 홈팀으로 오게 됐다. 홈팬들 앞에서 경기에 나가고, 팬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시고 하는 걸 보면 감사한 마음 밖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금은 백업 포수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지만, 한때는 한 시즌 100경기는커녕 100타석조차 그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14년 KIA에서 124타석에 들어간 것이 최고 기록이다.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백업 포수라는 위치에서 이렇게 오래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넌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타격에 소질이 없어서 그런 말들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오기가 더 생겼다. 왜 나는 안되나, 다른 선수들은 백업으로 뛰는데 왜 나는 안되나, 두고보라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밑질 게 없는 선수였다. 나도 1군 선수가 되겠다는 오기가 있었다."

오기로 버틴 시간도 이제 끝을 향한다. 내년이면 마흔, 올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이성우는 "은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야구를 오래 했으니까 지도자에 대한 생각은 있다. 제가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고, 구단에서 좋게 봐주시고 하면. 하고 싶은데, 단장님 잘 부탁드린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LG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그는 지난달 21일 잠실 KIA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단상 인터뷰에서 "반지 하나 더 가져오겠다"며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성우는 "우승 한 번 해보니까 정말 좋더라. 그때 그 말은 정말 준비한 게 아니라 그냥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다"며 가슴을 폈다. 

스포티비뉴스=한희재,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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