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kt 이강철 감독이 곧 KBO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를 받을 전망이다. 이 감독은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한화전에서 비디오 판독 결과를 놓고 항의하다 퇴장을 당하자 재차 이영재 주심에게 배치기를 하며 항의를 했다.

kt가 4-3으로 앞선 9회초 2사 1·3루에서 이중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3루 주자 송민섭이 홈으로 달리는 순간, 홈을 커버한 한화 1루수 이성열에게 태그아웃됐다. 이에 이 감독은 '홈충돌 방지법'에 따라 홈을 비워줘야 할 의무가 있는 수비수가 홈을 막고 있었다면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판독 결과 원심이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자 이 감독은 격분한 나머지 그라운드에 나와 심판에게 격렬하게 항의를 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를 하면 무조건 퇴장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퇴장을 불사했고, '배치기'를 통해 심판의 신체 접촉을 하고 말았다.

야구규칙 6.04 <4.06> ‘경기 중 금지사항’ (a)항의 (4)를 보면 ‘어떠한 형태로든 심판원에게 고의로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KBO는 이번 주 안에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감독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역대로 심판원의 신체에 접촉을 하면서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한 뒤 KBO의 공식 제재를 받은 감독들의 사례와 징계 수위는 어떨까. 이를 토대로 이 감독에 대한 징계 수위도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을 듯하다.

▲ 해태 시절 김응용 감독(왼쪽)은 거친 항의로 퇴장을 자주 당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7일 대전 한화전에서 스승 김응용 감독처럼 심판에게 배치기를 하며 항의를 해 화제가 됐다. ⓒKBO, 연합뉴스
◆‘배치기 항의’ 원조 김응룡과 전설의 김성근

김응용 전 감독(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과거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를 하는 감독으로 유명했다. 스스로 감정이 격해져 항의를 하기도 했지만, 심판진과 선수단에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일부러 거세게 항의를 할 때도 많았다.

김응용 감독이 육중한 몸을 이끌고 항의를 하러 그라운드로 나오면 팬들은 "김응용"을 연호하며 응원을 하곤 했다.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김 감독은 심판을 밀치거나 배치기를 하는 일을 종종 벌이기도 했다. 심판들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도 하나의 볼거리였고, 이제는 추억이다.

KBO 문서상 역대 퇴장 감독 중 심판 신체접촉으로 KBO 징계를 받은 최초 사례 역시 김응용 감독으로 기록돼 있다. 1988년 9월 1일 전주(당시 해태 제2 홈구장) 롯데전에서 상대 선수를 퇴장시키라며 주심을 밀치며 폭언을 하면서 퇴장을 당했고 제재금 5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이보다 더한 수위의 심판 신체접촉도 있었다. 징계 역시 더 강하게 적용됐다. 1994년 5월 12일 쌍방울 한동화 감독은 대전 한화전에서 판정에 불복해 머리로 심판 눈을 들이받으면서 6경기 출장정지를 당했다.

IMF 사태로 모기업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주력 선수들을 팔았던 해태와 쌍방울은 1999년엔 이런저런 시련이 많았다.

4월 30일 해태 김응용 감독은 잠실 LG전에서 판정에 불복해 심판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50만원의 벌금과 출장정지 1경기 징계를 받았다.

그해 쌍방울 사령탑 김성근 감독은 6월 18일 전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을 폭행하면서 전치 2주 상해를 입혔다. 그러면서 역대 감독 징계 중 가장 강력한 12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200만원을 받았다.

◆멱살 잡고, 방망이 던지고…2000년대 감독들의 퇴장사

김응용 감독과 김성근 감독은 2000년대 들어서도 여전히 심판 판정에 항의를 하면서 종종 퇴장을 당하기는 했지만, 심판의 신체에 접촉하는 행위까지는 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젊은 시절에 비해 다소 혈기를 가라앉혔다.

대신 세대교체를 통해 후발 주자들이 나타났다. 평소 '호인' 또는 '매너남'으로 평가받던 이들도 감독이 된 뒤에는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항의를 하다 심판 신체를 건드리면서 퇴장을 당하고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라운드의 신사'로 불린 김용희 감독은 삼성 사령탑 시절이던 2000년 6월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심판 멱살을 잡고 항의를 하다 벌금 200만원과 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2006년 이순철 LG 감독은 6월 3일 잠실 두산전 도중 심판을 밀치며 폭언을 한 뒤 덕아웃의 방망이를 뽑아들더니 그라운드에 내던지며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틀 후 사퇴를 하면서 KBO가 징계를 하지 못하고 '감독 사퇴로 벌칙내규 미적용'이라는 문서만 남겼다.

이듬해인 2007년 KIA 서정환 감독은 6월 7일 광주 두산전에서 퇴장을 당했다. 김상훈이 삼진 판정에 항의를 하며 방망이를 집어던지다 퇴장을 당하자, 서 감독이 달려 나가 심판을 손으로 밀치다 감독마저 퇴장 명령을 받은 것. 서 감독은 덕아웃으로 들어와 방망이를 의자에 휘둘러 부러뜨린 뒤 조각난 방망이를 그라운드에 내던지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출장정지 없이 벌금 100만원의 제재를 받았다.

◆손가락으로 찌르기, 가슴 밀치기

2010년 LG 박종훈 5월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정성훈이 삼진을 당하자 그라운드로 달려 나갔다. 여기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주심 앞에 서서 손가락을 권총 모양을 한 채 주심 허리 부분을 살짝 찔렀다. 그러나 신체 접촉이 일어난 순간 곧바로 퇴장. 박 감독은 모자를 벗어 땅에 던지면서 흥분했다. 살짝 신체 접촉을 했기 때문에 출장정지 없이 벌금 50만원을 받았다.

2012년 8월 7일에는 넥센 김시진 감독이 광주 KIA전에서 판정을 번복한 심판진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최초에는 한승혁이 던진 공에 박헌도 유니폼이 스쳤다고 판정했으나, KIA 선동열 감독이 "선수(박헌도)도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며 항의를 하자 심판진은 숙의 끝에 사구를 취소했다. 그러자 흥분한 김시진 감독이 심판진에게 다가갔고, 심판진은 무의식적으로 다가오는 감독을 막으려 손을 내밀었다. 그런 과정에서 김 감독이 심판 가슴을 밀치는 동작이 나왔다. 이후 상벌위원회가 소집됐지만 엄중경고를 하는 선에서 정리가 됐다.

◆규칙은 규칙, kt 이강철 감독의 징계 수위는?

예나 지금이나 팬들에게 심판은 늘 '악당'으로 비쳐진다. 이는 KBO리그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판정 속에 오심이나 불리한 판정이 나오면, 이에 대항하는 감독은 그래서 '영웅'이 되곤 한다.

<심판도 할 말 있다>라는 책을 펴낸 메이저리그의 명심판 론 루치아노는 "일단 오른손을 들어 스트라이크를 외치고 나면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은 고독한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고 표현했다. 심판은 판정 하나를 내리는 순간 욕 먹는 일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하는 외로운 직업이라는 의미다. 심판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없기 때문이다.

kt 이강철 감독 입장에서는 전날 심판 재량 비디오판정으로 판정 번복일 일어나면서 패한 데 이어 이날 홈충돌 방지에서도 비디오판독이 kt에게 불리하게 나오자 퇴장을 불사하고 작심하고 항의를 한 것이었다. 과거 스승 김응용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심판에게 배치기를 했고, 김응용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물론 이런 방식의 항의를 권장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KBO리그 감독들의 항의 문화는 매우 점잖게 흘러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초보 사령탑인 이강철 감독의 격렬한 몸짓 하나에 팬들이 열광하는 것은 개성이 사라지고 볼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KBO리그에 하나의 신선한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 1980년대 MBC 청룡 사령탑을 맡은 고 김동엽 감독은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고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를 하곤 했다. ⓒKBO
과거 MBC 청룡의 김동엽 감독은 승부가 일방적으로 기울거나, 팬들이 하품을 하기 시작할 때쯤이면 그라운드에 나가 심판에게 "나 5분만 떠들다 들어갈 테니까 듣고 있어"라고 양해를 구한 뒤 일부러 침을 튀기며 심판에게 격렬한 항의를 하면서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고 나가기도 했다. 감독이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들어가 항의를 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도 야구만이 갖고 있는 요소다. 메이저리그는 지금도 감독들이 격렬한 몸짓으로 항의를 하면서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면 '항의도 경기의 일부'다. 그리고는 다음날 감독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벤치에 앉고, 심판은 베이스로 들어간다.

그러나 어쨌든 규칙은 규칙. 격렬한 몸짓의 항의까지는 좋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심판원에게 고의로 접촉을 하는 것은 야구 규칙상 금지사항이다. 심판에 대한 신체 접촉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신체 접촉의 강도는 갈수록 더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라운드의 질서는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 역시 심판의 신체를 접촉하는 항의를 했기 때문에 리그 사무국의 징계는 불가피하다. 다만 징계 수위가 관건이다. 지금까지의 사례들을 보면 상벌위원회가 내릴 수위가 대략적으로 짐작은 된다.

◆역대 심판 신체접촉 감독 퇴장 및 징계 사례

①1988년 9월 1일 해태 김응용 감독(전주 롯데전)=상대 선수를 퇴장시키라며 주심을 밀치며 폭언(제재금 50만원)

②1994년 5월 12일 쌍방울 한동화 감독(대전 한화전)=판정불복, 머리로 심판 눈 들이받아(6경기 출장정지)

③1999년 4월 30일 해태 김응용 감독(잠실 LG전)=판정불복, 심판과 몸싸움=(제재금 50만원+1경기 출장정지)

④1999년 6월 18일 쌍방울 김성근 감독(전주 두산전)=판정불복, 심판 폭행(제재금 200만원+12경기 출장 정지)

⑤2000년 6월 25일 삼성 김용희 감독(대전 한화전)=심판원 멱살 잡고 항의(제재금 200만원+6경기 출장정지)

⑥2006년 6월 3일 LG 이순철 감독(잠실 두산전)=심판 밀치며 폭언, 방망이 그라운드 투척(감독사퇴로 벌칙내규 미적용)

⑦2007년 6월 7일 KIA 서정환 감독(광주 두산전)=선수퇴장에 심판에 항의, 퇴장 후 배로 심판 밀치고 방망이 그라운드 투척(제재금 100만원)

⑧2010년 5월 22일 LG 박종훈 감독(잠실 두산전)=판정불복, 주심 허리를 손갈락으로 찌름. 퇴장 후 모자 집어던짐(제재금 50만원)

⑨2012년 8월 7일 넥센 김시진 감독(광주 KIA전)=주심의 사구 판정에 항의하며 심판 가슴을 2회 밀침(엄중경고)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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