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대구, 박성윤 기자] 볼, 볼, 볼, 볼. 잔뜩 긴장한 무명 투수가 시속 150km대의 빠른 볼을 연거푸 뿌렸다. 중계방송 카메라는 그의 구속을 주목했지만, 스트라이크가 되지는 않았다.

"자신 있게, 네 공을 던져라. 다 이런 일 겪으면서 성장한다. 자신 있게 던져라."

투수 코치 이야기를 들은 무명 투수는 이후 세 타자를 상대로 삼진 하나를 포함해 연거푸 범타를 끌어내며 이닝을 끝냈다. 이후 팀 타선이 3점을 뽑아 경기를 3-2로 뒤집으며 승리했다.

이 무명 투수는 이날 육성 선수에서 정식 선수로 전환됐고, 1군에 등록됐다. 1군 등록 첫날 데뷔전을 치렀고 승리투수가 됐다. 삼성 라이온즈 김윤수가 '무명 투수'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1999년생 김윤수는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2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고 육성 선수로 퓨처스리그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삼성은 불펜 강화를 위해 150km대 빠른 볼을 던지는 김윤수와 9일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 앞서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후 9회 등판 기회를 잡은 김윤수는 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 김윤수. ⓒ 대구, 박성윤 기자

야구를 시작한 이후 가장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김윤수는 "처음 등록된다고 했을 때 설레고 기뻤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첫 등판이라 긴장을 했고 아직도 어리벙벙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는 "오치아이 코치님 말을 듣고 혼잣말로 다음에도 기회는 오니까, 일단 오늘(9일)은 후회 없이 던지고 내려가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윤수는 형제 프로 선수다. 한화 이글스 왼손 투수 김범수가 그의 형이다. 김범수는 평균 145km의 빠른 볼을 던지는 왼손 투수다. 제구에 약점이 있지만, 한화가 꾸준히 기회를 주며 키우고 있는 '왼손 파이어볼러'다.

두 형제는 제구에 약점이 있지만, 빠른 볼을 던지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집안 내력인지를 묻자 김윤수는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물려받은 게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수는 "형에게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고 말했을 때 형이 자신 있게, 후회 없이 내 공을 던지고, 볼질하지 말고 가운데로 씩씩하게 던지라고 해줬다. 오늘 등판 이야기를 해도 칭찬을 해주지 않을 것 같다. 형은 '츤데레(인정 없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사람을 뜻하는 인터넷 유행어)'다. 칭찬을 잘 해주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제 1군 데뷔전을 치른 김윤수의 앞으로 목표는 확실했다. 그는 "일단 구원투수로 올라왔으니 볼을 줄이고 성장해서 팀에서 한 자리를 잡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아직 미숙하니까 경험을 쌓고 싶다. 그리고 이후에는 선발투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대구, 박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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