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행 운영 된 팀 K리그-유벤투스 친선경기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이성필 기자] 경기는 친선경기 이상으로 재미가 넘쳤지만, 이를 주최한 대행사의 수준은 영세 업체에 가까웠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는 시작부터 꼬였다. 유벤투스는 24일 중국 난징에서 열린 인테르 밀란(이탈리아)과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을 치르고 25일 휴식을 취한 뒤 26일 오전에 한국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항공기가 지연 도착하면서 상황이 엉키기 시작했다. 인천국제공항에는 낮 12시 무렵 도착 예정이었지만, 두 시간 가까이 늦었다. 당연히 예정된 행사가 밀렸다. 오후 4시로 예정된 팬 사회 행사는 취소됐다.

오후 3시에서야 공항에서 숙소인 서울 남산의 한 호텔로 출발한 유벤투스다. 팬 사인회에는 200명의 팬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무산됐다. 선수들이 식사를 하면서 시간이 밀렸지만 취소됐다. 잔루이지 부폰과 마테이스 더 리흐트 등이 간이 사인회를 열었다.

대행사 대표는 팬들에게 사죄했다. 사인회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나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경기 준비를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대행사 대표는 "호날두 사인을 꼭 받아서 자택으로 배송하겠다"며 눈물의 약속을 했다. 

경기장 출발 시간도 뒤로 밀렸다. 오후 6시 25분에 경기장으로 출발했다는 것이 대행사 측 설명이었다. 그러나 경기장 도착은 많이 늦었다. 교통 체증이 겹치면서 오후 8시7분에 첫 번째 버스가 도착했다. 8시10분에 두 번째, 8시14분에 세 번째 버스가 도착했다.

8시30분이 넘어서야 유벤투스 선수단은 몸을 풀러 나왔지만 그 시간도 짧았다. 8시50분에서야 킥오프됐다. 파행 운영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답답했다. 주관사가 아니라 유벤투스와 마찬가지로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유벤투스가 언제 오는지 시간도 통보 받지 못했다"며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물만 마시고 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한희재 기자

그래도 경기는 재미 있었다. 하루 전 소집, 한 번의 훈련을 한 팀 K리그는 초반에 호흡이 맞지 않았지만, 전반 7분 오스마르(FC 서울)의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 득점으로 유벤투스를 흔들었다. 유벤투스도 9분에 시모네 모라토레가 동점 골을 넣으면서 경기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44분 세징야(대구FC)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은 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호우 세리머니'를 따라 하면서 보는 재미를 더했다. 후반에는 아담 타가트(수원 삼성)가 골을 넣으며 3-1로 팀 K리그가 앞서갔다.
 
대행사 대표의 숨을 막히게 만드는 상황은 이어졌다. 호날두가 후반에도 몸을 풀지 않고 벤치에 있었다. 45분 이상 뛰기로 했다는 것이 계약 조건이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대표에게 직접 문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대형 스포츠 행사를 해 보지 않았던 대행사의 엄청난 실수였다.

호날두가 전광판에 잡히면 전반에는 환호가 나왔지만, 후반에는 야유가 나왔다. 호날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호날두'의 이름을 연호하며 나오라는 6만4천 관중의 압박이 있었지만, 벤치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유벤투스와 팀 K리그라는 명품 팀을 두고 3류 수준의 운영을 보여 준 안타까운 하루였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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