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치만 지킨 호날두 ⓒ한희재 기자

| 호날두 측근이 전한 결장 이유, "비행기 연착-무리한 스케줄에 화났더라"
| 만 34세 노장 호날두, 컨디션 관리에 민감해…사리 감독 "근육 문제 있어 결장 판단"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한준 기자] 이탈리아 명문클럽 유벤투스와 팀 K리그의 친선 경기는 예매 당일 2시간 반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 6만 5천여 석이 매진됐다. 최고 티켓 가격이 40만원에 달하는 고가였기에 역대 한국 축구 단일 경기 최고 수익(추정치 60억 원)을 냈다. 

최단 시간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가 된 이유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선수로 활약 중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 유벤투스)가 출전하기 때문이었다.

유벤투스 내한 경기를 기획한 더페스타 측은 호날두가 최소한 45분 출전해야 하는 계약 조항이 있다고 홍보했다. 26일 밤 8시 킥오프 예정이던 경기가 8시 50분께 킥오프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무리한 일정이 낳은 촌극이다.

몸을 푸는 시간을 주기 위해 7시 50분께 도착한 유벤투스 선수들은 한 시간 뒤 경기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호날두는 45분은커녕 단 1분도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그라운드 위에서 몸도 풀지 않았다.

전반전을 벤치에서 지켜보며 전광판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환호하는 한국 팬들에게 호날두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득점 후 자신의 골 세리머니를 따라한 팀 K리그 공격수 세징야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좋았던 분위기는 후반전에 악화됐다. 호날두가 경기에 나서지 않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왔다. 후반 중반부터 관중들이 호날두의 이름을 수차례 연호했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경기 막판 메시의 이름을 외치는 관중들까지 있었다.

후반 내내 굳은 얼굴에 벤치에 앉아 있었던 호날두는 이날 경기 전 워밍업, 하프타임 워밍업도 모두 하지 않았다. 

◆ 몸도 안 푼 호날두, 위약금 조항에도 결장 '무리한 스케줄에 분노'

호날두와 교류하는 포르투갈 국적 측근에 따르면 호날두는 입국 이후 강행군 일정에 크게 분노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낮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해 팬미팅 행사를 갖고, 경기에 나서는 일정 자체도 빠듯한데 비행기가 2시간 가량 딜레이되면서 피로가 더 커졌다.

▲ 경기를 열심히 지켜본 호날두 ⓒ한희재 기자


당초 팬미팅이 오후 3시 예정이었는데 유벤투스 선수단이 한국에 들어온 시점이 오후 3시였고, 호텔에 짐을 푼 게 5시였다. 5시 30분에 사인회와 팬미팅 행사가 진행됐다.

연착 이후 서울 시내로 이동하는 과정에 교통 체증으로 시간이 더 허비됐다. 호날두는 참석할 예정이었던 사인회와 팬미팅에 참석하지 않았다. 로빈 장 더페스타 대표는 호날두가 컨디션 관리를 요구해 불참했다고 해명했다. 이 발언으로 호날두가 팀 K리그와 경기에는 참가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호날두는 몸도 풀지 않아 출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호날두는 이날 컨디션 관리에 악영향을 주는 무리한 일정에 크게 분노를 표했다. 

예정된 유벤투스 행사 및 경기에 불참한 것은 물론, 호날두의 한국행 일정에 맞춰 한국을 찾은 포르투갈 축구계 관계자들과 미팅도 기약이 없어졌다.  측근은 "호날두가 화가 많이 났다. 너무 힘든 스케줄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유벤투스는 27일 새벽 1시에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26일 오전까지 중국에 머무르는 유벤투스는 당초 26일 오후 한국으로 이동한 뒤 27일에 경기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K리그2 일정이 27일과 28일에 있어 한국프로축구연맹 측은 26일 경기가 아니면 어렵다는 의사를 전했다.

더페스타 측은 유벤투스가 26일 경기를 수락했다며 진행했다. 하지만 당일 이동 후 팬 행사와 경기를 치르는 일정은 결국 내한 경기 최고 이슈였던 호날두의 결장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야기했다. 

호날두가 뛰는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고가의 티켓을 구입한 6만 5천여 관중의 실망은 헤아리기 어렵다. 팬들의 기대와 환호에도 무리한 출전이 야기할 수 있는 부상 우려로 호날두는 뛸 수 없었다. 호날두는 만 34세의 노장으로 몸 관리에 엄격하게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FC바르셀로나 내한 경기 당시에도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경기 전날 회견에서 선수 보호를 이유로 위약금을 내더라도 리오넬 메시를 출전 시킬 수 없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던 바 있다. 설득을 통해 15분 출전을 허용했고 15분 간 메시는 2골을 넣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출전을 예고했다가 단 1분도 뛰지 않아 더 큰 실망을 낳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호날두의 근육 상태가 좋지 않아 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뛰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한준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