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리머니까지 팬들을 즐겁게 했던 팀 K리그. 에델, 김보경, 세징야(왼쪽부터)의 호우 세리머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팀 K리그도, 유벤투스도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눈이 즐거운 경기를 치르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메운 팬들을 즐겁게 했다.

팀 K리그와 유벤투스는 26일 밤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한 친선 경기에서 3-3으로 비겼다.

두 팀 모두 최고의 전력일 순 없었다. 팀 K리그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팀이 아니었다. 시즌을 이제 절반쯤 지난 시점, 각자의 팀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선발돼 잠깐 호흡을 맞췄을 뿐이다. 전술적으로 조직력을 다질 수는 없었다.

유벤투스도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8월 개막에 맞춰 천천히 몸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 더구나 중국에서 인터내셔널챔피언스컵 경기를 치른 뒤 급하게 한국으로 이동했다.

경기 전은 유쾌하지 못했다. 유벤투스가 무리한 일정을 치르느라 킥오프가 1시간 지연됐다. 결국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까지 결장하며 팬들의 분노를 샀다.

하지만 팀 K리그는 매서운 경기력으로 팬들을 환호하게 했다. 아무리 프리시즌이라지만 몸값만 치면 팀 K리그의 수십 배 혹은 수백 배에 달할 수도 있는 유벤투스도 고전했다.

전반부터 팀 K리그는 유벤투스 선수들에 못지 않은 경기력을 냈다. 오스마르는 전반 7분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으로 보에치에흐 슈쳉스니의 거미줄 수비를 뚫었다. 곤살로 이과인을 효과적으로 압박해 만든 역습 기회를 스스로 만든 뒤였다. 오스마르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패스를 쭉쭉 좌우로 뿌리고, 유벤투스의 전방 압박도 효과적으로 풀어냈다. 전반 13분 뒤에서 접근하는 엠레 찬을 뚫어내거나, 30분 왼쪽 측면의 홍철에게 내주는 패스 장면에서는 경기장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력도 올라왔다. 전반 41분 홍철에서 시작해 김보경과 세징야가 패스를 주고받으며 유벤투스의 견고한 수비진에 공간을 만들었다. 이동국을 거쳐 윤빛가람의 슛까지 나왔다. 팀 K리그도 발이 맞아들어간다는 증거였다. 팀 K리그가 끝내 전반 종료 직전 1골을 다시 만들었다. 김보경이 윤영선의 헤딩 패스를 받아 오른쪽 측면을 돌파했다. 김보경이 밀어준 패스를 세징야가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유벤투스의 골망을 두 번째로 흔들었다.

후반은 팀 K리그의 경기력이 더 바짝 올랐다. 유벤투스는 24일 중국 난징에서 인터밀란과 경기를 치르고 하루를 쉰 뒤 팀 K리그와 경기에 나섰다.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 더구나 프리시즌이라 몸도 아직 완벽하지 않았다. 반면 팀 K리그는 한창 시즌을 치르고 있는 상황. 무더위에 익숙한 데다가 컨디션도 바싹 오른 상태였다.

유벤투스가 쉽사리 공격에 활로를 찾지 못하자 팀 K리그는 유벤투스의 공격을 차단한 뒤 속도를 살려 반격했다. 후반 4분 김진야의 크로스가 애덤 타가트의 머리에 맞지 않고 지나갔다. 하지만 팀 K리그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은 뒤 다시 공격했다. 박주호의 크로스를 타가트가 잡아두고 내주자 믹스가 슛을 시도했다. 수비의 몸에 맞고 굴절되자 타가트가 강력한 슛으로 득점했다.

유벤투스는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던 후반 15분 피야니치, 찬, 루가니, 핀솔리오 골키퍼를 모두 빼고 아드리앵 라비오, 레오나르도 보누치, 블레이즈 마투이디, 잔루이지 부폰을 출격시켰다.

팀 K리그의 기세는 유벤투스의 처방에도 사그러들지 않았다. 후반 19분에도 김진야가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가로채며 역습을 전개했다. 왼쪽 측면에서 세징야가 올려준 크로스를 박주영이 헤딩했지만 빗나갔다. 후반 20분에도 세징야의 크로스를 완델손이 가슴으로 잡아두 뒤 왼발 슛을 시도했지만 부폰이 침착하게 잡았다.

경기 막판 유벤투스의 공세에 실점을 하긴 했지만 팀 K리그는 세리에A를 7번이나 연속으로 우승한 유벤투스와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엔 압도적으로 유벤투스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급조된' 팀 K리그가 유벤투스 못지 않은 경기력을 뽐내며 화력 시위를 했다. 이를 지켜본 팬들도 팀 K리그의 선전에 환호를 쏟아냈다. 매일 만날 수 있는 K리그 선수들은 끝까지 뛰면서 유벤투스를 괴롭혔다.

울산 현대의 미드필더 믹스는 "K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모였다. 우리는 K리그를 대표한다는 것에서 압박감을 느끼진 않았지만 매우 흥분됐다. 모든 선수들이 K리그를 대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은 정말 큰 영광이다. 우리는 한 번의 태클, 한 번의 질주에 100% 힘을 쏟았다. 팬들은 유벤투스와 우리를 함께 응원하는 것 같았다. 유벤투스처럼 큰 팀을 상대로 겁먹지 않고 싸우려고 했다"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