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오재원이 홈스틸에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오재원은 기습적으로 홈으로 파고 들었다. 약속된 플레이였지만, 오재원이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오)재원이가 와서 (홈으로) 뛰겠다고 말하더라고요. 솔직히 속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네'라고 생각했죠(웃음)."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두산 베어스 캡틴 오재원(34)이 센스 넘치는 주루 플레이로 잠실야구장에 있던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약속된 플레이를 지켜보던 김민재 두산 작전 코치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두산은 28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4-2로 역전승했다. 0-2로 끌려가다 6회말 5연속 안타로 대거 3점을 뽑으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1점 차 리드는 안심하기 힘든 상황. 3-2로 앞선 8회말 2사 만루에서 오재원이 단독 홈스틸에 성공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2위 두산은 6연승을 질주하며 선두 SK를 4.5경기차로 추격했다. 

오재원은 8회말 볼넷으로 걸어 나간 최주환의 대주자로 경기에 나섰다. 이어 박세혁의 희생번트, 허경민의 볼넷, 정진호의 우익수 앞 안타로 1사 만루가 됐다. 

SK 투수가 신재웅에서 박민호로 교체되자 오재원이 3루에 있던 김민재 코치에게 "홈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박민호가 투구하기 전에 모자를 만지고 로진백을 잡는 버릇을 아니까 타이밍을 한번 잡아보겠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 김 코치는 박민호가 초구를 던진 뒤 생각이 바뀌었다. 김 코치는 "초구를 던지는데 (오)재원이 말대로 가능하겠더라. 1사 만루에서 실패하면 타격이 크니까 2사 후에 공을 잡고 다리를 빼면 그때 뛰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오재원은 2사 만루 신성현 타석 볼카운트 2-2에서 약속대로 뛰었다. 포수가 던진 공을 받은 박민호가 모자를 만지고 로진백을 잡으려는 순간 홈으로 내달렸다. 당황한 박민호는 홈 송구 실책을 저질렀고, 오재원은 여유 있게 득점했다. 인플레이 상황에서 나온 플레이기에 정당한 홈스틸이었다. 

김 코치는 "그 타이밍에 뛸 줄은 몰랐다. 재원이가 한 번 지켜보고 투수가 느슨하게 움직이니까 2번째는 뛰더라. 내가 아무리 뛰라고 해도 뛰는 타이밍을 잡아 줄 수 없는 플레이라 주자의 재치가 필요하다. 오재원, 선수 때 고영민 주루 코치 아니면 할 수 없는 플레이"라고 감탄했다. 

이어 "오재원의 홈스틸이 정말 컸다. 그 플레이로 이겼다. SK는 홈런 타자들이 많으니까 1점 승부는 힘들었는데, 홈스틸 보고 '아 오늘 끝났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오재원의 단독 홈스틸은 올 시즌 1호이자 역대 37호 기록이다. 두산에서는 역대 3번째다. 1988년 9월 4일 사직 롯데 더블헤더 제2경기에서 송재박이 구단 최초로 성공했고, 1998년 5월 5일 잠실 LG전에서 정수근이 2호 주인공이 됐다. 오재원은 21년 만에 선배들의 뒤를 따랐다.

김 코치는 과감한 홈스틸을 시도한 오재원을 비롯해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해주고 있는 모든 선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 코치는 "15경기 정도 전부터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감독님께서도 초반보다는 적극적으로 뛰라고 주문을 하셨다. 선수들이 힘들어도 몇 경기 안 남았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 (허)경민이, (정)수빈이, (박)건우 등 몸 상태가 안 좋아도 열심히 뛰는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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