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현재 이대호(37)는 재활군에 있다. 실전 경기엔 뛰지 않는다. 대신 손목을 치료하고 지친 마음에 휴식을 취한다. 1일부로 엔트리가 5명 늘어났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복귀 계획은 없다. 이대로 시즌을 마칠 가능성 또한 있다.

공필성 롯데 감독대행은 이대호를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손목에 통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달 이대호의 타율은 0.325에 이르렀다. 팀 내 1위 성적이다. 한 야구인은 "손목이 아픈데 어떻게 3할을 치느냐"라고 되물었다.

이대호가 9월이 되기 전에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일은 2003년 이후 16년 만이다. 이대호는 부산과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선수다. 게다가 공 대행은 제한적인 권한을 가진 위치인데도 베테랑 선수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주려 한다. 아름다운 이별을 꿈꿔서다. 이대호의 2군행을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보는 시선은 많지 않은 이유다.

실제로 이대호의 2군행엔 손목 부상과 맞물려 롯데 고위층의 입김이 불어넣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대호는 지난달 울산 경기가 끝난 뒤 롯데 고위 관계자와 만났다. 이후 고척 원정에서 롯데 코칭스태프가 엔트리 말소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사실상 2년 연속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엔 평균 연봉이 가장 비싼 팀인데도 최하위 위기다. 이에 맞물려 내외부 FA 투자 및 육성 실패 등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났다. 설상가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선장이 없다. 지난 7월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동시에 사퇴한 지 어느덧 45일. 프로야구 역사상 단장직을 40일 넘게 비워 둔 구단은 롯데가 처음이다.

그러면서 김종인 롯데 대표이사가 조타수가 됐다. 지난 1월 부임한 김 이사는 프로야구 원년 롯데 팬으로서 구단 개혁에 강한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과 함께 2000년대 롯데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 코디네이터 영입이 김 이사의 첫 작품. 신임 단장 후보로 롯데와 관련 없는 파격적인 외부 인사를 살피고 있는 행보도 그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공 대행은 "현재 롯데의 문제점은 프런트도, 현장도, 그리고 외부에서도 알고 있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무언가 하려는 모습은 긍정적"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고위층의 직접적인 개입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고위층에서 이대호를 직접 만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롯데 코칭스태프는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 역시 마음이 상했다는 후문. 한 관계자는 "프런트의 지나친 현장 개입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전선에서 롯데를 이끌고 있는 공 대행은 가장 답답하고 애매한 위치. 권한은 적고 방향을 정해 줄 단장이 아직까지도 없다. 지난달 31일 만난 공 대행은 웃으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손뼉 치고 선수들을 격려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롯데는 "새 단장을 조속히 선임할 것"이라고 했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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