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게로. ⓒLG 트윈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류중일 LG 감독은 타순을 짤 때 6번에 많은 공을 들인다. 중심 타선을 어렵게 상대하다 주자가 쌓이면 6번에서 해결을 해야 할 경우가 많이 생긴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일명 '6번 폭탄론'이다.

류 감독은 "6번에 찬스가 걸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6번이 해결을 해 주면 대량 득점이 가능해지지만 반대의 경우 흐름이 끊길 수 있다"고 일관되게 말한 바 있다.

LG의 6번 타자는 외국인 타자 페게로가 맡고 있다.

페게로는 2일 현재 타율 0.270 3홈런 2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대단한 성적은 아니지만 KBO리그에 연착륙하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한 수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따지고 들어가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페게로는 좌투수에게 절대적인 약점을 보이고 있다. 우투수 상대 타율은 0.281지만 좌투수에게는 0.197를 치는 데 그치고 있다.

몸 쪽 높은 존에 헛스윙이 많이 나오고 좌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에도 잘 속는다. 이제 페게로가 좌투수에게 약점을 보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A팀 전력 분석원은 "정규 시즌에선 그나마 우투수를 상대할 기회가 많을 수 있지만 문제는 포스트시즌이 될 것이다. 한 타이밍 빠른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페게로에게 걸리는 찬스에선 좌투수가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LG가 어떤 전략을 짤 것인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좌투수가 던지는 공에만 약점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페게로는 우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에 대한 타율도 0.222에 불과하다. 바깥쪽으로 변하는 변화구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류중일 감독 야구의 핵심은 '믿음'이다. 한번 틀을 잡으면 잘 흔들려고 하지 않는다. 최근 10경기에서 페게로는 3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지만 꾸준히 6번에 배치하고 있다.

그 타순에서 별다른 작전을 편 적도 없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한 번의 선택이 경기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경기다. 정규 시즌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LG가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이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궁금한 건 대책이다. 페게로에게 믿고 맡길 것인지 아니면 뭔가 변화를 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페게로의 약점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얼마 남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페게로가 해법을 찾길 기대하긴 어렵다. 지금의 페게로로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박용택이 부상에서 돌아온다면 전개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박용택이 얼마나 빨리 실전 감각을 찾는지도 체크를 봐야 그다음 선택이 가능해진다.

일단 현재로서는 페게로가 6번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류 감독의 선택은 무엇일까. LG의 가을 야구를 지켜보는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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