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목 부상을 털고 돌아온 정의윤은 2경기 연속 멀티히트로 해결사 면모를 뽐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조금이라도 통증이 있으면 곧바로 의사표현을 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웬만한 통증은 참고 뛰는 선수가 있다. 어느 쪽이 팀에 도움이 되는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정의윤(33·SK)은 후자다. 스스로도 “타석 욕심이 많다”고 인정한다.

그런 정의윤은 올 시즌 타석에서 두 차례나 부상을 당했다. 5월 9일 인천 한화전에서는 종아리를 다쳤다. 8월 13일 인천 삼성전에서는 손목이 문제였다. 그런데 두 번 모두 끝까지 타석을 소화했다. 특히 교체할 선수가 없었던 한화전에서는 아픈 상태에서도 불구하고 안타를 만들어냈다.

팬들은 감동적인 장면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궁극적인 결과는 좋지 않았다. 두 번 모두 다음 날 2군에 내려가 재활군에 합류해야 했다. 정의윤 스스로도 답답한 시즌이다. 정의윤은 “올해는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다. 야구를 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가고시마 마무리캠프까지 가며 재기의 의지를 다진 정의윤이었다. 시즌 초반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두 번이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손목 부상도 생각보다 오래 갔다. 정의윤은 “높은 쪽 코스에 파울을 쳤는데 손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하지만 타석은 끝까지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면서도 “다음 날 일어나보니 글러브도 제대로 다루지 못할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정의윤은 “미련한 건지…”라고 자책했다.

“금방 나아질 것”이라는 병원 진단과 달리, 정의윤은 일주일 동안 방망이도 잡지 못했다. 주사도 맞았지만 허사였다. “이대로 시즌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커졌다. 성실하게 재활을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하루 종일 재활에 매달렸다. 하늘은 노력하는 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 결과 조금씩 호전돼 1군에 돌아올 수 있었다. 

예상보다 빠른 콜업에 “못 하면 안 된다”고 이를 악물었다. 절박함은 좋은 결과도 만들었다. 8월 31일 인천 LG전에 앞서 1군에 등록된 정의윤은 2경기에서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1일 경기에서는 기선을 제압하는 3점 홈런을 터뜨려 돌아온 해결사를 알렸다. SK도 정의윤의 활약 덕에 한숨을 돌렸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아직 완벽하게 회복된 것은 아니다. 약간 통증이 남았다. 다만 정의윤은 “경기에 뛸 정도는 충분히 된다. 계속 보강운동도 하고 있다”면서 “트레이닝파트에서 여러 가지 테이핑 방법을 공부해서 오신다.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고 감사의 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못하면 민폐였다.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장 기간 동안 투지는 더 키워서 왔다. 정의윤은 “시즌 말미에 안 아픈 선수가 어디 있겠나”고 되물었다. 엔트리가 확대된 만큼 자신의 몫을 잘하면 나머지는 동료들이 책임질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정의윤은 “안타든 볼넷이든 나가야 한다. 그래야 대주자로 교체될 수 있다”고 웃었다.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잘 느낄 수 있었다.

SK는 8월 들어 대포가 잠잠해졌다. 팀 타선의 생산력도 뚝 떨어졌다. 그런 와중에서 정의윤의 복귀는 한줄기 빛이다. 정의윤은 실제 2경기 연속 멀티히트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제는 시즌 끝까지 이 기세를 이어 가며 팀의 한국시리즈 직행에 보탬이 된다는 각오다. 정의윤은 “살도 빼고, 준비도 많이 한 시즌이었다. 속이 상하지만, 안 아파야 방망이도 제대로 돌릴 수 있다. 아프지만 말자고 주문을 건다”며 남은 시즌을 예고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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