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이계벽 감독. 제공|NEW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추석 유일의 코미디 겸 휴먼 드라마다. 그 연출자는 2016년 무려 697만 관객을 불러모은 '럭키'의 이계벽 감독. 기억을 잃은 킬러 유해진을 등장시켜 웃음과 감동을 잡았던 그는 이번엔 '바보아빠' 차승원과 함께 보다 진지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보인다. 멀쩡한 허우대지만 어딘지 모자란 남자 철수가 갑작스레 나타난 딸과 겪는 여정은 어딘지 낯설게 시작해 결국엔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웃기는 일보다 스토리텔링에 집중한다는, 이계벽 감독의 진짜 힘이 드러난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이계벽 감독은 영화의 착한 힘을 믿는다며, 이 영화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아래 인터뷰는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꽤 오래된 시나리오를 영화화했다. 시작은?

"'올드보이' 조감독을 함께 한 한장혁 감독이 처음 썼다. 그 시나리오가 흘러흘러 저한테까지 온 것이다. 당시와 많이 달라졌다. 대구지하철 이야기는 원래도 있었다. 다만 엄마를 찾아가는 로드무비였고 부녀의 이야기에 더 집중돼 있었다. '럭키'로 인연이 있는 용필름 임승용 대표가 연출을 제안했는데. 어떤 의도였는지 모르지만 '니가 한 번 봤으면 좋겠어' 그러더라. '이거 나보고 하래' 하고 장혁이에게 전화도 했다. '형 해' 그랬지만 처음엔 시나리오도 안 읽으려 했다. 소재도 부담스러웠다. 이런 부분을 영화로 해도 되나."

-어떻게 결심했나.

"확실히 결정을 못하고 나름 조사를 시작했다. 그 즈음 대구에 가서 2.18 안전문화재단 분들을 만났다. 피해자분들도 만났다. '만들어도 되겠느냐' 여쭈었더니 '너무 좋다' '사건이 잊혀가는 게 더 마음이 아프다'고 하시더라. 그 교감 이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생기더라. 해봐야겠다 했다. 상황이나 그 날의 분위기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소방관들께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공통적으로 정작 사고장소 안의 이야기는 안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 그 아픔이 여전히 가고 있다는 게 마음아팠다. 이야기 전부를 바꿨고, 캐릭터도 바꿨다."

▲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이계벽 감독. 제공|NEW
-현재진행형 참사와 웃음을 함께 담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더 웃길 수 있는데 안 웃기냐는 이야기를 하시더라. 장애인 희화화 아니냐고도 하고. 거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철수라는 캐릭터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하는 미스터리가 재밌게 시작되는 이야기, 영화를 보면 마지막에 그 의문이 풀리는 이야기로 그리려 했다. 기존의 코미디 요소와는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미스터리가 풀리고 나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질 거라 생각했다. 코미디 수위도 나머지가 밝혀졌을 때 이야기 수위로 가야 했다. 철수 캐릭터도 태생적으로 사고의 후유증이 있기에 선천적 장애를 가진 분들과는 달라야 했다. 가볍게만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코미디 스타일도 여러 캐릭터가 약간은 비슷하게 맞아들어가는데, 그것도 스토리 안에 있어야 했다."

-철수와 샛별은 클리셰 덩어리 막장드라마를 즐겨 본다. 그와 함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우린 막장드라마와 달라요' 하는 자신감을 넌지시 담은 것 같았다.

"클리셰라고 하지 않나. 그런 식으로 갈 거란 클리셰를 분명히 알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는 거다. 똘똘한 딸, 장애 가진 아빠의 이야기기는 보통 딸의 재치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희는 안 그런다. 마치 남들의 친절로 사건이 풀릴 것 같지만 그들도 못 이뤄낸다. 기존 이야기들의 습성을 전부 다 가지고 있네 하실 수 있지만, 우리 영화가 그렇다는 오해는 없을 거라 생각이 든다. 극중 극 막장드라마는 그런 점에서 의도한 거다. 막장드라마 챕터처럼 '자 이제 출생의 비밀이 나올거야' 하지만, '우리 영화는 그렇게 안되실 겁니다' 하는 거다."

-악당이 하나도 없다.

"'럭키' 때도 악역 없다는 말을 들었다. 만든다면 매력적인 악역을 만들겠다 생각은 한다. 하지만 이건 안타고니스트가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다. '럭키'엔 안타고니스트가 있긴 했지만 속아넘어가는 캐릭터였고. 이번엔 대구지하철사고라는 비극이 크게 자리잡고 있어서 충분한 긴장감, 사연이 있다고 봤다. 이걸 못하게 하는 뭔가가 있는 자체가 무의미했다. 여행을 통해 과거를 알게 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알게 하니까 악역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된 거다."

-마음을 울리는 지점들을 담백하게 처리한 점도 눈에 띈다. 신파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나.

"차승원 형님과 맨 처음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었다. 이게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인데 서로 '아유 내딸', '우리 아버지' 하는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 맞는 말 같더라. 형님도 딸을 키우지만(이계벽 감독은 3남매의 아빠다), 만날 '우리 아빠' 안 이런다. 가족들은 티격태격 이런 게 있지 않나. 그렇지만 그 말씀은 드렸다. 아이가 태어나도 '내가 아버지가 됐구나' 이건 어느 순간 탁 느껴진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큰 애가 아파서 응급실 갈 때 그랬다. 그것이 무척 큰일 같고, 다른 걸 못해주나 하면서 '내가 아버지가 되긴 되는구나' 했으니까. 우리 영화에선 무균실에서 철수가 가슴아파하는 지점이 있다. '철수가 아버지가 되는 것 같아요' 하고 형과 이야기를 했다. 원래는 철수가 슬퍼하며 나가는 장면이었는데 이렇게 나온 건 차승원이란 배우가 철수에 고감하는 바가 있기 때문일 거다. 흔히 이야기하는 신파보다는 이 이야기에 무엇이 필요하고, 철수가 어떤 시기에 어떤 마음을 먹을지, 성장의 개념으로 풀어가려 했다."

-감독 스스로 세상을 긍정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건 맞는 것 같다. 그러니까 코미디영화를 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가 판타지라고 한다면, 그건 좀 다르게 보시는 것 같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인간미가 있는 세상을 그리는 건 어떤 영화든 비슷하지 않을까. 그것이 말도 안되는 판타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스틸
-철수를 수타면 뽑는 사람으로 설정했다. 근육질 차승원과도 퍽 어울린다.

"'만약 내 아들이 장애가 있다면 그 아이가 자립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한 곳에서 한가지 일만 하면, 또 가족끼리 협력하면 자기 몫을 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한 거다. 차승원 형님이 캐스팅된 다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 워낙 유명한 분인데 다르게 변형하기보다는 그 개성을 시나리오에 녹이자. 몸 부분은 시나리오를 형님에 맞춰서 바꿨고, 원래 있던 문신도 연결해서 녹여넣었다."

-원톱 차승원이 꽤 오랜만이다. 이것저것 넓게 잘하는 배우구나 하고 새삼 실감했다.

"그렇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형님이 많은 경험을 한 다음에 인간적인 연기를 하시는 걸 보면서 '너무 좋은 배우다' 했다.. 그런 생각을 다른 분들도 해주셨으면 좋겠다. 형님만 가지고 있는 독보적 개성과 연기력이 있다. 아이들과도 스스럼없다. 병원 친구들과 너무 재미있게 잘 놀아주신다."

-아픈 아이들에 대한 묘사가 색다르다. 통통 튀고, 나름 험한 말도 잘쓴다.

"한달 반 정도 어머니께서 삼성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거기서 봤던 거다. 아픈 아이들이 병원에서 굉장히 오래 지낸다. 그런데 계속 불행해하느냐, 그렇지 않다. 365일 슬퍼만 하지 않더라. '이거 하면 안 아플 것 같은데~'하고 아픈 걸 이용하기도 한다. 아픈 애들이지만 소통하고, 세상의 언어를 쓴다. 아파서 그렇지 아이는 아이구나 했다. 그 안에도 숨쉴 구멍이 있다. 교감하는 웃음도 있다. 그 경험을 녹였다."

-샛별 역 엄채영도 눈에 띈다.

"샛별 역을 찾지를 못해서 처음부더 다시 했다. 1차 오디션 봤던 친구들 비디오를 다시 봤다. 채영이가 최종까지 오디션을 5번 정도 봤을 거다. 당시 최종 오디션에 갔던 친구들 중에 개봉작 나오는 아역들이 여럿 있다. 굉장히 연기 잘하는 친구들을 봤구나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채영이한테만 있는 게 있었다. 코미디 연기를 하는 거다. 대부분 아픈 아이를 약간 연약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나보다. 그런데 채영이만 코미디를 살려 귀엽게 했다. 밝게. 만장일치로 발탁됐다. 특별한 친구다. 저에게는 행운이다."

-과자 '벌집핏자'를 계속 먹는다. 왜 하필 '벌집핏자'였나. 농심이 광고라도 했나.

"조사를 했다. 봉투를 뜯어서 먹을 수 있는 과자 중에 둥그렇고 크고 두툼하고 먹을 떄 아삭 소기가 나는 과자가 필요했다. 감자칩은 그 소리가 안 맞았다. 그런데 벌집핏자밖에 없다. '별 따러 가자'라는 다른 과자가 하나 있긴 했는데 이쪽을 택했다. '새우알칩'이 있긴 했는데 흰색이 별로였다. 아삭 느낌도 다르고. 영화에 계속 나오지만 그쪽에서 광고는 전혀 안했다. 주력 상품이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럭키' 대박 이후 추석 시즌 영화를 선보이는 기분이 어떤가.

"'럭키'이 부담감이라든지, 추석 시장에 들어가 경쟁한다든지, 이런 데 둔하다. 잘 모르겠다. 영화 만드는 건 항상 어렵고 힘들다. (류)승범이 (임)지연이 있는 '타짜3'도, '나쁜 녀석들' 영화도 잘 됐으면 좋겠다. 다만 우리 영화는 대상이 있는 것 같다. '여러분에게 보냅니다'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게 사람들에게 너무 시선을 못 받고 하면 또 다른 상처가 될까 하는 부담이 좀 있다. 손익분기를 돌파해야겠다 이런 부담은 아니다. 이 영화가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이계벽 감독. 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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