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조커'가 최우수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게티이미지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지난 7일 막을 내린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이변과 논란의 시상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의 리도 섬에서 열린 제 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았다. 코믹스 원작 영화 최초의 쾌거다.

코믹스 원작 영화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 후보작 발표부터 뜨거운 관삼을 모았던 '조커'는 첫 공개 이후에도 뜨거운 찬사 속에 화제작에 등극했고, 결국 최고상의 영예까지 얻었다.

▲ 영화 '조커' 스틸.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조커는 DC의 대표 히어로 배트맨의 숙적. 영화 '조커'는 희대의 악당 조커의 탄생이라는 그 누구도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코믹북 기반이 아닌 영화를 위해 완전히 재창조된 오리지널 스토리를 다룬다. 호아킨 피닉스가 조커 역을 맡아 팀 버튼 감독 '배트맨'(1989)의 잭 니콜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다크 나이트'(2009)의 히스 레저와는 또 다른 조커를 그러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찬사를 받았다. 다만 악의 근원을 탐구한다는 점, 영화에 등장하는 총기 난사 등에 대한 반응이 다소 엇갈린다.

▲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조커'가 최우수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게티이미지
'행오버' 시리즈를 연출했으며 '보랏'의 원안을 쓰기도 했던 토드 필립스 감독은 코미디 감독에서 대변신,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다. 토트 필립스 감독은 "과감한 도전을 수락한 워너브러더스와 DC, 그리고 열정적인 제작자 브래들리 쿠퍼에게 대단히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가 없이는 불가능한 영화다”라면서 청중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어 영화상을 빗대어 “가장 치열하고 명석한 열린 마음의 ‘사자’이며,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엄청난 재능의 그가 날 믿어줘 고맙다"고 감격해 했다. 함께 시상식 무대에 오른 호아킨 피닉스는 "감사하다"는 이탈리아 인사로 소감을 대신했다.

▲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나는 고발한다'가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감독은 참석하지 않았다. ⓒ게티이미지
그러나 이변 못잖은 거센 논란도 있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유죄를 받아 40년 넘게 도피 중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프랑스에서 연출한 '나는 고발한다'(J’Accuse!)가 2위에 해당하는 그랑프리(은사사자상)을 수상한 것이다. 특히 그는 이번 '나는 고발한다'로 프랑스 군부와 정권이 유태인 장교를 독일 간첩으로 몰았던 마녀사장 '드레퓌스 사건'을 다뤘다. 소설가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는 공개서한을 썼던 일로도 유명하다. 일각에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이를 통해 자신을 드레퓌스에 빗댄 게 아니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알베르토 바르베라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예술의 역사는 범죄를 저지른 예술가들로 가득 차 있으나 우리는 그들의 작품들을 존중한다"며 "폴란스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그를 변호했다. 게다가 '나는 고발한다'는 영화제 내내 평점 1위를 달리며 유력한 수상작으로 꼽혀 왔다.

▲ '나는 고발한다' 스틸. 제공|베니스국제영화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1977년 미국 LA에서 13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978년 해외로 도피, 40년 넘게 도피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2017년 세계를 흔든 미투 운동 속에 미국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영화과학아카데미(AMPAS)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을 영구 제명한 바 있다.

'막다른 골목'(1966), '로즈마리의 아기'(1968), '맥베드'(1971), '차이나타운'(1974) 등으로 사건 이전에도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로만 폴란스키는 이후에도 '테스'(1979), '피아니스트'(2002), '유령작가'(2010) 등 다수의 영화를 만들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막다른 골목'으로 베를린 황금곰상을 수상했던 그는 '피아니스트'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유령작가'로 베를린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나는 고발한다'로 베니스의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로만 폴란스키는 결국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아내인 엠마누엘 자이그너가 상을 대리 수상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나는 고발한다'가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감독은 참석하지 않았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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