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박용택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KBO 유일의 1970년대생 선수 박용택은 3일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앞두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 문득 '올해가 마지막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LG와 2년 FA 계약을 맺었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은퇴한다는 얘기다. 은퇴 시점을 정한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시즌을 준비했는데, 정작 데뷔 후 가장 적은 64경기 출전에 그쳤다. 팔꿈치에 옆구리에…부상이 계속되면서 1군 말소만 세 번 됐다. 등록일(94일)보다 말소일(98일)이 길었다. 

그래도 포스트시즌 결장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카를로스 페게로와 포지션이 겹쳐 선발 라인업에는 들지 못하는 처지가 된 대신 첫 번째 대타라는 상징적인 임무를 맡게 됐다. 

3일 오후 3시 19분은 이날 서울 송파구에서 가장 큰 소리가 울린 시간이 아니었을까. 박용택의 등장과 함께 잠실구장이 폭발적으로 달아올랐다. 박용택은 NC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1-0으로 앞선 4회 무사 1, 3루에서 정주현의 대타로 나와 큼지막한 우익수 뜬공으로 타점을 올렸다. 

박용택은 "(초반 대타 출전은)처음부터 대비했다. 3회부터 대타 준비는 하고 있었다"면서 "(벤치 신세를 안타까워 하는 팬들이 많다는 말에)저도 마찬가지다. 아쉬운 점 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까 거기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또 " 프로야구 선수라면 관중 많은 곳에서 그런 응원 받고 들어가는 게 집중도 되고 재미도 있다"면서 자신을 향한 뜨거운 응원에 고마워했다. 

박용택의 타구는 비록 우익수 제이크 스몰린스키의 글러브에 들어갔지만 비거리는 상당했다. 워닝트랙까지 날아간 타구였다. 박용택은 "맞자마자 아쉬웠다. 맞는 순간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도 "원래 야구에는 가정이 없다. 잠실구장 아니었으면 300개 넘게 쳤겠지만 야구에서는 '면' 따지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서 박용택은 하루하루가 새롭다. 그는 "올해로 가을야구가 네 번째다. 지금까지와 다른 점이라면 처음으로 벤치에 있다는 점이 다르다. 예전에는 못 쳤을 때 또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화장실에 앉아있는데 물론 내년에도 하겠지만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없이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박용택의 후회 없는 스윙으로 2점 리드를 잡은 LG는 이형종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더 달아났다. 최종 점수 3-1 LG의 승리. LG는 키움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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