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줄이 등판한 좌완에 고전한 카를로스 페게로는 준플레이오프의 키 플레이어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항우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의 노래를 들었다. 운명의 전장에 선 카를로스 페게로(32·LG)는 사방에서 출전하는 좌완과 마주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할 가능성의 불씨도 보인다.

페게로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타자다. 제대로 맞았을 때 타구질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문제는 정확성인데, 좌완을 상대로 크게 떨어진다는 약점이 뚜렷하다. 표본이 아주 크지는 않으나 정규시즌 성적에서 일찌감치 지적된 사안이다.

올해 대체 외국인 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은 페게로는 정규시즌 52경기에서 타율 0.286, 9홈런, 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04를 기록했다. 그런데 세분화시키면 특이사항이 아주 뚜렷하게 보인다. 우완 상대 OPS는 0.843, 옆구리(사이드암+언더핸드) 상대 OPS는 무려 1.708이었던 것에 반해 좌완 상대 OPS는 0.527로 뚝 떨어진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상대였던 NC는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3일 잠실구장에서 페게로는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페게로는 네 타석 모두 좌완을 상대했다. 1회와 3회에는 상대 선발 크리스피안 프리드릭과 맞붙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5회와 7회는 자신의 타석 직전 상대 투수가 좌완으로 바뀌는 공통적인 현상을 경험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페게로는 이날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4번 중 3번은 주자가 있는 상황이었다.

팀이 3-1로 이겨 문제점이 도드라지지는 않았다. 타구질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상대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위에 있는 키움이다. 기회가 왔을 때 차곡차곡 점수를 쌓지 못하면 패배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장타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LG 타선에서 페게로의 몫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읽힌다. 기본적으로 페게로는 정규시즌 NC(타율 0.208)보다 키움(.346)에 강했다. 게다가 한 번은 만날 것이 확실시되는 에릭 요키시(2타수 1안타 1볼넷), 그리고 상대 마무리 오주원(3타수 2안타)을 상대로도 비교적 괜찮은 기억이 있다.

키움도 좋은 좌완 투수가 있지만 NC만큼 좌완 계투가 많지는 않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필승조의 임무는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이닝을 쪼개는 것보다는 1이닝을 확실하게 맡기는 쪽에 가깝다. 3일처럼 마냥 좌완만 만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페게로가 좌완의 벽을 넘을 수 있다면 팀으로서는 큰 효과가 있다. 기본적으로 득점력이 배가됨은 물론, 페게로를 겨냥해 나오는 상대 좌완을 소모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따라온다. LG는 대타 활용 등 경우의 수가 크게 늘어나는 반면, 상대는 가면 갈수록 압박에 시달린다. 

한편으로는 큰 무대에서 이 과제를 극복해야 재계약 확률도 높아진다. 이 문제에 주저앉는다면 내년 전망에 계속 꼬리표가 붙는다. LG는 내년부터는 우승을 목표로 달려야 할 팀이다. 상위권 팀을 상대로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외국인 타자와 함께 하기는 어렵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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