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박세혁이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생각만 해도 소름 돋더라고요. (양)의지 형이랑 1년 만에 한 팀에서 다시 뛰는 거잖아요."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박세혁(29)은 지난 2일 '2019 WBSC 프리미어12' 최종 엔트리 28명 안에 이름을 올렸다. 1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로 6-5 승리를 이끌며 팀의 정규 시즌 1위를 확정한 다음 날 일어난 겹경사였다. 

김경문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은 "경기를 보면서 진갑용 코치한테 전화해서 '만약에 두산이 지면 엔트리에서 박세혁을 빼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블로킹과 볼 배합 등 실점 과정에서 나온 박세혁의 실수들이 가볍지 않다고 생각했다.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를 본 뒤로 생각을 바꿨다. 김 감독은 "다행히 그 친구가 기가 세더라. 마지막에 타점을 올리면서 팀을 1위로 이끄는 장면을 보고 엔트리에 넣었다"고 이야기했다. 

생애 첫 태극마크의 꿈을 이룬 박세혁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정말 기분 좋았다. 진짜 꿈꾸는 것 같았다. 1일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서 팀이 1위를 하고, 다음 날 일어났더니 대표팀까지 됐다. 정규 시즌 끝나는 날 모든 꿈을 이룬 것 같다. 김경문 감독님의 인터뷰를 봤다. 내가 더 힘을 내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해주신 말씀 같다"고 이야기했다.  

'기가 좋다'는 김 감독의 평가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끝내기 안타의 좋은 추억이 없었다. 그날 내게 기운이 다 온 것 같다. 8회까지는 정말 지옥이었다. 블로킹 실수도 하고, 볼 배합도 잘못했는데, 동료들과 선배들이 힘을 내줬다. 2-5에서 5-5를 만들면서 하늘이 내게 기회를 준 것 같다. 동료들이 '네가 이렇게 판을 만들었으니까 한번 해봐라' 기회를 준 것 같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 생애 첫 끝내기 안타로 두산 베어스의 정규 시즌 1위를 확정한 박세혁 ⓒ 두산 베어스
1년 만에 양의지(32, NC 다이노스)와 대표팀에서 재회하는 것도 박세혁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해까지 두산의 안방마님으로 9시즌 동안 활약한 양의지는 박세혁에게 여러모로 좋은 본보기였다. 박세혁은 백업 포수로 지낼 때 "국가대표 포수와 한 팀에서 지내면서 매일 배울 수 있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늘 이야기했다. 

박세혁은 "정말 소름 돋았다. 1년 만에 (양)의지 형이랑 한 팀에서 뛰는 거니까. 두산에서 같이 뛸 때랑 국가대표로 같이 뛰는 것은 조금 다를 것 같다. 의지 형은 늘 나를 많이 챙겨주신다. 올 시즌에도 연락해서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 지난 몇 년 동안 해온 일이니까 대표팀에 가서 의지 형을 잘 보필하겠다"며 "대표팀 되고 형한테 타격왕 축하한다고 연락했다. 형이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하고 빨리 대표팀으로 넘어오라고 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태극마크를 단 사실이 아직은 실감 나지 않는다. 박세혁은 "유니폼을 입어야 실감이 날 것 같다. 1년 만에 이렇게 될 수 있구나 생각도 들고, 기분이 묘할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박세혁은 "한국시리즈가 먼저다. 지난해 못했던 것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늘이 준 기회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지만, 지난해 교훈이 있어서 더 준비를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전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것은 처음이라 수비에 더 집중해야 한다. 20일 정도 남았으니까 체력을 보충해야 한다. 길면 7경기, 짧으면 4경기인데 힘을 다 쏟을 수 있게 체력을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박세혁은 2일 하루 짧은 휴식을 취하고 다시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3일에도 잠실야구장을 찾아 실내 훈련장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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