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구본혁이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4회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를 친 뒤 안녕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LG 구본혁에 대한 삼성 박해민의 수비 시프트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박해민은 극단적으로 우익수 쪽으로 치우친 수비를 했다. 마침 구본혁이 친 안타성 타구가 박해민의 수비 범위에 걸리며 아웃이 됐다.

이 사례만 보면 구본혁이 힘이 부족한 탓에 밀어치기 위주의 타격을 하는 선수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하지만 구본혁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은 당겨치는 유형의 타자라는 것이다.

구본혁은 "타구 분포를 봐도 당겨치는 타구가 많다. 박해민 선배가 왜 그렇게 수비 위치를 잡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공교롭게 타구가 그쪽으로 가기는 했지만 난 당겨치는 데 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NC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구본혁은 실제로 4회 선두 타자로 서 좌전 안타를 치며 기회를 만들었다. 당겨친 타구에 힘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박용택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득점했다.

구본혁은 오지환의 부상으로 급하게 포스트시즌에서 주전 유격수를 맡게 됐다. 대졸 신인 선수에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구본혁은 첫 경기를 매우 잘 넘겼다.

어쩌면 첫 번째 타구 처리 이후 한결 마음이 편해졌을 수 있다. 구본혁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NC 이상호의 플라이를 잘 처리하며 첫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이후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이날 경기 해설위원으로 나선 이승엽 KBO 홍보대사는 경기 후 스포티비뉴스와 통화에서 "구본혁이 첫 타구를 어렵지 않게 처리하며 한결 마음이 편해졌을 수 있다. 긴장을 많이 했을 텐데 긴장이 풀리는 플러스 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큰 경기를 처음하는 선수에게 첫 타구 처리가 중요한데 공교롭게도 구본혁에게 타구가 가며 좋은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본혁이 어느 정도 몫을 해 주느냐에 따라 LG는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오지환이 극적으로 엔트리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구본혁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구본혁은 "수비에서 실수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타석에선 번트나 히트 앤드 런 등 작전 수행 능력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번트나 히트 앤드 런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플레이다. 어떤 상황이 와도 내 몫은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구본혁에게 향한 첫 타구는 어쩌면 LG에 긍정 신호가 될 수 있다. 구본혁이 3루수 김민성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LG가 상위권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처럼, 오지환이 돌아올 때까지 LG의 유격수를 잘 지켜 낼 수 있다는 메시지였을 수 있다.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장점으로 메워진다면 팀은 분위기를 탈 수 있다. 구본혁이 안정된 수비를 하나씩 할 때마다 LG의 팀 분위기는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다.

구본혁에게 갔던 첫 타구. 평범해 보였지만 그 속엔 보다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남은 경기에서도 구본혁에게 좀 더 주목해 경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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