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슨.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LG 윌슨은 뛰어난 투수다.

지난해 KBO 리그에 첫발을 내딛은 뒤 2년간 23승(11패)을 기록했다. 올 시즌엔 평균자책점이 2.92로 더 낮아졌다.

완벽해 보이는 투수지만 약점도 있다. 슬라이드 스텝이 빠르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퀵 모션이 느리다.

윌슨은 슬라이드 스텝을 할 때도 왼 다리를 높게 든다. 1루에 주자가 있을 때 포수 미트까지 공이 닿는 시간이 1.3초를 넘는다.

데이터 분석의 발달로 투구 시간 1.2초대를 넘어서는 투수들은 주자를 잡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포수가 앉아 있어도 함께 힘을 더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LG 포수 유강남은 도루 저지율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특히 전반기엔 0.188에 불과했다. 후반기 들어 0.295로 많이 향상된 기록을 냈지만 윌슨의 도움 없이는 도루를 시도하는 주자를 잡는 것이 쉽지 않다.

윌슨은 올 시즌 우완 정통파 투수 중 가장 많은 24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주목할 것은 그 중 가장 많은 7개가 키움전에서 기록됐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윌슨은 키움전 1승2패, 평균자책점 4.50으로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가장 성적이 나빴던 팀은 SK(평균자책점 5.71)인데 SK 역시 많이 뛰는 팀이다.

키움은 올 시즌 팀 도루 110개로 SK(118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도루를 기록했다.  

'대도'는 없지만 뛸 수 있는 선수가 많다는 점이 장점이다.

김하성이 33개로 가장 많은 성공을 했고 김혜성(20개) 서건창(17개) 이정후(13개) 등이 두 자릿수 도루에 성공했다. 대주자 요원으로는 박정음이 있다.

▲ 윌슨 ⓒ곽혜미 기자
키움이 윌슨을 상대로 많은 도루를 성공시켰다는 건 윌슨의 투구 버릇을 캐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주자가 질릴 정도로 견제를 많이 하는 것이 첫 번째다. 언제든 견제가 날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절한 피치드 아웃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상대의 주루 작전을 간파해 한번이라도 주자를 아웃시킨다면 키움도 함부로 움직이기 어렵게 된다.

실제 LG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주자의 진루를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수비 포메이션을 준비했다. 여러 차례 테스트를 통해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견제 능력을 키워 왔다. 이른바 함정 수비인데 그 함정에 키움 선수들이 걸려들지도 지켜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뛴 주자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위기 관리 능력이라는 표현을 이럴 때 쓸 수 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이라는 중압감 때문에 마지막 방법은 위험성이 크다.

윌슨은 키움의 발 야구를 막아 낼 수 있을까. 또 키움은 언제 어떻게 움직이며 윌슨을 흔들려고 할 것인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바라보는 매우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