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브릴 시세 ⓒ송승민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박주성 기자 / 송승민 영상 기자] 지브릴 시세(38)가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지브릴 시세를 만나기 위해 잠실종합경기장으로 향했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한국 팬들과 풋살을 즐긴 그는 경기장에서 가장 행복해보였다. 시세는 몇 차례 심각한 부상으로 선수 생활에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이겨내고 복귀했고, 모든 축구 팬들에게 이름을 남기고 커리어를 마쳤다.

시세는 뛰어난 공격수였다. 프랑스 오세르에서 뛸 때 두 번이나 리그앙 득점왕(2001-02 시즌 29경기 22, 2003-04 시즌 38경기 26)을 차지했고, 잉글랜드 리버풀에서는 FA컵 우승(2005-06)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2004-05)을 경험했다. 그 유명한 이스탄불의 기적에서 시세는 승부차기 두 번째 키커로 팀 우승에 기여했다.

물론 화려한 시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6 국제축구연맹(FIFA) 독일 월드컵 개막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중국과 평가전에서 후반 11분 정즈에게 심각한 태클을 당해 오른쪽 다리뼈가 완전히 부러졌다. 이 부상으로 시세는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프랑스 대표팀에서도 골을 넣지 못하며 멀어졌고, 리버풀에서도 자리를 잃었다.

▲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시세

잊고 싶은 2002 한일 월드컵, 17년 만에 찾은 한국

가장 먼저 시세에게 한국에 온 소감을 물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처음에 왔을 때는 스무 살이었다. 그때는 월드컵 국가대표로 와서 보안도 강했고, 제약도 많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사실 한국에 대해서 밖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이번에는 색다른 것 같다며 그때와 완전히 다른 두 번째 방문에 대해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동양을 굉장히 좋아한다. 동양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고, 한국의 패션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또 내 딸이 방탄소년단의 팬이다.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정말 좋아한다. 무엇보다 삶의 방식이나 살아가는 모습들이 너무 좋아서 한국에 와 너무 기쁘다며 낯선 나라 한국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하지만 사실 2002 한일 월드컵은 시세에게 그리 좋은 기억이 아니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가 1무 2패로 충격적인 탈락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세는 경기와 나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때는 우리 프랑스 대표팀이 충분히 하지 못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 나는 항상 한국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고, 지금도 너무 좋다. 경기와 상황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시세에게 조심스럽게 2006년 부상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에 커리어를 망친 심각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시세는 미소를 지으며 물론 부상을 당한 것이 나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고,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삶의 가치관과 정신의 문제라고 본다. 그런 시간이 있어도 나는 그걸 극복하고 견딜 수 있고,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그런 시간을 극복한다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 시간은 쉽지 않았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겨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 활약했던 지브릴 시세(오른쪽)

뛰어난 공격수 시세 그리고 박지성과 손흥민

롤러코스터 같은 선수 생활을 보냈지만 시세는 분명 훌륭한 공격수였다. 프랑스와 그리스에서 득점왕도 차지했고, 수많은 우승 트로피도 들었다. 그가 생각하는 공격수의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위치 선정과 정신력, 빠른 판단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체적인 요건들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흔들리기가 쉽다. 그렇게 되면 골이 계속해서 안 터질 경우 감독과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부터 안 좋은 일들이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내가 좋지 않은 선수라고 생각하면 결과들도 안 좋아진다. 나에 대한 신념과 믿음이 있다면 잘 견뎌낼 수 있다. 그런 것이 공격수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에게 시세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에서 박지성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선수로도 기억된다. 시세도 박지성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너무 좋은 선수였다. 한국에선 대표적인 축구선수인데 그걸 드러내려는 유형이 아니었다. 나도 잘 몰랐다. 말레이시아에서 돌아올 때 엄청나게 많은 보디가드가 붙고, 팬들이 나온 것을 보고 이 사람(박지성)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이룬 업적도 많고, 경기력도 뛰어나고, 한국에서 유명한 선수와 함께 뛰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좋은 기억이었다. 사람 자체가 참 좋았다고 회상했다.

박지성에 이어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 대표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시세는 손흥민을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 그는 손흥민은 굉장히 훌륭한 선수다. 처음이라면 프리미어리그는 쉬운 곳은 아니다. 적응하는 기간이 있었는데 빨리 적응을 했다. 또 토트넘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공격수가 됐다. 이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결정적인 골들도 많이 터뜨리고 있다. 지금도 훌륭한데 앞으로도 상당히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시아에서 손꼽을 수 있는 역사적인 선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 이스탄불의 기적을 함께 했던 시세

▲ 시세(왼쪽)와 제라드

유럽 챔피언리버풀, 이번 시즌 PL 우승도 가능

시세는 이번 방한에 리버풀 레전드라는 수식어를 달고 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유명한 이스탄불의 기적을 만들었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리버풀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시세는 최근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질문을 꺼내자 가장 오랜 시간 이야기를 쏟아냈다. 시세는 리버풀보다 좋은 팀들은 많은데 리버풀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특히 주장의 리더십이 엄청나다. 뭐라고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있을 때 정신적으로 똘똘 뭉칠 수가 있었다. 아무도 우리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기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리버풀의 정신적인 힘이 있어 승리할 수 있다. 그래서 유명한 선수도 나오고, 아무도 우승을 예측하지 못한 경기에서도 결과를 만들었다. 그래서 최근 우승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버풀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시세는 이번 시즌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도전에 대해 어떻게 전망할까. 시세는 리버풀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지금은 승점 6점 앞서고 있는데 다른 팀들도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어 승점을 계속해서 쌓는 것이 중요하다. 빅클럽을 상대로 경기를 이기는 것이 우승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현재 리버풀은 선수들도 굉장히 성장하고 있고, 특별한 결함도 없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항상 잘하는 맨체스터 시티가 있어 이들에 대한 견제를 늦춰서는 안 된다. 지금은 좋은 상황에서 앞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시세 ⓒ송승민 기자

축구화 벗은 시세, DJ 레코드박스 앞에 서다

시세는 이제 축구선수를 끝내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바로 음악이다. 시세는 요즘에는 특히 음악, DJ와 관련된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 패션에도 관심이 굉장히 많아서 골 스튜디오와 협업을 하고 있다. 또 안경을 모으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음악과 DJ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했다.

시세는 언제부터 음악에 관심을 가진 것일까. 그는 음악은 내 인생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어릴 때부터 항상 음악을 들어왔다. 그래서 이 DJ14살 때부터 시작했다. 그때는 축구 선수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만 했고, 은퇴 후에는 1년 정도 넘게 공식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든, 차를 타든 항상 음악을 열심히 듣고 있다. 음악은 언제나 내 인생에서 중요하고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세는 즐거운 삶을 살고 싶다. 음악을 하고 있으니 클럽이나 축제에 많이 다니고 싶다. 한국처럼 가본 적이 없는 나라들도 하나씩 다녀보고 싶다. 자녀 중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가 있어서 연습도 잘 시키고 좋은 길로 인도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싶다.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살고 싶다. 패션에서 관심이 많은데 골 스튜디오와 관계를 잘 유지해서 좋은 관계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스포티비뉴스=잠실, 박주성 기자 / 송승민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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