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배우 손담비가 최향미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틋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21일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손담비도 배우로서 새로운 막을 열었다. '토요일밤에'를 외쳤던 손담비는 갖은 노력 끝에 이후 10년 만에 수요일과 목요일 밤 안방을 울린 최향미가 됐다.
드라마 종영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손담비는 "얼떨떨하다.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다"라며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손담비가 열연한 향미는 주변의 반응이 뜨거웠다. 친인척과 지인, 친구들에게 연락이 쏟아졌다. 향미를 어떻게 그렇게 풀어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부터 향미가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것은 아니었다. 초반 까멜리아의 직원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던 향미가 '까불이' 키를 쥔 인물임이 드러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욕먹을 수 있는 캐릭터다. '꽃뱀'으로 나와 걱정도 했지만, 연기로 잘 해내야겠다 생각했다. 다행히 시청자가 너무 불쌍히 여겨주고 자기 일처럼 슬퍼해서 고마웠다"라고 밝혔다.
결핍된 삶을 살았던 향미는 단단한 동백을 보고 점점 닮고 싶어했다. 손담비는 "동백이를 닮고 싶어 하는 모습이 대중에게 많이 와닿았던 것 같다. 향미의 불쌍한 삶을 보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것 같다"라고 밝혔다.
향미가 코펜하겐에 가려는 이유가 성전환 때문이라는 예상치 못한 주장도 있었다. 손담비는 "상상이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 모르겠다. 까불이가 나라는 주장도 그렇다. 향미는 피해자인데!"라며 웃었다.
점점 단단해져간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처음 손담비와 향미는 눈에 띄는 공통점은 없었다. 그래서 손담비는 더욱더 철저히 캐릭터 분석에 임했다.
그는 "향미는 맹하고 초점이 없는 눈으로 말한다. 그렇지만 눈치는 빠르고 멍청하지 않다. 그래서 템포를 조절하기 쉽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향미는 천천히 곱씹으며 상대방에게 말한다. 대사가 많다 보니 길이 조절에서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다. 일부러 천천히 발음하고 딕션을 중요히 여겼다"라고 밝혔다.
화제가 됐던 '뿌리 염색'을 하지 않은 머리, 손톱 등은 모두 손담비의 아이디어였다. 종영 후 말끔하게 뿌리 염색을 한 손담비의 모습이 도리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손담비는 향미 그 자체로 지난 몇 달을 보냈다.
'동백꽃 필 무렵' 초반에는 손담비 연기력 논란이 있기도 했다. 대중의 반응에 속상하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기 위해 자신을 다잡았단다. 손담비는 "내 것을 잃지 않고 가려고 했다. 대중에게 흔들리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 했다. 향미라는 캐릭터를 어느 순간 크게 받아 들여주더라. 향미에 대해 이해해주고, 내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을 느끼며 성취감이 높았다"라고 밝혔다.
손담비는 무엇보다 임상춘 작가의 필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내가 죽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서사가 깊숙하고 내면까지 건드리게 될 줄은 몰랐다. 모든 배우가 대본이 너무 좋으니 잘만 찍으면 잘 될 드라마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라며 "작가에 대한 신뢰도가 워낙 높았다"라고 강조했다.
12부가 공개된 뒤 임상춘 작가는 손담비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우여곡절 많았던 향미의 삶을 무사히 잘 표현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칭찬이 담긴 문자였다. 손담비 또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좋은 글을 써준 그에게 감사함을 담아 답장을 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응원이 손담비에게 큰 에너지가 됐다. 손담비는 "'향미는 손담비 그 자체다'라는 댓글이 잊히지지 않는다. '인생캐릭터를 만났다', '손담비가 아니면 누가 하냐'라는 말을 들으면 피로해도 에너지가 급상승했다"라며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잘 해내겠다'라는 동기부여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손담비에게는 두 명의 동백이 있다. 최향미의 동백이 공효진과 손담비의 동백이 려원이다.
손담비는 "공효진은 원래 친한 언니였다. 같이 하며 편했고, 내게 조언도 많이 해줬다. 연기하며 아이디어를 많이 줬고, 사이가 더욱더 돈독해졌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최근 자신에게 쏟아진 대본을 드라마 '불패' 공효진에게 보여주고 조언을 구할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려원도 손담비의 든든한 '동백'이다. 그는 "내가 난항을 겪을 때도, 잘 될 때도 려원이 있었다. 내가 향미로 사랑받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가족처럼 기뻐하고 응원한 사람이 려원"이라며 "내게 드디어 빛을 발하는게 좋고 자랑스럽다고 해주더라. 너무 힘이 됐고, 나도 려원에게 그런 존재가 돼야겠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동백꽃 필 무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손담비는 끝내 향미가 가지 못한 코펜하겐으로 떠난다. 그는 오는 25일 코펜하겐으로 출국한다. 일부러 코펜하겐에서 화보 촬영 일정을 준비했다. 손담비는 자신의 첫 '인생 캐릭터' 향미와 코펜하겐에서 작별할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sohyunpark@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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