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의 박성식, 김종진, 장기호(왼쪽부터)가 27일 오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이 33년 만에 의미있는 새 앨범을 발표했다.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은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열린 '봄여름가을겨울 리유니언 빛과 소금' 기자간담회에서 33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는 감격어린 소감을 밝혔다. 

이번 앨범은 1986년 고(故) 김현식의 밴드 봄여름가을겨울로 함께 음악 인생을 시작해 지난 33년 동안 한국 대중음악사를 이끈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이 무려 33년 만에 함께 발표하는 새 앨범이다. 지난해 신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 전태관을 기리기 위해 어렵게 다시 뭉친 세 사람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길 명반을 탄생시켰다. 

김종진은 "1년 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1년 전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위대한 드러머 전태관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그때부터 태관을 기리는, 뭔가 남길 수 있는 게 있다면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 음악으로 발표가 된 것 같다"고 말했고, 장기호는 "함께 음악을 시작한 김현식, 유재하, 전태관, 김종진, 박성식, 장기호 6명 중에 3명이 이미 하늘나라에 갔다. 세상에 뭔가를 남기기 위해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의 장기호, 김종진, 박성식(왼쪽부터). 제공|(주)봄여름가을겨울

전태관을 기리기 위한 앨범은 고 전태관의 1주기 기일인 27일에 맞춰 발매돼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김종진은 "전태관이 영면하고 있는 용인에 다녀오는 길에 음원사이트에 뜬 곡들을 들으면서 오게 됐다. 5곡으로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계속 돌려들으면 되더라. 돌려듣게 되는 가장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는 듣기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연주자이기 때문에 연주하기 좋은 곡들을 즐겨 듣지 않을까 생각하시겠지만 연주하기 좋은 음악보다 위에 있는 곡은 듣기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고 앨범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함께 음악을 시작했지만 33년 동안 걸어온 시간은 달랐다. 많이도 싸웠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웠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했고 완전히 하나가 됐다. 장기호는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의 개성이 있는데 두 가지 색깔이 어떻게 충돌하지 않고 절충할 수 있을까 가장 고민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잘 어우러진 것 같다. 두 팀 팬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음악은 나왔다는 생각이다"라며 "개인적으로 지켜왔던 아집을 버릴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재밌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은 '동창회'다. '동창회'를 작사, 작곡한 김종진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삶에 대한 곡이었다면 '동창회'는 죽음에 대한 곡이다. 가사는 동창회에 갔더니 친구 한 명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가사에 '약속해, 약속해, 다시 또 만나기를. 한 명도 빠지지 않기'라는 말이 있다. 어느새 만남보다는 헤어짐의 경험이 많은 나이가 되다 보니까 헤어짐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동창회' 외에도 장기호가 쓴 '난 언제나 널', 박성식이 쓴 '행복해야 해요' 신곡 세 곡과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의 명곡을 다시 녹음한 '보고 싶은 친구', '오래된 친구' 두 개의 리메이크곡도 실렸다. 장기호는 '친구'를 노래한 두 곡의 리메이크에 대해 "전태관 뿐만 아니라 하늘에 먼저 간 친구들에게도 '우리 아직 음악하고 있어'라고 보여주는 곡인 것 같다"고 말했고, 전태관은 "행복도 빼앗아 가고 친구도 빼앗아 가는 시대다. 친구가 너무 절실하다. 그래서 두 곡에 가장 먼저 손이 간 것 같다"고 말했다. 

▲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의 장기호, 김종진, 박성식이 발표한 '리유니언' 앨범 이미지. 제공|(주)봄여름가을겨울

전태관을 기리기 위한 앨범이지만 전태관의 빈자리는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이다. 박성식은 "전태관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무 아쉬웠다. 다른 객원 드러머를 써야 했기 때문에 작업하는 내내 마음 한켠에서 서운하고 보고싶고 그리운 느낌으로 작업한 것 같다. 이번 앨범에서는 각 악기 음색들이 굉장히 담백하게 울리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과도한 이펙터는 저희가 지양을 했고, 최대한 원소스가 표현될 수 있게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김종진은 "전태관이 아프면서 더 아프기 전에 기념 앨범을 낼까 말까, 다음에 '밥 한 번 먹자'는 느낌으로 앨범을 하나 내자 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런 느낌으로 앨범을 만드는 건 아니다. 우리 세 명이 올라와 있지만 스태프들 감사드리고 만들어지기 힘든 앨범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유)재하 떠나고, (김)현식이 형 떠나고 태관이가 떠났을 때 '하늘은 천재를 데려가는구나, 천재를 빨리 데려가는구나, 그렇게 좋은가 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국 대중음악을 일궈온 세 사람이 함께 33년 만에 발표한 기념비적인 앨범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다. 2019년의 사운드로 1960년대~70년대 음악 황금기의 낭만을 완벽하게 담아낸 '리유니언' 앨범이 세월의 부침에도 오래 남을 시대의 증거다. 

김종진은 "우리가 발표하는 음악에는 요즘 나오는 앨범에 없는 요소들, 우리가 살아왔고, 디뎌왔고, 먹어왔던 그 시대의 것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60~70년대 음악 황금기의 소리들, 음악 표현법, 거기에 담아 있는 낭만이 담겨 있어서 자신있게 여러분께 선보이게 됐다"며 "산타나가 '슈퍼 내추럴'이라면 저희는 '슈퍼 레트로'"라고 강조했다. 

'봄여름가을겨울 리유니언 빛과 소금'은 27일 정오 음원이 공개됐다. 이날 온라인을 통해 CD 예약 판매가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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