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박경, 바이브 윤민수, 황인욱, 송하예, 임재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곽혜미 기자, 하우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

지난해 11월 가수 박경이 올린 한밤의 트위트는 만들어낸 반향은 컸다. 박경의 한 마디에 해당 가수들이 극렬히 반발했고, SNS에는 관련 댓글로 넘쳤다. 언론은 실시간으로 이를 보도했다.

박경이 언급한 이들은 최근 멜론 등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발라드 가수들로, 하룻밤 사이 '사재기' 주인공이 됐다. 거론된 가수들은 즉각 박경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박경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거쳐 '대포알'이 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4일 방송을 통해 사재기 의혹에 불을 붙였다. '사재기'로 언급된 각 가수 의견은 명확하다. 세세한 의견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사재기를 한 적이 없다"라는 것이다.

▲"바이럴 마케팅, 모든 곡 대상…다 성공하진 않습니다"

박경이 '저격'한 가수들 중 맏형인 바이브의 윤민수는 즉각 "음악 인생을 걸고 진실을 증명하겠다", "바이브는 절대 사재기하지 않는다"라며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박경을 상대로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등을 포함한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로 고소했다. 바이브 소속사 메이저나인은 지난 7일 기자들을 불러 사재기 의혹 사실관계 설명회까지 열었다.

메이저나인은 자사의 대표적 '역주행' 곡인 우디의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 하은요셉의 '여자친구', 바이브&장혜진의 '술이 문제야' 등의 광고 선전비 지급 내용을 모두 공개했다. 곡마다 평균적으로 2000만 원 가량이 쓰였다. 메이저나인은 이 가운데 음원 사재기를 위한 지급 내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 메이저나인 측은 2018년 회사 설립 후 발표된 모든 곡의 순위표를 공개했다. 많은 마케팅 비용을 쏟고도 차트에서 아웃됐던 곡은 물론,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낸 곡까지 순위는 들쭉날쭉 다양했다. 메이저나인은 발표곡 중 약 30%만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타깃 설정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홍보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상하 부사장은 "페이스북은 매우 자세히 타깃 설정이 가능하다. 빅데이터로 분석해 어떤 광고에 적합한지 타겟팅 데이터를 만든다"며 자신들의 바이럴 마케팅 노하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라드 인기? 사재기 아닌 코인 노래방 영향"

'니 소식'으로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른 송하예의 소속사 더하기 미디어의 이성권 대표도 이번 논란에 강경하게 대응 중이다. 박경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송하예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정민당을 상대로도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이 대표는 최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사재기를 정말 했다면, 박경을 고소했겠나. 조용히 넘어가길 바라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정민당의 공세에는 "오히려 그쪽의 노이즈 바이럴 마케팅 같다. (정민당이 증거로 공개한 영상은) 주변 IT 전문가에게 물으니 송하예는 물론 타 가수로도 10분이면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 정민당이 어린 여자 가수라고 만만하게 본 것은 아닌가"라고 황당해했다.

그는 "나는 음악이 정말 좋아서 OST 제작을 위주로 하던 사람이다. 송하예 발표 후에도 OST 수십 곡을 발매했다. 유명 가수들도 많이 참여했다. 만약 사재기하려면 이들을 이용한 OST를 해야 맞지 않냐"라며 "내가 송하예를 위해 사재기를 할 이유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브로커'라는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송하예가 부른 '니 소식'을 비롯한 발라드곡이 최근 음원 차트에서 선전하는 배경은 '코인 노래방'의 힘이 크다는 것이 이 대표의 분석이다.

이 대표는 "직접 금영 본사에서 리스트를 뽑아본 적이 있는데, '노래방 차트' 상위권 다수가 발라드다. 코인 노래방이 늘어나면서 1, 2명이 코인 노래방에 가면 '발라드'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최정상 인기 아이돌의 노래가 100위권에 한 곡도 없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노래방 차트 1위를 하기 위해서는 한 달 기준으로 대개 500만 번 이상 노래가 불려야 하더라"라며 '니 소식'이 400만 번이상 노래방에서 불렸다고 설명하며, 사실상 '노래방 차트'에서 사재기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어 "코인 노래방을 찾은 이들은 '고음 발라드'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아, 일종의 '공식'처럼 고음을 사용한 발라드곡이 노래방 차트에서 반응이 좋다"라며 코인 노래방의 선호현상이 차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에는 일부러 '노래방 차트' 진입을 꿈꾸며 제작되는 곡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단기간 머무는 음원 차트와는 달리 '노래방 차트'는 오랜 기간 '애창'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송하예 또한 실제로 노래방에서 커버 영상을 자주 제작해 올리면서 관심을 끌었다. 송하예를 커버한 유튜버의 영상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꾸준히 '니 소식' 등 송하예의 노래를 커버하는 유튜버 영상이 게시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송하예 곡을 커버하는 유튜버에게 금품 등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는다.

특히 '사재기 의혹'과 관련해 그는 "행여 이러한 논란이 있다면, 제작자를 비판해달라. 어느 제작자가 가수에게 음원 사재기를 권유하겠나. 그건 제작자가 아닌 사기꾼"이라며 "당장 송하예도 악성 댓글로 많은 상처를 받을 것 같아 걱정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실시간 차트를 없애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발라드, 댄스, 인디 등 장르 차트 정도만 있어도 된다"라며 실시간 차트 폐지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알' 책임지지 못할 내용에 가수만 마녀사냥"

다수의 관계자는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 이후 입장을 밝히는 것을 꺼렸다. 박경과의 법적 대응에 집중하며 검경 조사를 통해 억울함을 풀겠다는 의도다. 나름대로 의혹을 해명해도, 믿어주지 않는 것에 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음반 제작자 A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를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팩트체크가 이뤄지지 않고 책임지지 못할 내용으로만 방송됐다"라고 말했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화면. 제공|SBS

이어 "자신들이 취재한 내용에 자신이 있다면 경찰 요청 시 취재 내용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사재기' 신고를 해달라"라며 "'요청하면 넘겨주겠다'는 것이 결국 책임은 질 수 없다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뉴이스트가 '그것이 알고 싶다'의 실수로 인해 오해를 산 것도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의 '팩트체크'가 미진한 증거라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누군가 '사재기'를 했지만, 잘못한 사람은 실명은 공개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실명이 원치 않게 거론된 가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밝히지도 못했다"라며 "본질적인 문제는 '차트'라고 본다. 애먼 가수들의 마녀사냥만 이뤄지는 것 같다. 이젠 누가 아무리 해명을 하더라도 믿어주지도 않는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sohyunpark@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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