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원차트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가수 박경.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가요계 사재기 논란이 커지면서 실시간 차트 폐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인기가수'라는 궁극의 목적보다 '차트 1위'라는 수단이 앞서게 된 것은 차트가 인기의 기준처럼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음원유통사의 실시간 차트가 그 근원이니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차트 의존도가 높아지며 가수들은 '사재기 논란'에 크게 허탈함을 느끼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공들여 만든 음악의 성패가, 음원 공개 첫 1시간 만에 차트 순위에서 판가름나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찰나의 1위는 짧고, 차트아웃의 실패는 재빨리 만회해야 한다. K팝 시장의 컴백 주기가 빨라지고, 쉴 틈 없이 돌아가게 된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재기'로 봐야 하느냐에 대해 가요관계자들도 시각이 갈리는 '바이럴 마케팅' 방식도 사실 차트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결국은 차트 순위가 인기를 증명한다는 것 때문에 생긴 루트다. 일부 가수들은 '바이럴 마케팅'을 활용해 불법 매크로가 아닌 순수한 마케팅을 했다고 주장하며 실시간 차트를 뚫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의 전략은 막강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아이돌의 틈새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면 아이돌 총공을 피해 실시간 차트의 약점인 새벽 시간대를 노린다. 아이돌 팬이 아니며 평소 음악을 찾아듣지 않는 사람 누구나 쉽게 듣고 부를 수 있는 멜로디, 공감가는 가사, 눈에 띄는 제목 등 마케팅 업체가 제시한 '성공의 조건'을 참고해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 코인노래방에서 부르고 싶을 만큼 욕심나는 고음을 더한다. 여기에 아마추어 고수들의 커버곡들을 다수 노출한다. 스토리텔링을 덧입힌다. 10대들이 많이 보는 SNS 페이지에 동시다발적으로 노출 시킨다. 감성을 자극하는 시간대를 노린다. 이런 각종 노하우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SNS 세대가 '들어볼까'하고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찾아 들어준 덕분에 100위권 진입에 성공한다. 일단 올라서면 톱100을 자동재생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 번씩은 듣게 될 가능성이 높고, 노래가 좋다면 순위가 차츰 올라갈 확률이 높다.

이렇게 적절한 빈틈을 찾아 음원차트에 오르는데 성공했다고 치자. 이같은 방식이 사재기인지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이런 방식들이 효과를 낸다면, 차트의 순위가 대중의 수요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게 된다. 결국 차트 신뢰도에 문제제기가 일어나며, 차트를 폐지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차트를 폐지하자는 입장은 차트가 진정한 취향과 인기의 반영인지에 대한 질문과 연결된다. 매크로가 아니라면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대중은 최근 이런 방식으로 만나게 된 신곡들에 호의적인 시선만을 보내진 않고 있다. 보통 신곡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뒤 차트에 올라가는데, 이 방법은 먼저 차트에 올려놓은 다음 사람들이 듣게 만들어 인기를 얻게 만드는 '역발상'인 셈이다. 

스트리밍 총공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내가 너무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를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우리 가수 팬덤에서 특정 시각을 정해 스트리밍 총공을 했다. 덕분에 수록곡 12곡으로 1위부터 12위까지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이 역시 팬덤에 속하지 않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차트가 엉망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 가수 윤민수. ⓒ곽혜미 기자

이런 상황들이 수년 째 지속되는 가운데,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차트에 진입하는 가수들은 늘어나기 시작했고, 한여름에도 발라드 마케팅에 성공한 가수들의 신곡이 상위권을 장악하자 사람들은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음원차트가 '요즘 인기있는 노래'를 보여주는 지표로서는 공신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모든 논란이 1시간마다 순위를 보여주는 실시간 차트 때문에 벌어졌다는 '의심'이 강해지면서 실시간 차트는 폐지하고 일간 차트를 유지해야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진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이미 사람들은 실시간 차트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것부터가 실시간 차트가 없어져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젠 1위를 하면 '사재기' 의심부터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요즘의 사재기 '난리'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첫 번째는 악플이 쏟아지고 싸움이 벌어지는 댓글란이다. 두 번째는 실시간 차트다. 결국은 차트에서 이런 순위가 나오게끔 만든 음원유통사의 구조적인 문제인데 가수들만 싸움이 났다"며 "모두들 그런 수고를 그만하도록 해야 한다. 시간 단위를 없애고, 일 단위로 모두 바꾸면 된다. 모든 가요 관계자들이 '얼마나 올랐나' 이 차트만 쳐다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의미가 없다"고 호소했다.

차트 폐지에 모두 찬성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즉, 일부에서는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된 선수가 나왔다고 해서 올림픽을 폐지할 순 없는 노릇"이라며 실시간 차트는 그래도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나왔다 하면 1위인 음원 강자들은 모른다. 실시간 차트이기 때문에 오히려 1시간 스쳐 지나가더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거다. 실시간이기 때문에 차트 순위를 기준으로 마케팅 아이템을 낸다거나 아티스트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꾸리는 등의 대응을 좀 더 빨리 할 수 있다. 우리가 열심히 준비한 음원에 대한 피드백이 좀 더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솔직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bestes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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