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정운찬 총재는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 KBO와 10개 구단은 3일 실행위원회, 10일 이사회를 연이어 개최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막 연기를 포함해 경기 일정을 놓고 결정을 내려야할 시점이 다가왔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무관중으로라도 시즌을 시작해 144경기를 소화하는 게 낫느냐, 관중이 들어올 시기로 개막을 최대한 늦춰 시즌 경기수를 단축하는 것이 낫느냐."

사상 최초 시범경기 전면 취소 카드를 꺼내든 KBO가 정규시즌 개막 연기 여부를 놓고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예정된 정규시즌 개막일은 오는 28일.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일단 개막전 연기가 유력한 분위기다.

더는 미룰 수 없다. KBO는 3일 오후 긴급 실행위원회(단장모임)를 열고 정규시즌 개막과 일정에 대해 논의한다. 물론 이 자리에서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다. KBO가 준비해온 갖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격론을 벌인 뒤 A안, B안, C안 등으로 선택지를 추리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어 일주일 뒤인 10일 열리는 이사회(사장단 모임)에서 이를 두고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실행위 이후 며칠 사이에 코로나19 분위기가 또 달라질 수 있어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시즌 단축은 최후의 수단…144경기 체제 고수

KBO와 각 구단 마케팅팀장들은 지난주 대전에서 먼저 모여 워크숍을 진행했다. 144경기 체제를 유지하느냐, 시즌을 단축하느냐의 주제를 놓고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 워크숍에 참석한 A구단 마케팅팀장은 "결론적으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우선 원칙은 ①시즌 축소는 없다, '②무관중 경기는 없다'였다. 다시 말해 개막전이 연기되더라도 관중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144경기 체제를 유지해야한다는 데 100% 의견이 일치했다"면서 "광고를 비롯해 연간 계약을 해 놓은 게 한두 군데가 아니라 경기수가 단축되면 줄줄이 위약금 문제가 발생한다. 구단뿐만 아니라 계약자들이 연쇄적으로 모두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 봄남 화창한 날씨 속에 프로야구. 지난해 3월 24일 한화와 두산이 맞붙은 잠실구장은 매진을 이뤘다. ⓒ곽혜미 기자
프로야구 산업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연간 중계권료 계약이 이뤄져 있고, 광고 계약도 연간으로 맺어져 있다. 야구장에 입점해 있는 매점과 외주업체와 납품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그 아래로 하청업체들이 2차, 3차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시즌 단축은 단지 선수들이 몇 경기 더하고 덜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구단뿐만 아니라 프로야구에 관련된 모든 업체와 종사자들이 도미노처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케팅팀만의 의견으로 개막 일정과 시즌 경기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단의 다른 파트는 물론 선수단, 팬들의 의견과 사회 분위기도 배제할 수 없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경기수 줄이는 건 쉽지만 복합적인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중계권, 광고, 티켓 판매 등 거의 모든 수입이 경기를 통해 나오기 때문에 개막전이 연기되더라도 우선은 최대한 144경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2~3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도 안 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경기수 단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구도'로 불리는 부산에도 겨우내 야구를 기다려온 팬들이 많다. 팬 없는 프로스포츠는 의미가 없다. ⓒ곽혜미 기자
◆더블헤더-월요경기-올스타 브레이크 축소…11월 중순 KS

올해는 도쿄올림픽이 있어 7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18일간 KBO리그를 중단하기로 결정해놓은 상황이다. 개막일을 연기한다면 일정이 더 촘촘하게 짜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자투리 날짜도 줄이고, 보통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끝나는 한국시리즈 최종전을 11월 중순까지 미뤄야 한다. 그래서 더블헤더와 월요일경기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KBO는 올해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따로 두지 않고 올스타전도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에 편성해 하루 만에 진행하는 안을 마련했다. 전야제 행사처럼 하루 전 열리던 홈런레이스 예선도 하지 않고, 1군 올스타전이 열리는 날에 예선과 결선을 모두 치르는 등 이벤트를 압축해 대표팀 선수들의 올스타전 나들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도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진정돼야 가능하다. 4월을 넘어서도 바리어스가 확산일로에 놓인다면 시즌 경기수 단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144경기 유지를 위해 최대한 언제까지 개막전을 연기할 수 있을까. KBO 박근찬 운영팀장은 이에 대해 "3주 연기가 마지노선"이라고 답했다. 이런저런 방법을 강구하더라도 4월 18일에 개막하지 못하고 더 뒤로 미뤄진다면 경기수 단축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 둥근 공이 어디서 멈출지 알기 어렵듯, 코로나19 사태도 언제 종식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개막과 리그 일정을 확정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KBO와 10개 구단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희재 기자

◆마지노선까지 간다면? 무관중 144경기와 경기수 축소 사이 딜레마

마지노선까지 치닫는다면 144경기를 위해 무관중으로라도 시즌을 개막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경기수가 축소되더라도 관중이 야구장을 찾을 수 있을 때 개막을 하는 것이 나을까.

이에 대해 대부분은 후자를 선택했다. 서울의 A구단 마케팅팀장은 "둘 다 상상도 하기 싫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관중이 없는 프로스포츠가 의미가 있을까. 무관중을 선택해야한다면 아직 안전하지 않다는 뜻일 텐데 그런 분위기라면 차라리 경기수 축소가 낫다고 본다"라고 개인적인 의견을 밝혔다.

지방의 B구단 마케팅팀장도 "최대한 144경기 체제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그 전제 조건은 관중이다.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면 어차피 광고를 비롯해 각종 연간계약을 한 효과들을 얻지 못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방의 C구단 운영팀장은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일관성 있게 무관중으로라도 144경기를 치르는 게 옳을지 모른다. 그러나 비상 상황이다. 프로농구처럼 무관중으로 시즌을 시작하다가 코로나19 확진자라도 나오면 다시 리그가 중단돼야한다. 이럴 땐 경기수 축소를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연 KBO와 10개 구단의 선택은 무엇일까. 결론을 내리기 위한 기초 작업이 진행될 3일 실행위원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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