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 팬들이 2003년 9월 센트럴리그 우승 직후 도톤보리강으로 뛰어드는 축하행사를 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에는 수십 년간 풀지 못한 저주 하나가 있다. 바로 커넬 샌더스의 저주다.

1985년 한신은 창단 후 처음으로 일본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우승 직후 선수단은 오사카 홈팬들이 기다리고 있던 도톤보리강 일대에서 카퍼레이드를 하며 감격을 만끽했다. 그런데 끔찍한 저주는 여기서 생기고 말았다.

오카사 팬들은 연고지 구단이 우승을 하면 도톤보리강으로 뛰어드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또, 선수와 닮은 시민을 헹가래 친 뒤 도톤보리강으로 빠트리는 전통 축하의식도 연다. 문제는 과도하게 흥분한 일부 팬들이었다.

당시 타율과 홈런, 타점을 포함한 타격 3관왕은 물론 일본시리즈 MVP까지 차지한 외국인선수 랜디 바스가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KFC의 창업주 커넬 샌더스와 닮았다고 여겨, 몇몇 팬이 KFC 매장 앞을 지키던 동상을 도톤보리강으로 빠트린 것이다. 그리고 이 동상은 20년 넘게 발견되지 않았고, 공교롭게도 한신은 이후 단 한 번도 일본시리즈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커넬 샌더스 저주의 시작이었다.

미국 NBC스포츠는 22일(한국시간) “만약 코로나19로 일본프로야구가 열리지 않는다면, 한신은 커넬 샌더스의 저주를 깨트릴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며 다소 발칙한 상상을 했다.

매체는 “NPB는 4월 중 개막을 하기로 했지만, 현재로선 개막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 일각에선 7월 열리는 2020도쿄올림픽까지 미루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이는 NPB, 특히 한신에는 나쁜 소식이다. 1985년 일본시리즈 우승 이후 커넬 샌더스의 저주로 고생한 한신은 이 저주를 깰 기회를 다시 잃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KFC 창업주인 커넬 샌더스를 본따 만든 동상.
NBC스포츠는 커넬 샌더스의 저주와 관련된 이야기도 자세히 실었다.

매체는 “사라졌던 동상은 2009년 도톤보리강에서 발견됐다. 팬들은 드디어 저주가 풀렸다고 생각했지만, 한신은 이후에도 일본시리즈 정상을 밟지 못했다”고 전했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지녔던 밤비노의 저주와 시카고 컵스가 100년 넘게 달고 살았던 염소의 저주처럼 야구계 대표적인 저주로 통한 커넬 샌더스의 저주. 밤비노의 저주와 염소의 저주는 모두 깨졌지만, 동상의 저주는 아직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일본판 밤비노의 저주와 염소의 저주는 언제쯤 풀릴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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