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이동원은 13일 처음으로 잠실 마운드에 섰다. 2012년 육성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지 9년 만이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오늘(13일) 같이만 던지면 (1군에서) 기용하죠."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비밀병기' 이동원(27)의 비공식 잠실 데뷔전을 지켜본 뒤 미소를 지었다. 이동원은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에 청팀 4번째 투수로 나섰다. 2012년 육성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지 9년 만에 처음 잠실 마운드를 밟은 순간이었다. 이동원은 청팀 4번째 투수로 나서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첫 테이프를 끊었다. 

파이어볼러의 위력을 마음껏 보여줬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6km까지 나왔고 가장 느린 공이 시속 151km였다. 변화구는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를 섞어 던졌다. 6회말 1사에서 최주환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내주긴 했지만, 3루 도루를 저지하면서 아웃 카운트를 늘렸고 오재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을 끝냈다.

이동원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으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제구와 팔꿈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권명철 두산 2군 투수 총괄 코치는 오랜 시간 이동원의 투구 폼과 습관을 유심히 지켜보고 모범 사례를 찾아 직접 보여주며 교정을 도왔지만, 안정적인 제구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김 감독과 권 코치는 이동원을 향한 섣부른 칭찬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김 감독은 이동원의 투구를 지켜본 뒤 "2군에서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합류시켰다. 라이브 배팅도 아니고, 비록 청백전이지만, 정말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계속 오늘 같이만 던지면"이라는 바람이 뒤따랐다. 김 감독은 "던질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계속 마운드에 서게 해서 지켜보려고 한다. 계속 연타(연속된 호투)가 나와야 한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이동원의 공을 타석과 더그아웃에서 지켜본 두산 타자들은 "저렇게 던지면 못 치겠다"고 입을 모았다. 강석천 두산 수석 코치는 "타자들이 오늘 (이)동원이 공이 정말 좋았다고 하더라. 종속도 좋고 볼 끝이 최고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정규시즌 경기는 아니었지만, 이동원은 9년 동안 멀리서 바라만 봤던 잠실 마운드에 서서 그토록 던지고 싶던 '자기 공'을 던졌다. 3타자를 상대하면서 공 13개를 던져 "1이닝 동안 공 20개 안으로 던진다"는 목표도 달성했다. 

이동원은 2020년을 맞이하면서 등 번호를 99번에서 25번으로 바꿔 달았다. 두산 25번의 전 주인인 배영수 두산 투수 코치와 포수 양의지(NC 다이노스)의 좋은 기운을 받고 싶었다.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잠실야구장에서 한 번은 던지고 싶었다"는 이동원. 힘겹게 첫걸음을 내디딘 그는 이날의 호투가 찰나의 기쁨으로 끝나지 않도록 더 땀을 흘리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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