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핫펠트. 제공|아메바컬쳐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가수 핫펠트가 지난 3년 동안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담은 글과 목소리로 돌아온다. 

23일 정규 1집 '1719'를 발표하는 핫펠트는 음반과 함께 공개하는 한정판 스토리북으로 지난 3년 동안의 내밀하고 복잡했던 속마음을 모두 고백했다. 그의 신보 발매는 지난해 6월 공개한 '해피 나우'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1989년생인 핫펠트는 지난 3년 동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됐고, 원더걸스를 떠나 솔로 가수가 됐다. JYP엔터테인먼트와도 작별하고 아메바컬쳐와 새롭게 손을 잡았다. 스토리북과 함께 내놓은 '1719'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7시부터 19시 즉 해가 지는 '개와 늑대의 시간', 17세에서 19세까지라는 여러 뜻을 내포했다. 열아홉에 원더걸스로 데뷔해 서른이 훌쩍 넘어 내놓는 첫 솔로 정규앨범이기에 각별히 신경썼다. 

핫펠트가 쓴 스토리북의 목차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그가 느꼈던 감정의 순서대로 구성됐다. '나는 아빠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로 시작해, 이번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인 '새틀라이트'와 '스윗 센세이션'을 다룬 '가짜 별', '완벽한 하루가 될 거야' 등 여러 이야기들이 빼곡히 수록됐다. 

핫펠트는 스토리북 도입부터 자신의 아버지 박 모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소녀의 고백을 SNS를 통해 접하고 느꼈던 분노와 착잡한 마음에 대해 토로했다. 또 성직자였던 부친의 거듭된 외도, 양친의 이혼 과정을 덤덤히 서술했다. 자신에게 경증의 저장강박증이 있다고 고백했고, 담배를 혐오했던 자신이 어느덧 골초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자칫 친한 친구에게도 쉽게 털어놓기 어려울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핫펠트는 거리낌이 없었다. 스토리북에는 그가 2017년 미국 뉴욕에서 작업할 당시부터 썼던 작업 노트 일부도 함께 실렸다.

핫펠트는 이번 스토리북 발간에 관해 "내가 알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내가 내 이야기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부분을 쌓아두고 지내다 보니 곪아가는 상황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글쓰기는 그가 심리상담을 받을 당시 추천받은 해소법이다. 핫펠트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약 1년 동안 심리상담을 받았다.

그는 "테라피의 의미로 글을 쓰는 것을 추천받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걸 이번에 함께 선보이고 싶단 생각을 했다"며 주변 사람들의 격려 속에 작업해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속사 아메바 컬쳐의 수장 다이나믹 듀오는 스토리북 초고를 보고 핫펠트의 글솜씨에 감탄하며, 글에 보다 보충되었으면 하는 내용 등에 관해 조언하는 등 핫펠트를 전적으로 응원했다.
▲ 가수 핫펠트. 제공|아메바컬쳐

가족사가 일정 부분 담기기에 가족의 만류가 있을 법도 했지만, 핫펠트는 고개를 저었다. 도리어 그의 엄마와 언니, 남동생 등 가족들은 핫펠트의 솔직한 글을 읽고 그를 격려했다. 

핫펠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쓰고나서 보여주고 싶었다. 끝까지 작업하고 가족들에게 각자 파일로 보내줬다. 가족이 읽고 반대를 하면 엎을 생각이었는데 가족이 지지해줬다"고 고마워했다. 핫펠트의 글을 읽은 뒤 그의 언니는 글마케팅에서 흔히 쓰이는 SWOT(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기법으로 글을 분석해서 보내줬을 정도다.

그는 "엄마는 '네가 진짜 겪은 것을 표현하는 걸 보니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표현하고 싶은 것을 두려워 말고 당당히 표현하라고 나를 믿는다고 해줬다. 상당히 힘이 됐다. 동생도 길게 메시지를 보내줘 감동적이었다"라며 "언니는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해줬다. 가족의 지지를 받고 나온 책"이라고 강조했다.
▲ 가수 핫펠트. 제공|아메바컬쳐

지난한 3년을 겪은 핫펠트에게 2020년은 분명 다른 의미다. 핫펠트는 "이번 앨범 준비가 쉽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순리대로 되는 느낌이었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사람이 나타나는 식이었다. 준비과정이 힘들면서도 즐거웠다. 과거보다 더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고, 감사한 순간이 많다"고 말했다. 달라진 핫펠트의 마음이 담긴 것이 '스윗 센세이션'과 '새틀라이트'다.

핫펠트는 "대다수의 곡이 울면서 작업한 곡이다. '스윗 센세이션'은 밝은 곡이지만 나는 어두운 감정일 때 작업했다. 나 자신에게 '다 잘될 거야', '걱정하지 마'라는 마음을 담아 썼다. '새틀라이트'에서는 '너는 별이야'라는 말을 반복하는데 그런 부분도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꿈꾸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불안한 시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숨거나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사람도 많은 듯하다. 다른 사람에게 멋있는, 잘나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SNS에서 꾸며진 내 모습을 전시하고 그 모습과 다른 실제의 자신에게 괴리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본다. 나도 그랬다"라며 "솔직한 내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또 "내가 특별히 더 힘들다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내 삶이 불쌍하다는 것도 아니다. 똑같이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음악과 글로 표현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핫펠트가 생각하는 자신은 당당하고 터프한 사람이다. 앞으로는 더 신나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곡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아이돌 출신이기에 '댄스본능'이 아직도 살아 숨 쉰단다.

'1719'와 스토리북을 통해 한층 밝아진 핫펠트는 분명 과거와 달랐다. 배달음식만 시켜먹다가 요즘은 요리하는 재미를 느끼고, 위안을 찾고 있다. 핫펠트는 "힘든 시간을 지나며 무겁고 어두운 음악을 많이 만들었다. 이 음악들을 확실히 털어내야 그다음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앨범을 털어내고 나면, 나도 다른 어떤 부분이 더 새롭게 보이지 않을까. 올해 더 활발히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핫펠트는 23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새 앨범 '1719'를 공개하고, 오는 5월 1일 스토리북 발간 기념 온라인 북토크쇼를 개최한다.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sohyunpark@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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