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일 셰프와 김유진 PD(왼쪽부터). 제공|MBC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김유진 PD 학교 폭력 피해자가 김유진 PD의 2차 자필 사과 이후 심정을 밝혔다.

피해자는 23일 이원일 셰프의 SNS를 통해 공개된 김유진 PD의 추가 자필 사과문 공개 후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이런 말투로 사과할 생각이면 생각을 고쳐 먹으라"며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말투가 놀랍다. 사과하는 사람이 끝까지 웃어른 행세하는 게 참 기가 찬다"고 말했다.

해당 글 작성자는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유진 PD의 학교 폭력 논란을 처음 제기한 인물이다. MBC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 예비 신랑인 이원일 셰프와 동반 출연 중이었던 김유진 PD가 과거 뉴질랜드 유학 시절 여러 차례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의 폭로를 계기로 추가 피해자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김유진 PD와 이원일 셰프는 부랴부랴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등 부적절한 표현을 사과문에 사용해 도리어 논란만 거세졌다. 직접 연락해 사과하겠다는 사과문 내용과 다르게 연락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23일 오후 피해자는 김유진 PD에게 연락을 받고 그가 과거 행사한 폭력을 인정하고 사과한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피해자는 김유진 PD와 이원일 셰프에게 재사과문을 쓸 것을 요구했고, 두 사람은 이날 오후 늦게 이원일 셰프의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공개된 대화에서 피해자는 "올린 사과문을 봤고 사과를 수락할지는 내가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일인 것 같다. 약속한 대로 사과문 내리지 말고 또 다른 피해자에게도 사과를 꼭 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김 PD에게 당부했다.
▲ 김유진 PD와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한 학교 폭력 피해자.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또 "사과문에 달리는 일부 무례하거나 대리 용서하는 댓글이 나를 포함한 피해자에게 상처가 된다"며 "저는 가해자다. 우리에게 괜찮다는, 사과했으면 됐다는 말은 피해자에게 비수로 꽂힌다. 자중해달라'는 내용을 추가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유진 PD는 "그래 미안하고 수정본 올렸어"라고 짧게 대답했다.

피해자는 이원일 셰프의 인스타그램에 '대리 용서'를 하는 누리꾼들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용서는 관전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김유진 PD에게 가해를 당한 피해자가 하는 것이고, 격려는 피해자가 용서한 후에 따르는 것인데도 괜찮다는 둥 사과했으니 됐다는 둥 하는 댓글을 보니 아직도 이 사회가 피해자에게는 참 불공평한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공론화의 주목적 중 사과를 받는 것은 일부일 뿐이며 이 공론화를 통해 가해자가 적어도 미디어에만큼은 뻔뻔하게 얼굴을 내밀지 않게 되는 선례를 만들고자 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원일 셰프와 김유진 PD는 과거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으며 오는 8월 결혼 예정이다. 두 사람은 '부러우면 지는 거다'를 통해 결혼 준비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으나, 학교 폭력 논란 이후 자진 하차했다. 기존 촬영분도 편집되며, 이원일 셰프는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출연도 중단했다.
▲ 이원일 셰프와 김유진 PD가 23일 새로 공개한 자필 사과문. 출처|이원일 인스타그램

이하 피해자 입장 추가 내용 전문이다.

이원일 셰프 SNS에 새로운 사과문이 올라와 추가합니다.

이원일 셰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과문에 달린 댓글 중 가해자와 셰프를 ‘대리 용서’하는 댓글이 수도 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유감스럽습니다.

‘용서’는 관전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저를 포함한 김유진 PD에게 가해를 당한 피해자가 하는 것이고 ‘격려’는 피해자가 용서한 후에 따르는 것임에도 괜찮다는 둥 사과했으니 됐다는 둥 하는 댓글들을 보니 아직도 이 사회가 피해자에게는 참 불공평한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판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도 다 읽어 보았습니다. 이 글에 댓글을 다신 분들 모두, 특히 처음 쓴 글에서부터 이 글에서까지 꾸준히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든든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어떤 분들께서는 제가 카카오톡 메시지로 사과를 받은 것에 대해서 또 그 대화 내용을 올린 것에 대해서 “이렇게 하면 가해자가 사과했으니 됐어 할 것이다. 사과도 받아주지 말고 대화도 하지 말아야 한다.”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 상황이 안타까워 같이 분노하기에 하시는 말씀임을 압니다.

김유진 PD와의 대화에서도 밝혔듯, 제가 가해자와 대화를 나누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저에게 응원을 보내주신 분들과 제 글을 통해 용기 내서 자신의 경험까지 밝힌 피해자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공론화를 마음먹은 이유도 가해자가 사과와 반성 없이 떳떳하게 살아가는 사회에 신물이 나서라고 밝혔습니다.

이 공론화의 주목적 중 사과를 받는 것은 일부일 뿐이며 이 공론화를 통해 가해자가 적어도 미디어에만큼은 뻔뻔하게 얼굴을 내밀지 않게 되는 선례를 만들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화를 나눴고, 그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입니다.

사실 저는 가해자와 대화를 나누고 사과를 받으면 오늘만큼은 제시간에 잠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나 봅니다. 며칠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몸과 정신은 피로한 데 두 시간 넘게 눈을 감고 있어도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그때 새로운 사과문이 올라왔고 그것을 확인한 후 이렇게 추가 글을 적습니다.

12년간 깊숙이 자리잡힌 상처가 하루 저녁에 아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또 지금 제 마음도 시원한 마음보다는 복잡미묘한 마음이 크기 때문에 여러분의 우려대로 바로 김유진 PD의 사과를 수락하고 용서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조금 더 제 마음이 편해지고, 후련해지면 그때 용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 일을 통해서 12년 동안 시종일관 남 눈치를 보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틀어짐이 있거나 피해를 받았을 때 항상 제 탓 먼저 했던 성격이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쁩니다.

거듭 언급했듯이, 이 일은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고 김유진 PD에게 피해를 본 다른 피해자와 또 모든 학교 폭력 피해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김유진 PD가 피해를 밝힌 모든 피해자에게 연락하여 사과하는 게, 올바른 선례를 만들 꼭 필요한 중요한 과정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가 공론화를 하는 동안 제 옆에서 자기 일인 것처럼 도와준 제 가장 친한 친구, 과거에는 가해자였으나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했으며 지금은 든든한 지원군이 된 지인, 발 벗고 나서 도와주신 두 언니 그리고 공론화에 힘을 보태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김유진 씨.

다른 피해자분들에게도 이런 말투로 사과하실 생각이시면 생각 고쳐먹으시길 바랍니다. 일일이 지적하고 싶지 않아서 참았는데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린 것이 아님에도 말투가 놀라워서 알려드리는 거예요. 사과하시는 분이 끝까지 웃어른 행세하시는 게 참 기가 차네요.

그러니까 여러분 저들에게 힘내라는 말하지 마세요.

스포티비뉴스=박소현 기자 sohyunpark@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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