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유병학 객원 기자·이교덕 기자] "지난주 목요일(19일), 양성훈 감독님의 전화를 받았다. '임현규 선수가 발목을 다쳐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대타로 출전할 의향이 있냐'는 내용이었다. 웰터급이라 조금 망설였고, 상대가 어떤 선수인가 알아 보고 연락 드린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님께서 재차 전화하셨고 '에라, 모르겠다'란 마음으로 출전하겠다고 했다. '못 먹어도 고' 아니겠나."

임현규 대신 TOP FC 라이트급 챔피언 출신의 '마에스트로' 김동현B(27·부산 팀매드)가 오는 28일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UFC FIGHT NIGHT SEOUL)'에서 도미닉 스틸(27·미국)을 상대한다.

국내 UFC 10호 파이터가 된 김동현은 4경기 계약을 맺었다. 축하 전화를 많이 받긴 했지만, 아직 옥타곤에 오르지 않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김동현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제대 후 라이트급으로 완전히 전향했다. 평소 체중을 8kg 이상 줄이면서 체구가 작아진 것이 사실이다. 현 체중은 78~80kg. 웰터급(77.56kg) 경기라 부담되긴 하지만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승낙했다. 스틸은 흑인 특유의 근력과 탄력을 갖췄다. 레슬링을 바탕으로 한 타격도 출중하더라"며 "TOP FC에선 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안정적으로 싸웠다. 하지만 UFC 데뷔전인 만큼 지금까지 해 왔던 모든 기술을 활용해 되든, 안 되든 화끈한 승부를 펼쳐 보고 싶다"고 말했다.

보너스 같은 경기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난 잃을 것이 없지 않나. 정상급 선수를 상대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이겠다. 불리한 점보단 유리한 점을 자꾸 되뇌려 한다. 이번 경기를 마치면 승패와 상관없이 라이트급으로 내려갈 예정"이라고 했다.

김동현은 UFC 웰터급 랭킹 7위 '스턴건' 김동현과 같은 부산 팀매드 소속이다. 이름이 똑같아 헛갈리지 않도록 주변에서는 작은 김동현, 줄여서 '짝똥(작동)'이라고 부른다. UFC와 계약을 체결할 때 닉네임을 '마에스트로'로 정했다.

"동현이 형이 무척 기뻐해 주셨다. 이 상황이 신기하다. 같은 팀의 동명이인으로 우리에겐 특별한 관계가 있다. 물론 한문은 다르지만(웃음). 이름이 동일한 만큼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다"면서 김동현은 2009년 9월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중국 '영웅방'에서 나와 싸운 본 앤더슨은 나를 보기 전까지 동현이 형과 싸우는 줄 알고 있었다. 'UFC 소속인데 왜 나와 싸우지?'라며 어리둥절해 했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라고 소개했다.

팀매드에는 '스턴건' 김동현, '마에스트로' 김동현 외에도 UFC 파이터 최두호, 강경호, 함서희가 소속돼 있다. 전 로드FC 플라이급 챔피언 조남진, 군 복무 중인 배명호, 국내 라이트급 강자 박원식 등 강자들이 즐비하다.

"UFC 진출을 꿈꾸는 동료들이 많다. 부러워하지 않나"라고 묻자, 김동현은 "다들 크게 기뻐하며 축하해 줬다. 모두 자극을 받았는지, 더 열심히 훈련하더라. 여러모로 잘된 것 같다. 기회는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알 수 없다. 나 역시 준비가 돼 있었기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선수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고 답했다.

김동현은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파이터다. 큰 부담은 없고 원래 경기 순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응원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편이며 많은 국내 팬들이 오는 만큼 반드시 승리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감회가 새롭지만 마냥 기쁘진 않다. 결국 임현규 선수의 대신이지 않나. 임현규 선수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 임현규 선수였다면 분명 쉽게 이겼을 것이다. 나와 맞붙게 돼서 비등비등해진 것 같다(웃음). 내가 첫 경기인 만큼 스타트를 잘 끊어서 한국 선수들이 전승을 할 수 있도록 이바지하겠다."

■ 국내 UFC 10호 파이터 '마에스트로' 김동현, 그는 누구인가?

김동현은 유년 시절부터 레슬링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2005년 예멜리야넨코 표도르와 미르코 크로캅의 경기를 본 뒤 종합격투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키가 크지 않아 배구 선수를 더 이상 할 수 없었고, 마침 재학 중인 부경고(옛 경남상고) 근처에 부산 팀매드가 있었고, 그는 단지 강해지겠다는 일념 하나로 체육관 문을 두드렸다.

당시에는 양성훈 감독과 배명호 등만 있었고 관원이 적었다. 김동현은 선수를 할 생각은 아니었으나 방과 후 습관적으로 체육관을 찾았다. 김동현 인생의 첫 기회는 20세 3월에 찾아왔다. 다른 선수들(아마추어 전적 전승)에 비해 전적이 좋지 않던 김동현은 운 좋게 2007년 '스피릿MC 인터리그5 미들급 토너먼트'에 합류해 당시 우승 후보로 불리던 김대건-전기출을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김동현은 이런 탄탄대로 성장이 자신에게 먹구름으로 작용할진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우승 후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우승을 계기로 스피릿MC에 진출했고, TV 프로그램 '슈퍼코리안'에도 출연했다. 당시 돈을 많이 벌진 못했으나 한국 종합격투가로선 이룰 건 다 이뤘다고 섣부르게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너무 어린 탓에 스포트라이트가 전부인 줄 알았던 것이다. 이후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긴 했지만 뚜렷한 목표 의식이 없었다. 중국, 일본 대회에도 출전했다. 싸울 때마다 '설마 내가 이기겠어'라며 나 자신에게 되물어봤다. 2009년 11월 딥(DEEP)에서 몬마 히데타카와 싸웠을 때는 정신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내가 나를 믿지 못했고, 나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 없었다. 운이 좋아서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거였다. 격투 신동? 특급 기대주? 과대평가된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2010년 일본 딥(DEEP)에서 2연패. 뼈아픈 패배라기보다는 동기부여를 갖게 해 준 의미 있는 패배였다. 김동현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대로라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느꼈다. 바뀐 생각은 그대로 경기에서 빛을 발했고, 2011년 연달아 3승을 기록하며 환골탈태한 경기력을 보였다.

연승보단 정신 무장이 필요했던 김동현은 입대를 결심했다. 2011년 9월부터 경기도 양주의 보급부대에서 21개월 간 복무한 김동현은 2013년 6월 전역을 신고했다. 그는 군 시절에도 운동을 게을리 하진 않았지만 몸이 망가진 것이 사실이라며 배명호, 김창현, 허윤 등과 훈련하며 체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감각을 찾아 나갔다.

웰터급에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전역 후 더 큰 미래를 위해 라이트급으로 전향했다. 한국 나이로 28세엔 챔피언에 오르거나 UFC에 진출하고 싶었다. 김동현은 이 모든 걸 28세에 이뤘다. 지난 8월 강정민을 꺾고 TOP FC 초대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고 지난 19일 UFC에 입성했다.

"드디어 나의 때가 온 것 같다. 말하고 생각한 대로 이뤄져서 신기하다. 잘 풀리는 느낌이다. 준비도 없이 막무가내로 링에 올랐던 초창기완 달리 이제는 모든 걸 준비하는 선수가 됐다. (김)동현이 형이 UFC에서 하나씩 꿈을 이루고, 인생이 바뀌는 걸 보면서 나 역시 정신 차리고 인생을 걸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경기에서 이기기까지 하면 더 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마에스트로' 김동현의 합류로 부산 팀매드는 UFC 서울 대회에 군 복무 중인 강경호를 제외한 소속 선수 4명이 대거 출격한다. '스턴건' 김동현은 도미닉 워터스와, '함더레이 실바' 함서희는 코트니 케이시와, '슈퍼 보이' 최두호는 샘 시실리아와 만난다.

UFC 서울 대회는 오는 28일 저녁 6시 SPOTV2에서 생중계된다.

■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 대진

-메인 카드

[웰터급] 벤 헨더슨 vs 호르헤 마스비달
[웰터급] 김동현 vs 도미닉 워터스
[웰터급] 추성훈 vs 알베르토 미나
[페더급] 최두호 vs 샘 시실리아

-언더 카드

[미들급] 양동이 vs 제이크 콜리어
[페더급] 남의철 vs 마이크 데 라 토레
[라이트급] 방태현 vs 레오 쿤츠
[여성 스트로급] 함서희 vs 코트니 케이시
[플라이급] 야오 지쿠이 vs 프레디 세라노
[밴텀급] 닝 광유 vs 마르코 벨트란
[웰터급] 도미닉 스틸 vs 김동현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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