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UFC 특별취재팀 유병학 객원 기자] 구미 팀혼 이창섭 감독과 UFC 페더급 파이터 최두호(24), 둘은 국내 종합격투기에서 잘 알려진 사제지간이다. 이창섭하면 최두호가 붙고 최두호하면 이창섭이 붙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들의 만남은 약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두호 "사부님(이창섭 감독)과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한 친구가 사부님의 태권도 제자여서 가끔 그 체육관에 가서 놀다 오곤 했다. 당시 사부님은 대구 MMA에서 운동하셨다. 그때 사부님이 '슈퍼코리안'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운동을 하러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창섭 감독은 "(최)두호는 운동 쪽으로 잘 빠진 경우다. 이제는 누가 봐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두호 주변에 불량한 친구들이 많았다. 나쁜 길로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운동에만 전념했던 두호가 아직도 대견스럽다."
"신인 시절에는 정말 가난했다. 아마추어 시절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착했는데, 돈이 부족해서 휴게소 김밥 전문점에서 김밥 5줄을 샀다. 김밥과 생수 한 통이 당시엔 큰 행복이었다. 두호는 19살 때 나의 신혼집에서 살기도 했다. 두호 외에도 김효룡, 전찬현, 정윤호 등 거쳐 간 제자들이 많다. 두호는 앞으로 더 잘될 거다. 크게 되길 바랄 뿐이다."
이창섭 감독의 마지막 발언이 의미심장하다. 최두호는 구미 팀혼에서 훈련하지 않는다. 지난 3일 최두호는 부산 팀매드로 이적했다. 친분이 깊은 부산 팀매드 양성훈 감독과 구미 팀혼 이창섭 감독은 지난달 말 최두호의 이적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창섭 감독은 최두호에게 약 50명의 대규모 선수부가 있는 부산 팀매드가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이적을 결정했다.
부산 팀매드에는 UFC 파이터 김동현, 강경호, 함서희, 김동현B, 전 로드FC 플라이급 챔피언 조남진, 전 레전드FC 웰터급 챔피언 배명호 등 강자들이 우글우글하다. 최두호는 다양하고 풍부한 훈련 파트너와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팀을 옮겼다고 해서 최두호와 이창섭 감독의 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창섭 감독은 오는 28일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UFC FIGHT NIGHT SEOUL)'에 출전하는 최두호의 세컨드로 합류한다.
이창섭 감독 "(최)두호가 팀매드로 옮기기 전, UFC에 세컨드를 신청해 놨다. 양성훈 감독님께서도 '창섭아, 당연히 네가 세컨드로 들어가야지'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의 생각과 양성훈 감독님의 생각을 합쳐 전략을 짰다. 큰 변화는 없다. 두호의 세컨드로 합류하는 것이 이번에 마지막이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함께 훈련하지 않는 것 뿐이지, 관계가 변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구미 팀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본다. 기술 뿐 아니라 커 가면서 살아가는 방법 등까지도 알려 줬다. 앞으로도 두호의 경기가 있으면 함께할 생각이다."
최두호의 상대는 샘 시실리아(29·미국)다. 둘의 인연은 1년 6개월 전 시작됐다. 애초 최두호는 지난해 5월 'UFC 173'에서 시실리아를 상대로 UFC 데뷔전을 치를 계획이었으나, 최두호의 어깨와 발목 인대 부상으로 대결은 무산됐다. 이후 1년 2개월 만에 다시 매치업이 잡혔다. 지난 7월 'UFC 파이트 나이트 71'에서 승부를 펼칠 예정이었지만, 훈련하다가 최두호가 갈비 연골이 골절되는 바람에 또다시 인연이 닿지 않았다.
시실리아는 2012년 'TUF 15'를 거쳐 UFC에 입성한 파이터다. 옥타곤에서 9경기를 치러 5승 4패의 전적(통산 15승 5패)을 기록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마르셀로·고도페레도 페페이·애런 필립스·아키라 코라사니·야오친 메자에게 승리했으나, 호니 제이슨·막시모 블란코·콜 밀러·키쿠노 카츠노리에게 패했다.
이창섭 감독 "아무래도 펀치 위주로 경기를 풀어 나가야 할 것 같다. 상대에겐 강력한 오른손 카운터가 있다. 훅이 굉장히 강하다. 기쿠노 가츠노리도 식겁했다. (최)두호는 '슥빡(상대의 공격을 '슥' 흘리고 카운터를 '빡' 꽂는 테크닉을 뜻하는 속어)'이 뛰어나다. 한 방을 조심하고 치고 빠지는 스텝을 살릴 생각이다."
"(최)두호가 경량급치곤 스텝이 좀 느린 편이긴 하나, 얼마 전 양성훈 감독님과 특훈을 했다고 들었다. 다친 곳도 없고, 컨디션이 좋다고 했다. 훈련이 힘들어서 몸이 좀 고된 정도라고 하더라(웃음). 이적을 떠나서 두호가 안 다쳤으면 한다. 이맘 때면 늘 걱정된다. 말년 병장들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란 말이 있지 않은가. 끝까지 몸 관리를 잘했으면 한다."
아무리 제자의 큰 미래를 위해 떠나보냈다고 한들,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이창섭 감독은 인터뷰 도중 부모가 딸을 시집보낼 때의 느낌을 받았고 친정 엄마의 기분을 이해할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두호는 항상 내 칭찬을 하고 다닌다. 부산 팀매드는 믿을 수 있는 형제 체육관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두호를 맘 편히 보내 줄 수 있었다. 함서희와 내 아내는 친분이 깊고, 김동현B는 슈퍼코리안 시절을 함께해 온 동료다. 김동현과는 체육관 문제로 진중하게 얘기를 나눠 봤다. 부산 팀매드 초창기 시절 양성훈 감독님과 둘이서만 훈련도 했다. 두호 역시 분위기가 무척 좋다고 하더라. 어제까지도 안부 문자를 주고받았다. 두호는 자신이 할 도리를 잘하는 편이다."
최두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이창섭 감독은 12승 1패의 최두호가 아직 10분의 1밖에 실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부산 팀매드라는 더 큰 날개를 달았으니, 더 높이 비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창섭하면 최두호, 최두호하면 이창섭이다. 지난달에 두호와 술 한잔 기울였다. 나와 평생 함께할 것이라며 눈물까지 흘렸다. 나 역시 그렇다. 두호가 어려웠던 시절, 초심을 잃지만 않는다면 쭉쭉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최두호는 대회 당일 73kg으로 케이지에 오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두 번이나 자신의 부주의로 대결을 무산시켰기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화끈한 타격전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지난해 11월, 최두호가 UFC 데뷔전에서 18초 만에 KO승할 때 이창섭 감독이 “그렇지, 그렇지” 하면서 물개 박수를 쳐 화제가 됐다. 당시 이창섭 감독은 "속된 말로 쪽 팔려 죽는 줄 알았다. 진짜 너무 없어 보이더라.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며 웃은 바 있다.
하지만 또 모른다. 제자의 승리에 자신도 모르게 물개 박수가 또 나올지. 게다가 이번은 5년 만에 함께 나서는 국내 경기. 분명히 이번 승리는 여느 때와 다른 감격으로 다가올 것이니까.
UFC 서울 대회는 오는 29일 저녁 6시 SPOTV2에서 생중계된다.
■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 대진
-메인 카드
[웰터급] 벤 헨더슨 vs 호르헤 마스비달
[웰터급] 김동현 vs 도미닉 워터스
[웰터급] 추성훈 vs 알베르토 미나
[페더급] 최두호 vs 샘 시실리아
-언더 카드
[미들급] 양동이 vs 제이크 콜리어
[페더급] 남의철 vs 마이크 데 라 토레
[라이트급] 방태현 vs 레오 쿤츠
[여성 스트로급] 함서희 vs 코트니 케이시
[플라이급] 야오 지쿠이 vs 프레디 세라노
[밴텀급] 닝 광유 vs 마르코 벨트란
[웰터급] 김동현B vs 도미닉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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