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극적인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된 김병희 ⓒkt위즈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김병희(31·kt)는 현재 몇 없는 kt의 창단 멤버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14년 kt의 2차 특별 지명(13순위)을 받고 입단했다. 입단 당시에는 제법 기대감이 컸다. 향후 팀 내야를 이끌 재목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계약금도 1억3000만 원,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kt의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성장이 더뎠고, 좀처럼 1군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 사이 kt는 내야수를 하나둘씩 외부에서 영입하고, 또 육성했다. 부상도 있었다. 그렇게 후배들에게 밀린 김병희의 1군 데뷔는 입단 5년 뒤인 2019년에나 이뤄졌다. 그러나 철저한 백업이었다. 2019년 4경기, 2020년 29경기가 1군 경력의 전부였다. 지난해까지 때린 안타는 총 4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눈도장을 받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기량이 가장 성장한 선수 중 하나로 김병희를 뽑았다. 내야 백업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섰다. 기회가 예상치 못하게 왔다. 24일 수원 롯데전에서 주전 3루수 황재균이 불규칙 바운드에 안면을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 kt는 황재균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고, 김병희를 1군에 올렸다. 아마 이틀 전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이강철 감독은 25일 경기를 앞두고 황재균의 공백에 대해 한숨을 내쉬면서도 김병희의 이름을 꺼냈다. 김병희가 2루에서 나름대로 활약할 수 있다면, 신본기를 3루로 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1군 기회가 갑자기 찾아온 것처럼, 올해 1군 첫 경기도 드라마 그 자체였다. 8회 조용호를 대신해 대주자로 경기에 들어간 김병희는 5-5로 맞선 9회 2사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경기를 끝내 영웅이 될 수도, 혹은 역적이 될 수도 있는 중압감 넘치는 상황. 게다가 상대 투수는 올해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인 롯데 마무리 김원중이었다. 서로 벼랑에 몰린 상황에서 김병희가 주도권을 잡았다. 먼저 볼 두 개를 골랐다. 2B-1S에서 한 번 크게 헛스윙을 했지만 김병희는 굴하지 않았다. 김병희는 경기 후 “김강 코치님이 직구만 노리자고 하셨다. 변화구를 두 개 참고 자신감이 생겼다. 헛스윙 이후에도 아직 한 개 남았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집중력과 자신감을 잃지 않은 김병희는 5구째를 받아쳤고, 김원중의 기백과 당당히 맞섰다. 결과는 1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끝내기 안타로 이어졌다. 개인 통산 1군 5번째 안타, 첫 끝내기 안타였다. 그의 사연을 잘 아는 동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미소로 그라운드에 달려 나왔다. 김병희는 “운이 좋았다”고 하면서도 “이 맛에 야구를 하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끝내기를 쳤다고 해서 김병희의 위치가 확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노력의 보상을 조금이나마 받았다고 하면 섭섭하지 않다. 김병희 또한 “앞으로 무조건 경기에 출전하겠다는 것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극적인 순간 터져나온 개인 통산 5번째 안타는, 6번째 안타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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