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의 1번 타자로 좋은 시즌 출발을 알린 안치홍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안치홍(31·롯데)은 사실 1번 타자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KIA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번 타순 소화는 총 156타석이 고작이었다. 같은 기간 이용규는 2174타석, 훨씬 늦게 합류한 이명기도 727타석을 1번에서 소화했다.

롯데로 이적한 지난해에도 안치홍은 1번 타순에서 단 5타석을 소화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올해 롯데는 안치홍을 리드오프로 전진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의견이 분분했다. 이론적으로 나쁜 그림은 아니었지만, 주루로 상대를 흔드는 유형은 아닌데다 지난해 타격 성적이 좋지 않았다. 안치홍은 롯데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인 지난해 124경기에서 타율 0.286, 출루율 0.351에 머물렀다. 자신의 통산 평균을 밑돌았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안치홍은 어느덧 팀 라인업, 그리고 팬들의 마음속에 1번으로 자리하고 있다. 좋은 성적이 그 바탕에 있다. 안치홍은 26일 현재 시즌 19경기에서 타율 0.309, 2홈런, 1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1번 타자의 덕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출루율은 0.398, 4할에 가깝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깎아 내릴 이유가 없는 성적이다.

어떠한 기술적 보완이 획기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자기 것을 찾고, 자기 기량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맞다. 지난해에는 시즌 중간중간 긴 슬럼프가 찾아오며 심리적으로 쫓기는 모습도 자주 드러났다. 그러나 올해는 한결 부담을 던 모습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했던 시즌 초반 레이스가 비교적 잘 풀리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출루율 0.398이라는 좋은 수치는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는 해결사 몫까지 해주니 체감하는 활약도는 숫자 이상이다.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이 0.429에 이르고, 지난 주말 kt와 경기에서도 꼭 점수가 필요할 때 적시타를 치며 팀 타선을 이끄는 한 축이 됐다. 수비에서도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예전의 수비력으로 돌아왔는지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한 시즌에 실책 14개를 저질렀던 지난해보다는 분명 차분해졌다.

지난해 롯데와 2+2년 FA 계약을 맺은 안치홍은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계약 기로에 선다. 이 때문에 동기부여가 강할 수도 있다. 다만 주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계약보다는 자존심 회복이 더 간절하다. 지난해 마음고생에서 생긴 상처를 지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다. 전진배치의 성공 조짐이 보이는 안치홍이 궁극적인 목표인 자존심 회복까지 이를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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