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박병호. ⓒ 고척,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신원철 기자] 키움 박병호는 만 33살이 되던 지난해 갑자기 무너졌다. 93경기 출전에 타율은 0.223에 머물렀다. 홈런 21개는 그의 자존심을 살리기에는 부족한 성적이었다.

올해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면서 박병호는 "아무래도 타격을 잘해야 한다. 작년에 너무 부진했다. 예전에는 슬럼프가 있어도 이겨냈었는데 작년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타격에서 반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시즌 준비에 대한 자신감도 컸다.

그러나 결과는 자신감과 별개였다. 4월까지 19경기에서 타율이 0.200에 그쳤다. 홈런은 4개가 나왔지만 OPS 0.681는 4번타자답지 않았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3번 이정후-4번 박병호' 고정배치가 선수들에게 오히려 압박을 준다고 판단해 타순 변경을 시도했다. 박병호는 6번으로 내려가더니 아예 1군에서 빠지기도 했다.

이제는 다시 박병호로 돌아왔다. 최근 5경기에 모두 4번타자로 나왔고, 이 기간 7안타 6타점으로 부활했다. 23일 고척 NC전에서는 개인 통산 900타점을 달성하는 등 두 차례 적시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박병호는 "성적만 봐서는 (다시)4번을 칠 정도는 아니었다. 4번에 다시 넣어주셨다는 것은 기를 살려주시기 위한 것 아닐까. 책임감을 가지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지난해 슬럼프를 계기로 타석에서 소심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부진에 빠졌을 때는 타석에서 소심해지고, 방망이를 내기가 두려워지더라. 지금은 그런 두려움 없이 삼진당해도 당당하자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가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삼진을 당해도 다음에 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했다. 페이스가 떨어지고, 또 팀이 연패에 빠진 뒤에는 기회가 나에게 오면 위축이 됐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30대 중반 나이가 되면서 기량이 하락세를 타는, 이른바 '에이징 커브'가 왔다는 지적도 들어야 했다. 박병호 자신도 그런 지적을 의식했던 모양이다. 그는 "나도 고민은 한다. 진짜 나에게도 이런 시기가 온 건가 싶기도 한데, 아직은 모르겠다. 홈런이 줄어든다고 타자를 그만둘 것은 아니니까 그저 상황에 맞게 하려고 한다. 지금은 홈런이 없다고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고 있다"고 얘기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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