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만약 그 당시 KIA 타이거즈 타선이 강했다면 그는 손쉽게 10승 이상을 거뒀을 것이다. 그러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국 그는 프로 데뷔 후 단 한 시즌도 10승 이상을 거두지 못하고 선수 생활 은퇴를 선택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도전 1세대이자 KIA 타이거즈 라커룸 리더 가운데 한 명이던 ‘나이스 가이’ 서재응(39)이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KIA는 28일 “서재응이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혀 이를 받아들였다”고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또한 KIA는 앞으로 코치 등 현장 복귀를 원한다면 코칭스태프와 협의해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하대 3학년 시절이던 1998년 뉴욕 메츠와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도전한 서재응은 LA 다저스-탬파베이를 거치며 2007년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18경기 28승 40패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했다.

2003년 서재응은 메츠 선발진 한 축으로 32경기 9승 12패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 뽑혔다. 당시 서재응은 메츠 타선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불운한 투수였다.

2005년에는 시즌 중반부터 맹활약하며 14경기 8승 2패 평균자책점 2.59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풀타임 출장했다면 10승 이상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재응은 듀애너 산체스와 1-1 맞트레이드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슬럼프에 빠졌고 결국 2007년 시즌이 끝나고 탬파베이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2008년 고향팀 KIA와 계약을 맺고 돌아온 서재응의 KBO 리그 통산 성적은 164경기 42승 48패 4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30이다. 화려하지 않았으나 쾌활한 성격으로 팀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탰던 서재응은 2010년과 2012년 9승을 거뒀다. 특히 2012년은 선발 44이닝 연속 무실점 신기록을 세우며 29경기 9승 8패 평균자책점 2.59(4위)로 위력을 떨쳤다. 그러나 당시 KIA 타선은 유독 서재응 등판 때 득점 지원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불펜 방화’로 승리를 날려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승리는 둘째 치고 승률이 52.9%에 그쳤다는 사실 자체가 서재응의 불운을 말해 준다. 그렇게 서재응은 4년 전 가장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고도 10승 고지를 밟지 못했다. 그리고 이후 서재응은 구위 저하 현상 속에 다시 전성 시절로 돌아가지 못했다. 2016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혔던 서재응은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지금 은퇴를 선언했다.

친구이자 라이벌로 같은 시대 활약을 펼쳤던 ‘써니’ 김선우(전 두산-LG)가 조용한 이미지로 의리를 지키는 사나이였다면 서재응은 말 그대로 활달한 남자였다. 자신의 선발승 요건이 날아가도 더그아웃에서 박수 치며 동료들의 기를 북돋워 주던 투수가 서재응이다. 2012년 가장 안정적인 투수 가운데 한 명이던 서재응의 은퇴는 메이저리그까지 포함해 한 시즌 9승만 세 차례 기록하고 10승 고지를 밟지 못하고 선택한 결정이었다.

[영상] 서재응의 ‘리즈 시절’ ⓒ 영상편집 송경택.

[사진] 서재응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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