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 나용균 영상기자] 평범한 20대를 보낸 뒤 30대가 돼서야 자신의 진가를 깨달은 와인 같은 선수가 있다. 심지어 40대를 앞두고 팔꿈치 수술까지 받은 뒤에도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 성적을 유지하는 선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마운드에서 증명하는 투수, 바로 리치 힐(탬파베이 레이스)이다. 

류현진의 과거 동료, 최지만의 현재 동료인 힐은 5월 아메리칸리그 이달의 투수상을 수상했다. 39살 나이에 팔꿈치 수술을 하면서 재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보란듯이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았다. 

힐의 '역주행'은 이전에도 있었다. 30대 초반 나이까지는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마이너리그 계약조차 따내지 못한 적도 있다. 

▲ 리치 힐.
2015년을 기점으로 다시 태어났다. 독립리그까지 내려갔다 보스턴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보스턴 소속으로는 단 4경기에 나왔을 뿐이지만 2승 1패 평균자책점 1.55로 맹활약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는 보스턴을 포함해 6개 팀을 전전하던 평균자책점 4.72의 저니맨이 35살 나이에 갑자기 다른 투수가 됐다.

여전히 그의 직구는 메이저리그 최하위권이다. 평균 구속은 145km로 하위 5%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회전 수가 최상위권인 것도 아니다. 상위 31%로 평균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대신 2015년부터 커브를 적극 활용하면서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가 됐다. 어설픈 투심 패스트볼은 버리고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의 비중을 1:1에 가깝게 유지했다. 

그러자 평균 이하의 직구 구속에도 탈삼진 기계가 됐다. 힐의 9이닝당 탈삼진은 2014년까지 8.6개, 2015년 이후 10.3개다.

41살의 힐은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하는 투수다. 힐은 지난달 6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0.78과 3승 1패를 기록하며 탬파베이 레이스의 5월 상승세를 주도했다.

월간 평균자책점은 리그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메츠, 1.13)이나 게릿 콜(양키스 2.18)보다 낮다. 6경기 34⅔이닝 동안 36탈삼진을 기록한 점도 눈에 띈다. 나이도 구속도 힐 앞에서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 왼쪽부터 리치 힐(탬파베이)-류현진(토론토)-마에다 겐타(미네소타).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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