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진흥고 문동주가 2일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장충고전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신월,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월, 이재국 기자·김성철 영상기자] 시속 150㎞대 강속구가 포수 미트에 팡팡 꽂혔다. 상대 타자의 배트는 강속구에 계속 밀렸다. KBO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연신 스피드건을 체크하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고교 최대어 투수로 평가받는 문동주(18·광주진흥고)는 2일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장충고전에 선발등판해 5⅓이닝 6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문동주의 이날 투구수는 90개. 이날 최고 구속은 시속 154㎞를 찍었다. 신인 드래프트 대상자 중 고교 최대어 투수라는 평가에 어울리는 피칭이었다.

문동주는 1-0으로 앞선 3회에는 2사 3루서 보크를 범해 동점을 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다소 석연찮은 보크 판정이라고 판단한 광주진흥고 오철희 감독은 심판에게 다가가 항의를 하면서 에이스의 기를 살려줬다.

키 188㎝에 몸무게 92㎏. 건장한 체격에 공만 빠른 것이 아니라 몸이 유연하고 제구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슬라이더가 주무기지만 이날 스플리터와 커브, 체인지업 등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장충고 타자들은 빠른 직구를 커트하고 변화구를 공략하는 우회 전략을 펼쳤다.

문동주는 1회에는 1사 2루서 견제구로 주자를 잡아내고, 경기 도중 베이스커버를 여유 있게 하는 등 기본기도 잘 갖춘 모습을 보였다. 에이스다운 경기력을 발휘했다. 광주진흥고는 문동주의 호투 속에 강력한 우승후보 장충고에 4-2 역전승을 거두고 32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날 신월야구장에는 문동주를 보기 위해 KBO 10개 구단 스카우트와 취재진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마운드에서 씩씩하던 열여덟 살의 문동주는 경기 후 취재진을 보고는 깜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태어나서 이런 취재진 앞에서 서는 것도 처음. 그는 “좀 놀랍고 잘 믿겨지지 않는다. 많이 떨린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문동주는 자신의 롤모델로 일본인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일단 투구폼이 부드럽고 이쁘고 강한 공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도류’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그는 “(이도류에 대한) 그런 의도는 없고, 그냥 투구폼만으로만 오타니를 좋아한다”며 웃었다.

▲ 광주진흥고 문동주의 힘찬 투구. 장충고전에서 최고 구속 154km를 찍었다. ⓒ신월, 곽혜미 기자
지난해 최고 구속이 147~148㎞에 머물던 문동주는 겨울 동안 착실한 훈련을 통해 구속을 154㎞까지 끌어올렸다. ‘구속을 얼마나 끌어올리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문동주는 “구속보다는 더 정교한 제구력을 갖추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광주일고 연습경기에서 우리학교 스피드건으로는 156㎞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현재로선 KIA의 1차지명 후보로 문동주와 함께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는 광주동성고 유격수 김도영이 꼽히고 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구단의 스카우트 표적도 될 수 있는 상황. 그는 “제가 태어난 광주, KIA 타이거즈에 입단하고 싶다”며 취재진과 마이크 앞에서 KIA를 향해 호소했다.

경기 후 광주진흥고 오철희 감독은 문동주의 장점에 대해 “강속구가 가장 좋은 장점이긴 하나 스플리터라든가 변화구라든가 모든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니까 감독으로서 그것에 대해 뿌듯하고 믿어주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충분한 자질도 있고 가능성도 있다.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 광주진흥고 문동주(오른쪽)가 2일 장충고전 도중 포수와 얘기를 나누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곽혜미 기자
KIA 타이거즈는 1차지명 후보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광주동성고에 ‘제2의 이종범’이라 불리는 김도영 역시 좀처럼 나오기 힘든 천부적 자질을 지닌 천재 유격수이기 때문이다. KIA 권윤민 스카우트 그룹장은 문동주에 대해 “지금 동성고 김도영 선수와 함께 강력한 1차지명 후보로 지켜보고 있는 선수죠”라고 밝히면서 “광주동성고에 신헌민 투수도 있기 때문에 1차지명 발표하기 전날까지도 단장님과 함께 저희 스카우트 전원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동주에 대한 평가를 묻자 “우선 신체적인 조건이 뛰어나 고등학생으로서 던지기 힘든 150km대 공을 던지고 있기 때문에, 또 작년 재작년보다 올해가 기량이 더 성장했기 때문에 성장가능성이나 장래성이 굉장히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날 장충고전 투구에 대해서는 “선발로 나설 때랑 중간이나 마무리로 나설 때 구속 차이가 있는데, 그 전부터 계속 지켜봐왔지만 선발로서 가능성도 봤다. 주말리그가 아니라 전국대회에서 수도권에 있는 상위팀들하고 했을 때 모습이 궁금했는데 오늘 기대 이상으로 잘 던진 것 같다”고 호평을 내렸다.

강력한 우승 후보 장충고를 꺾었기에 이번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문동주의 투구는 더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과연 KIA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 괴력투를 장착한 유망주의 호소에 응답을 할까. 

스포티비뉴스=신월,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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